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다음달 18일 임기를 마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공식 언급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의 이전 입장이었지만 이를 뒤집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법' 추진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3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이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과거에는 대행이 임명할 수 있느냐, 없느냐 논란이 있었는데 이미 최상목 전 대행이 국회에서 추천한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며 "6명으로는 헌법재판소를 운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행이 2명을 임명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게 헌재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한 대행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해 임기 만료를 앞둔 헌법재판관에 대한 후임을 현재까지 임명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한 대행에 대해서 탄핵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정치적인 이유로 또다시 탄핵에 돌입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협의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각각의 법안을 상정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무기한 미룰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이 꺼낸 카드는 대통령 임명 몫 헌법재판관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자를 한 대행이 임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국회 추천 몫인 마 후보자와 달리 대통령이 추천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는 한 대행이 즉시 임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되지만,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을 임명하는 건 가능하다는 건가'라는 지적에 권 원내대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후임 재판관 후보자에 관해 한 대행 측과 서로 논의한 적은 없다며 "당이 정부에 요구할지 말지는 탄핵심판 관련 민주당 태도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번에 우리가 '헌법재판관은 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강행하지 않았느냐"며 "새로운 선례가 생겼기 때문에 대행이 (신임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후임자 임명이 현 헌재의 8인 체제를 '유지'하는 성격이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4월 18일 두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면 6인으로 축소된다. 현상유지 관점에서 보면 2명을 보충하는 게 현상유지"라며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냐 없냐 문제보다도, 현상유지 등에 대한 다양한 헌법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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