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장애인 자립지원법의 제정과 향후 과제

탈시설에 대한 뜨거운 논쟁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명시하고 있듯이 장애인의 기본권임과 동시에 장애인 인권의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자립생활과 탈시설이 마치 동의어처럼 되어,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운동과 함께 탈시설은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자립지원법)이 제정되면서 탈시설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탈시설을 찬성하는 장애인 부모들은 이번 법률의 제정을 반기며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이 실현되기를 소망하고 있는 반면에 탈시설을 반대하는 장애인 부모들과 복지시설측에서는 이번 법률의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지역사회의 서비스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법제화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으며, 반대하는 측은 탈시설을 해서 당장 나가면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우려를 하며 반대를 하고 있다. 반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장애인 자립지원법이 탈시설법이라는 인식이 반대를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탈시설법에 대한 이러한 반대는 자립생활은 곧 탈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먼저 탈시설이 자립생활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점에 합의해야 한다. 탈시설은 협의적인 의미로서 시설을 폐쇄하고 시설에서 모두 나오는 것을 의미하든, 광의적인 의미로서 대규모 시설을 지양하고 시설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든, 탈시설이 바로 자립생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탈시설에 대한 불안과 염려가 있더라도 탈시설은 장애인 인권 보장에서 중요한 흐름이며 지향해야 할 목표라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자립생활과 지역에서 살아가기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에 대해 장애인권리협약은 자립적으로 생활하기(Living independently)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립생활은 자립생활운동에서 나온 하나의 고유명사라고 볼 수 있기에 보편적인 용어로서 '자립적으로 생활하기'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립적으로 생활하기라는 용어가 자립생활을 좀 더 잘 표현해 주고 있기도 하다. 자립생활의 핵심은 결국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은 이번에 제정된 법률에 규정한 것처럼 자신의 거주지, 주거형태 및 동거인을 선택할 장애인의 선택권(제4조)과 자신의 주거지,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나 거부 등에 대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의 보장(제5조)이다. 자립생활 또는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법에 명시된 것처럼 소득지원, 주거지원, 활동지원, 법률지원, 의료 및 건강지원, 직업 및 주간활동지원 등이 필요하다(제23조). 그리고 이번 법률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니버설디자인 환경 등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생활환경의 조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 철폐 등 사회 인식의 제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자립생활을 위한 다양한 지원 가운데 이번에 제정된 법률의 중점은 주거지원 부분이다.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주거지원이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의 주거는 대규모 시설에서 그룹홈으로, 그룹홈에서 지원주택으로 변화해 왔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시설과 그룹홈 그리고 지원주택(장애인자립생활주택)이 공존하고 있다. 대규모 시설들이 그룹홈 및 소규모 시설로 전환되고 있고, 체험시설이나 장애인자립생활주택에 대한 시범 사업도 진행이 되고 있다. 이번 법률의 제정을 통해 체험시설과 장애인자립생활주택의 확산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시설과 장애인자립생활주택의 확대야 말로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장애인 자립지원법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장애인자립지원법 제정 이후의 과제

첫째, 탈시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탈시설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있어서 반드시 지향해야 하는 목표이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은 사회적 합의와 합의에 의한 추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탈시설을 주장하는 부모들의 목소리와 탈시설을 반대하는 부모들의 목소리에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탈시설 정책을 지향하되, 탈시설 정책의 추진은 합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협의적 의미의 탈시설과 광의적 의미의 탈시설을 병행하며 추진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여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탈시설을 최종 목표로 하되, 탈시설을 반대하는 장애인 부모의 불안과 염려를 해결할 수 있는 탈시설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중앙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의 역할의 분명해져야 한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의 역할이 중첩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설립 목적처럼, 지역사회에 통합하여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전문지원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앙 뿐 아니라 지역의 센터들 역시 또 하나의 센터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지역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다양한 주거지원 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주거지원 모델이 필요하다. 시설과 지원주택의 이분법적인 모델을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거지원 모델이 개발되고, 그 다양한 주거지원 모델에서 발달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주거 형태를 선택하고, 그 선택한 주거서비스에 대해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

장애인 자립지원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률이다. 그러나 그 법률이 살아 있는 법률, 발달장애인이 행복하게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률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의지와 예산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탈시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의 기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3월 2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21회 326전국장애인대회 및 2025년 420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투쟁단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