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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시위'와 '서부지법 폭동'이 같다는 당신에게[동덕여대생이 직접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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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시위'와 '서부지법 폭동'이 같다는 당신에게[동덕여대생이 직접 말한다]

[동덕여대생이 직접 말한다①] 동덕여대 학생들은 20년간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다

2024년 가을,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은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비판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해를 넘긴 2025년 봄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의 비민주적 행정과 싸우고 있습니다. 투쟁 과정에서 학생들은 시위를 향한 외부의 오해와 비난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켜켜이 쌓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투쟁 과정과 의미를 말합니다. 편집자.

"불법폭도." 지난 2024년 11월, 동덕여대자대학교에서 시위를 시작하자 우리에게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한번 꼬리표가 생기자마자, 온 세상이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듯 인터넷에서 왜곡된 기사와 악플들이 쏟아졌다.

그 무엇도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찍힌 도장은 지워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우리가 왜 시위를 했는지보다 거짓된 기사만을 믿고 묻고 또 물었다. "정말 교수를 감금했습니까?" "기물을 파손했습니까?"

수백 번 답했다. 그리고 오늘, 이곳을 빌려 다시 한 번 절박하게 외친다. "아니요, 우리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 논의에 반발한 학생들이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 학생들은 20년 간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다

동덕여대의 투쟁은 남녀공학 무단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족벌 사학의 문제와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인 행정을 비판하는 싸움이다. 이러한 시위는 학문적 의미를 넘어 민주적이고 정당한 학생운동이자, 학내 민주주의를 지키는 여성들의 시대적 요구였다.

동덕여대 남녀공학 반대시위는 대학본부의 비민주적 행정절차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5일 개최된 대학비전 혁신추진단 2차 회의에서 단과대 교수들의 논의를 거친 학과 발전방안에 '남녀공학 전환'이 포함됐으나, 학생들에게는 사전 논의나 내용 공유 없이 통보됐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밀실 논의와 비민주적 절차를 문제 삼으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학생 총궐기에 나섰다. 같은해 11월 21일 총학생회가 소집한 학생총회에서는 1973명 중 1971명이 '동덕여대 공학 전환'에 반대했으며, 올해 3월 19일 열린 추가 총회에서도 '남녀공학 전환 논의 철회' 안건이 가결됐다.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며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과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는 학내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사안인 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며 진행돼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와 소통하기 위해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으나 대학 처장단과의 면담은 대학본부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결렬됐다.

이에 학생들은 시위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저항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현재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이해하려면 이러한 학생운동의 역사와 맥락을 알아야 한다. 먼저 동덕여대를 다닌 선배들은 20년 넘게 사학비리 척결을 외치며 본관 점거와 수업거부를 이어가며 투쟁을 해왔다. 친일파이자 학교 설립자인 조동식 일가의 3대째 세습에 의해 동덕여대는 사유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2019년 <뉴스타파>는 동덕여대가 '교육시설'로 쓰겠다며 18억 원을 들여 매입한 고급 주택에 이사장 일가가 거주했다고 보도해 동덕여대의 족벌사학과 세습 문제를 알리기도 했으나, 동덕여대 사학재단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의 동덕여대 학생들 또한 선배들이 맞서온 사학재단의 독단적 운영에 저항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학생들의 이번 투쟁은 20년 넘게 지속된 동덕여대 대학본부의 사학비리와 독재행정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결과로 봐야 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2일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 버스킹거리에서 정치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와 서부지법이 같은 폭동이라는 말의 함정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 2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동덕여대 시위와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비교하며 "본인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자 극단적 폭력을 선택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동덕여대 사태는 수법과 본질이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동덕여대 사태의 본질이 반지성, 반문명적 행위로 본인들의 의견을 표출한 '야만적 폭력'에 있다"라고 말했다.

서부지방법원 사건과 동덕여대 시위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저항과 헌법을 위배한 폭동을 같이 보는 것이며, 일제에 맞선 독립열사들의 투쟁을 같은 폭력행위로 묶어버리는 것과도 같다. 5·18민주화운동을 극우세력이 폭동이라 모욕하고, 장애인 인권단체의 이동권 시위를 '비문명적 불법시위'라며 혐오를 조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도 하다.

민주화운동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나 폭력, 또는 파괴 행위가 아닌, 국민들이 강압적인 독재정권에 맞서 기본권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다. 또한 사회의 권력이 특정 개인이나 기득권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여러 집단과 개인, 비기득권의 목소리가 반영되며, 사회적 약자들이 억압받지 않도록 평등하고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내 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해 대학의 독재에 맞선 것이다. 우리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일부 언론이 "교수를 감금했다" "기물을 파손했다"라고 주장하였으나 이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래커칠 시위에 대하여 54억의 피해액이 발생했다고 하는 부분 또한 과장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의 한 사무실과 집기류 등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폭동은 일반적으로 무질서한 폭력 사태를 의미하며, 체제 개선보다는 단순한 분노 표출에 가깝다. 그러한 면에서 서부지방법원 폭동은 동덕여대 학생운동과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진다. 서부지법 폭동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법원 건물에 난입해 경찰과 기자들을 공격하고, 방화 시도까지 벌인 폭력적인 사건이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사태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서부지법은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셔터, 책상과 조형미술작품, 당직실 및 CCTV 저장장치 파손으로 약 6억~7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86명이 체포됐다. 물리적 충돌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압적으로 관철하려 했던 이들의 행동은 사법질서를 위협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이준석 의원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갈라치기 정치를 지속해온 인물이다. 동덕여대 학생들을 극우와 안티 페미니스트 세력에 먹잇감으로 내던져 혐오를 조장하고, 갈라치기 정치를 통해 자신의 지지 기반을 다지려 한다. 그의 프레임은 사회적 정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흐리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폭동으로 몰아세운다. 그 결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 투쟁하는 이들의 고통은 더욱 무거워진다.

여대 학생들이 대학의 억압과 탄압에 맞서 벌인 시위를 '극단적 폭력'으로 프레이밍하는 것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첫 행보로 동덕여대와 서부지법을 같이 방문하는 기사를 뿌려, 또다시 갈라치기 정치를 이어가 혐오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지극히 정치적인 계산에 불과하다. 운동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모두가 나쁘다"라고 외치는 것은 오히려 서부지법 폭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사한 폭동이 반복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시위 사진ⓒ동덕여대 재학생연합

동덕여대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동덕여대가 여자대학교이기 때문에 이 학교에 들어왔던 학생 당사자이지만, 그럼에도 학교가 공학전환을 논의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 학측의 무단 통보가 있어서는 안 되며, 학생들이 이미 학교의 사단법인으로 인한 독재와 밀실 논의, 날치기 행정으로 인하여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도 요청했던 면담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취소해서는 안 됐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언제든지 우리의 시위를 끝낼 수 있었다. 학생들이 면담을 요청했을 때, 우리들이 수십장씩 손이 부르터가며 손수 썼던 의견서를 교수님들께 드리면서 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부탁드렸을 때, 학교 곳곳에 붙어있던 절실한 대자보를 읽고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겠다, 학교의 일원으로서 함께 논의하겠다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우리들은 얼마든지 시위를 그만뒀을 것이다.

우리는 불법 폭도가 아니다. 그저 학생이고, 그저 공부하고 내 일상을 친구들과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고, 취직 준비를 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고 싶다. 하지만 학교가 학우들을 형사고소하고 학내에서 노래 시위나 구호 제창을 하면 학교에 하루에 100만 원씩 지급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우리는 더이상 그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됐다.

현재 동덕여대에서 학교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하거나, 징계위에 회부된 학생의 숫자는 50명이 넘는다. 심지어 시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학생은 당일 출석한 학생증의 아이디를 조회하여 시위를 하지 않은 학생들까지도 징계 소환을 했고,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장학금이나 지원금을 중단했으며 학교에 비판적인 글을 쓴 교지편집위원회 지원까지 중단했다.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도 학생들이 시위를 할까봐 학교는 본관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조원영 이사장이 학교에 오는 날, 교수진들은 환경미화를 명목으로 학생들의 대자보를 전부 떼어내서 찢어서 버렸다.

학교는 대자보를 떼어내는 직원을 별도로 고용했다. 직원들은 대자보를 붙이는 동덕여대 학생을 '조롱하며, 대자보를 붙일 때마다 즉시 종이를 찢어버린다. 눈앞에서 민주주의가 찢겨져 나가고 있는 이 대학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학교를 다녀야 했던 걸까.

나는 온갖 기사에 이름이 적혀 조롱당했던 동덕여대의 학우들을 기억한다. 같이 손을 잡고 추운 밤을 지새우던 지난 겨울을 기억한다. 계엄령이 터졌을 때 우리는 계엄령을 두 번이나 겪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데도 여전히 동덕여대의 계엄령은 끝나지 않은 것만 같다.

수업거부를 하면 자신이 F학점을 받게 될 것을 알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나만 공부를 할 수 없다고 행동했던 친구들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아직도 봄이 오지 못한 민주 동덕의 교정에서, 민주주의의 봄을 맞아 동덕의 목화가 찬란하게 개화하기를 간절히 기다리면서.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시위 사진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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