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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과 죽이기 프로젝트"…계명대 대학원 여성학과 통합 결정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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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과 죽이기 프로젝트"…계명대 대학원 여성학과 통합 결정 반발

사회학과 세부전공으로 통합…학생·동문·시민단체, 공대위 준비위원회 꾸려 맞대응

계명대학교가 1990년부터 35년간 대구·경북 지역 성평등 연구의 거점이 돼온 대학원 여성학과를 폐지하고 사회학과 세부전공으로 통합한다. 대학본부가 별도의 학과를 유지해달라는 여성학과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학생과 동문, 지역 시민단체는 여성학과 유지·존속을 위한 연대체를 꾸리고 적극 행동에 나섰다.

14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계명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 학생들과 동문, 대구·경북 지역 시민단체들은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공대위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다음 달 계명대에 대학원 여성학과 존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긴급토론회를 연다. 1990년 개설 이래 35년간 명맥을 이어온 여성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8일 계명대 일반대학원장은 여성학과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정책대학원에 "일반대학원에 여성학과 석사과정을 신설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학생들은 충원율 저조 등을 이유로 폐원이 확정된 정책대학원 대신 일반대학원에 여성학과 석사과정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학원 측은 이를 거부했다.

계명대는 학내에 여성학연구소를 설치하고 정책대학원과 일반대학원에서 각각 여성학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운영해왔다. 지난 2010년 계명대 대학원위원회가 여성학과 석·박사과정을 사회학과에 통합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나, 실제로는 정책대학원만 여성학과 석사과정을 운영했으며 사회학과는 홈페이지에 석사과정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해왔다.

계명대 여성학과는 수도권 밖 여성학 배움의 장들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대구·경북 지역 성평등 연구의 거점으로 살아남아 지역 여성학도들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특히 석사과정은 여성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과 활동가 등이 전문적으로 학문을 배우기 시작하는 입문 역할을 했다. 계명대 여성학과 석사과정 등록생 수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20~30명대를 유지해왔다.

현재 석사과정 중인 김민정 씨는 <프레시안>에 "가부장적이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도시로 인식되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우리사회 성차별 문제를 바라보고 대안을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은 경주·울산·진주 등 곳곳에서 올 정도로 계명대 여성학과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계명대가 정책대 폐지를 결정하면서 여성학 석사과정의 향방이 요원해졌다. 계명대 여성학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은 이를 아쉬워하며 일반대학원에 석사과정을 별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대학연구소·대구지역 공공기관·시민사회단체·문화예술단체·여성학 연구자들은 성명문을 내고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여성학과 개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 기준 해당 성명문에 서명한 여성학자·활동가들의 수는 931명에 달하는 등 여성계와 시민사회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일반대학원장은 여성학과를 설치할 수 없다며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개별 학과들을 통합 또는 폐지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 여성학 박사과정과 사회학과를 통합, 사회학과(사회학, 여성학전공) 석사과정 및 박사과정으로 변경해 운영 중에 있다"고 했다. 사회학과가 여성학과의 석사과정 신설에 반대한다는 이유도 들었다.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학생들과 동문, 대구·경북 지역 시민단체들은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다음달 계명대에 대학원 여성학과 존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긴급토론회를 연다. 1990년 개설 이래 35년간 명맥을 이어온 여성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계명대학교 여성학과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여성학과 측은 여성학과 신설을 무력화하기 위한 사회학과의 부당 개입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공대위 준비위원회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10월 교수회의에서 여성학과 석사과정은 사회학과와 여성학과를 별도로 운영하고, 박사과정은 공동 운영하기로 구두 합의했다"며 "이에 따라 일반대학원 여성학과 신설을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사회학과) 학과장은 12월에 돌연 구두 협의를 부정하고 일방적으로 기존 결정을 번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학과와 협의 없이 사회학과 대학원 홈페이지에 두 세부 전공(사회학, 여성학)을 임의로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사회학과는 지난해 9월까지 홈페이지에 여성학 석사과정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표기하다 10월부터 석·박사과정 모두 운영한다고 변경했다.

공대위 준비위원회 측은 이외에도 사회학과 학과장이 연구계획서 마감일에 여성학과 박사과정생들에게 논문심사위원장을 여성학과 교수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교체하라고 통보하는 '갑질'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심사위원장 교체 통보를 받은 여성학과 박사과정생 성수진 씨는 "심사위원장은 논문 주제에 걸맞은 분이어야 하기에 그동안 여성학과 학생들은 정책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가르치는 교수님께 위원장을 맡겨왔다"며 "학생과 교수 간 관계성을 무시하고 학과 행정 관점으로 심사위원장 교체를 통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학과장은 여성학과의 주장이 사실과 크게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프레시안>에 "여성학과가 사회학과에 흡수되는 게 아니다. 정원 모집이 안 되니 사회학과가 세부전공으로 받아준 것"이라며 "그 덕분에 15년간 여성학 학문의 맥이 이어질 수 있었다. 사회학과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여성학 학문하기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사회학과가 여성학과 석사과정을 운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책대학원과 사회학과가 모두 여성학 석사과정을 받으면 학생 수가 쪼개지니 협조 차원에서 석사과정 지원자들을 정책대학원으로 보냈다. 이는 현재 은퇴한 여성학과 교수와 2010년 합의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여성학과와의 협의 없이 홈페이지 공지를 바꿨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우리 홈페이지에 새로운 내용을 업데이트하는데 사회학과 소속이 아닌 교수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학생이 오지 않아 모집이 중지된 문제를 마치 '사회학과가 여성학과를 핍박한다' 식으로 접근하면 지역사회 학문의 장이 붕괴된다"며 "여성학과 측 교수들과 학과 회의를 했으며 학과에는 (공대위 준비위원회) 입장문에 대해 해명하라고 공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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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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