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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피해자에 사과 않고 떠나...끝까지 무책임하고 비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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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장제원, 피해자에 사과 않고 떠나...끝까지 무책임하고 비겁"

여성계 "피해자 회복과 2차 피해 방지 위해 수사기관이 범죄사실 최대한 밝혀내야"

비서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 영상이 공개된 당일 숨진 채 발견됐다. 피의자가 사망해 이번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될 전망이며, 여당은 그에게 추모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사실관계 입증은 물론 가해자에게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대중과 주변인으로부터 2차 피해를 입을 위험이 높아졌다. 여성계는 가족에게만 사과의 뜻을 밝힌 채 세상을 떠난 장 전 의원에게 "끝까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비판하며 피해자의 회복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피의자가 사망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최대한 밝혀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1일 장 전 의원이 전날 밤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당 인사들은 그를 애도하는 목소리를 연달아 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일련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장 전 의원이) 정말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을지도 모른다"며 "고인이 살았으면 보수 정치권에서는 크게 할 역할이 있었다"고 했다.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는 이미 죽음으로 업보를 감당했다"며 "누군가는 정치인 장제원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추모를 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성폭력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은 부산 한 대학교 부총장이던 2015년 11월 비서 A씨를 상대로 성폭력을 한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장 전 의원 측은 그동안 A씨가 주장하는 성폭행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 입장을 밝혀왔다. ⓒ연합뉴스

장 전 의원을 추모하는 정치권과 달리 여성계는 그의 죽음을 "피해자를 향한 최종적인 가해"라고 지적한다. 장 전 의원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어 일상이 파괴된 A 씨는 지난해 10월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정신과적 증상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전문가 상담을 받고 고소를 결심했다. 그러나 장 전 의원이 사망함에 따라 이번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될 전망이다. 피해 사실을 입증할 기회도,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을 기회도 사라진 셈이다.

여성학자인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프레시안>에 "피해자는 성폭력이 없었더라면 완전히 달랐을 10년의 세월이 망가진 상태에서 자신의 치유를 위해 마지막으로 정의구현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가해자는 '내 마음만 편하면 된다'는 식으로 끝까지 무책임하고 비겁한 방식의 회피를 택했으며, 이로 인해 비난의 화살이 피해자에게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성범죄 피해자들을 변호해온 이은의 변호사 또한 <프레시안>에 "언론에 알려진 유서 내용을 보면 장제원은 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불운'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라며 "성범죄 피의자들의 죽음은 반성이나 속죄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책임을 씌우는 행동이다. 때문에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특히 성범죄 가해자를 향한 정치권의 추모 메시지는 피해자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프레시안>에 "장 전 의원을 지지하거나 기리는 사람들에 의해 그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위력이 피해자에게 실시간으로 확인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고소를 결심했던 피해자가 가해자를 향한 추모 행렬을 보며 얼마나 심리적 위기에 몰릴지 짐작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권김 소장은 "무책임한 동료를 대신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약속하는 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이라며 "피해자에게는 침묵한 채 가장 무책임한 방식으로 성폭력 문제를 방치하고 떠난 장제원에게 의리 있었다고 치켜세우는 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2020년 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인권위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위계에 의한 성범죄 피의자가 사과 대신 죽음을 택하는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임하면서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은 배우 조민기, 부하 비서를 성희롱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후배 변호사를 성추행한 모 로펌 대표 변호사 등 수많은 성범죄 피의자들이 수사 직전 또는 수사 도중 죽음을 택하고 있다.

성범죄 피의자가 사망함으로써 수사가 종결되면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의 조력자까지 비난의 대상이 된다. 박 전 시장의 유족들은 그의 성폭력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며 측근들은 박 전 시장의 성범죄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었다.

박 전 시장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재련 변호사와 피해자의 편에 선 여성단체들은 "장제원 사건에는 침묵하는 정치적 집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억측은 김 변호사가 보도자료를 내고 장제원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고소대리를 맡았다고 밝히고 여성단체가 장 전 의원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낸 뒤에야 수그러들었다. 2021년 로펌 대표 변호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법률대리를 맡았던 이은의 변호사는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피의자를 극단적으로 추궁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식의 비난을 받고 있다.

여성계는 피해자의 회복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피의자가 사망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최대한 밝혀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허 조사관은 "성범죄 피의자가 사망함으로써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비난과 편견을 막을 수 있도록 수사당국은 공소권이 없더라도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철저히 성범죄를 조사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권김 소장도 "이대로 수사가 종결되면 피해자는 사람을 죽인 가해자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높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한 뒤 사건을 종결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성범죄 피의자들에게 망신당하기 싫다는 이유로 세상을 떠나더라도 자신의 방어권만 사라질 뿐 수사는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줘야 그들의 연속적인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한 수사 종결에 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한민경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와 정다연 서울 서초경찰서 경위는 한국형정책학회 형사정책7호에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한 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 관행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내고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경우 △피해자·피의자 측이 수사에 대한 공개를 요청하는 경우 등에 한해 피의자 사망 시 수사를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21대 국회에서도 법제도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20년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성폭력범죄의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가 자살 등을 원인으로 사망했을 때, 고소 사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사건이 처리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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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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