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대선 차출론'을 두고 국민의힘이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친윤)계 주류 인사들은 한 대행이 6.3 조기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데 우호적인 입장이지만,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각 후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연 비대위 회의에서 한 대행 차출론을 둘러싼 '특혜' 우려를 의식한 듯 "당의 경선 원칙은 명확하다. 모든 후보는 같은 출발선에 서야 하고, 같은 기준 아래 경쟁해야 한다"며 "특정인을 옹립하는 일도, 누구에 불이익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각 캠프와 당원들을 향해 "공정한 경선 질서를 흔들고 당의 화합을 해치는 발언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이틀간 대선 경선 후보자 신청을 받는다. 한 대행은 경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 일각에선 한 대행의 무소속 대선 출마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한 대행 출마를 촉구하는 의원들이 한 대행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제기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다음 달 3일 확정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과 함께 보수진영 단일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한 대행 차출론에 힘을 싣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은 전날 한 대행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당 지도부의 만류로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기자회견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성일종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행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대표로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한 대행 추대 등 요구 자체는 전체적인 대선 구도에 있어서 당의 흥행 요소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 대행이 주요 대선 주자로 여론조사 결과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미 한 대행 차출론이 당의 대선 구도에 있어 "좋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한 대행 차출론에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기득권 세력이 한 대행 이야기를 지나가면서 하는 줄 알았는데, 의도적으로 언론에 내고, 마치 '경선은 의미 없는 것이고 나중에 한 대행과 단일화할 것'이라는 얘기를 진지하고 강력하게 목숨 걸고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대단히 중요한 시기인데 경선에 김을 빼는 것 자체가 해당 행위다. 당 기득권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반발했다.
이날 출마선언을 예고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독교방송(CBS)에 나와 "내가 한 대행 출마 여부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말을 안 하고 있는 건 상식에 반하는 정치 행태이기 때문"이라며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분을 출마시킨다는 거는 상식에 반한다.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를 한 분이 나온다는 것도 상식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대통령 대행으로서 할 일이 굉장히 많으실 것 같다. 특히 지금 굉장히 통상 위기 아닌가"라며 "한 대행이 할 일은 이 부분을 해결하는 데 좀 집중해야 되는데, 우리가 너무 흔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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