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전 장관이 9일 6.3 조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친북, 반미, 친중, 반기업 정책만을 고집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다"며 "김문수가 이재명을 이긴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국면에서 많은 국민이 저에 대해 지지와 격려를 보내줬다"며 "이제는 저에게 내려진 국민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을 보기 위해 지지자들이 소통관으로 왔고, 국민의힘 이만희·박수영·인요한 의원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극우'라는 평가를 받아온 김 전 장관은 젊은 층 표심을 겨냥한 듯 2030세대 지지자들을 기자회견 장소에 일렬로 배치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부정선거론 등에 있어 김 전 장관과 대체로 견해를 일치하는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민경욱 전 의원도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부터 '김문수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다.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해 온 강성 당원과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출마선언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다시 싸워서 승리하자"며 "무기력한 당과 위기의 대한민국을 바꾸는데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는 세력들과는 맞서 싸워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 체제 전쟁을 벌이며 국가정체성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거론했다.
김 전 장관은 "부패한 지도자는 나쁜 정책을 만들어 나라를 망치고 만다"며 "권력을 쥔 정치인들의 부패는 더 엄하게 다루고 도려내야 한다. 12가지 죄목으로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돈 문제로 검찰에 불려 갈 일이 없는 저 김문수만이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합이든 대연정이든 나라가 잘되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이제 제가 나서 새로운 전진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국민연금 제도를 다시 개혁해 아버지 세대의 부담을 청년들에게 떠넘기지 않겠다", "국민에게 불편을 안겨준 의료 개혁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 완벽하게 해결하겠다", "실업급여 확대, 근로장려금 강화, 기초생활보장 확대로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개헌에 관해서는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여망을 한데 모으는 개헌은 제가 적극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의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에는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김 전 장관은 "집에 있는 사람한테 왜 25만 원을 줘야 하나"라며 "자기 일하는 월급을 못 받는 사람도 있는데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 관련 언급 가운데서는, 친윤 색이 강한 김 전 장관조차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김 전 장관은 출마 선언 뒤 취재진의 질의를 최소한으로만 받았다. 참석한 기자들로부터 질문이 터져 나왔지만 김재원 총괄선대본부장이 "두 개만 받겠다"며 막아섰다. 김 전 장관은 '12.3 계엄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비상계엄 자체가 위헌이라는 건 아니고, 그 방식이라 이런 게 위헌이라는 판단이 헌법재판소에서 났다"고 얼버무렸다. 윤 전 대통령 출당·제명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만 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전날 장관직에서 사퇴한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입당 절차를 밟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국회를 찾은 김 전 장관을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 권 위원장은 "김 전 장관의 귀한 결단에 감사하다"고 했고, 권 원내대표는 "이런 분을 우리 당의 경선 후보 중 한 분으로 모시게 된 것을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국힘 주자들 출마 릴레이…한동훈·홍준표 회견 예고
전날부터 이날까지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출마선언 및 예고가 줄을 이었다. 국민의힘 경선 출마자가 최대 15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출사표를 던졌고, 김 전 장관을 비롯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이날 출마선언에 나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10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오는 11일 시장직에서 사퇴한 뒤 이달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의도 국회 앞 사무실을 계약하고 오는 13일 공식 출마선언을 예고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연일 대학 강연 등 외부 일정을 소화하며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민의힘 선관위는 이날 1차 회의를 열고 대선후보 최종 선출을 다음달 3일 전당대회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0일 대선후보 등록 공고를 낸 뒤 14~15일 후보 등록을 진행하고, 서류심사를 거쳐 16일 오후 1차 경선 진출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자격 관련 논란이 된 '대선 1년 6개월 전 당직 사퇴' 규정은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임을 감안해 이번 선거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1차 경선 진출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이후 경선 방식과 일정 등은 이날 선관위에서 결정짓지 않고 다음날 당 지도부인 비대위 의결을 거치기로 했다.
당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한덕수 대행 차출론'도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저희들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많은 분들이 저희 당에 후보로 등록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이런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한 대행 같은 경우 요즘 언론지상에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고 있고, 또 많은 의원들도 또 그 분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한 대행 출마론 내지 차출론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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