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영남 지역에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일주일이 지나도록 잡히지 않는 가운데, 산불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산불 발생 원인과 대응 과정에 대해 면밀히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대형 산불이 대부분 자연 발화가 아닌 '실화'로 인해 발생한 만큼, 실화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올려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손수호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산불 전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은 2000년 4월에 벌어진 동해안 산불.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한 군부대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우다가 시작됐다"며 "그다음 규모 산불이 2022년 2년에 있었던 경북 울진 산불인데 이때는 또 담뱃불에 의한 실화로 추정이 된다"고 했다. 이번 의성 산불 또한 성묘객이 묫자리를 정리하다가 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손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이러한 방화나 자연 발화보다 실화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첫 번째로 쓰레기 소각. 잡초를 태우다가 시작이 됐는데 또 성묘와 벌초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는 안전사고 유형"이라며 "캠핑이나 취사 중에 사고가 나기도 하고 놀랍게도 산에서 폭죽 터뜨리다가 난 산불도 있다. 이번 울산 산불 중에는 농막에서 용접을 하다가 이제 불꽃이 튀어서 산불이 나기도 했다"고 했다.
또 "산에 무심코 버린 페트병 때문에 산불이 난다"며 "이 페트병이 돋보기처럼 기능할 수가 있다. 햇빛이 모여서 불이 붙는다"고도 했다.
실화 시 받게 되는 형사 처벌에 대해선 "단순 실화도 있지만 업무상 실화, 중실화의 경우에는 처벌이 가중된다"며 "과실로 다른 사람의 산림을 태우거나 또는 과실로 자기 산림에 불을 태워서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또 내년 2월 1일부터는 올해 제정된 산림 재난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그 법이 적용된다"고 했다.
이어 "방화로 산불을 낸 경우에는 처벌 수위가 더 높다. 산림보호구역이나 보호수에 불을 지른 경우에는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면서 "실화 처벌 수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했다.
손 변호사는 "산림청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산불 가해자 검거율이 21년에는 31.8%였다가 올해는 46.1%니까 절반 정도는 잡아낸다"며 "이렇게 붙잡아도 징역형은 집행유예까지 포함해도 5.26%, 벌금형은 19.8%"라고 했다.
민사적 책임에 대해선 "대형 산불의 경우에는 애매하다.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고 또 배상으로 생기는 어떤 책임이 중대하게 생계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감액이 가능하고, 감액을 하더라도 한 사람이 이렇게 큰 어떤 책임을 혼자 다 지는 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결국은 국가 그리고 사회의 부담으로 남아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 다 우리 세금으로 나눠 가지고 부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북 의성군 특별사법경찰은 '경북 산불'을 낸 혐의(산림보호법상 실화 등)를 받고 있는 A 씨를 오는 31일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별사법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은 A 씨가 인명·문화재 피해를 일으킨 만큼 그에 대해 '산림보호법'뿐 아니라 형법과 문화재보호법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문자 등 정부 당국의 산불 대응 시스템 미비가 더 큰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불 피해 주민인 김진득 경북 영양군 석보면 이장협의회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피해 당시 상황에 대해 "제때 (대피 안내를) 받았다고는 얘기 못한다"면서 "제가 마을 주민들한테 대피 방송을 두 번 하고 나니까 그때야 (관공서) 직원이 연락이 오고 이런 상태였다. 관공서에서는 불이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정확히 파악을 못 한 상태"라고 했다.
대피 과정에서도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아무 도움 못 받았다. 그래서 제가 우리 집 식구하고 집마다 노약자 독거노인 사는 집만 빨리 들어가서 모시고 내 차에 태우든지. 그리고 전부 도롯가에 그 어른들 내보내서 도로에 올라가는 차고 내려가는 차고 무조건 세워서 이 사람들 대피시켜서 석보면사무소나 영양군청에 데려다 달라고 그런 식으로 대피하고, 돌아보니까 마을 전체가 불바다가 다 됐다"고 전했다.
산불 발생 이후 안동에 머무는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같은 방송에 출연해 "진화가 끝나면 이 모든 것을 우리가 꼼꼼히 조사를 해야만이 이 초유의 재난에 대해서 앞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비 지침이나 혹은 흔히 얘기하는 매뉴얼이 나올 수 있다"며 "정확하게 불이 언제 언제 번져갔고, 신고는 언제 언제 들어왔고, 심지어 그리고 재난문자는 어떻게 발송했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해 본다면 그때 확산 시간이 정확하게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산불 피해 면적보다도 사람이 죽고 사는 인명 피해가 얼마나 되느냐가 이런 재난에 있어서 우리가 가장 대비해야 되고 놓치지 않아야 될 대목인데 저희가 볼 때는 방심한 부분은 있지 않나 (싶다)"면서 "안동시 같은 경우는 제가 그날 오후 계속 동안동 IC에서 안동 시내까지 들어오면서 재난문자가 5분 10분마다 계속 떴는데 안동시에서는 대피하라는 것 이외에 대피 장소가 특정되지 않고 어떻게 대피하라 이런 거 없이 그냥 대피하라 대피하라만 계속 반복적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각하게 우리가 진단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안동은 2020년 이후에 지금까지 대형 산불을 서너 번 겪었고, 영덕 같은 경우도 2022년 11개 대형 산불의 첫 산불이 2월 16일 영덕에서 발생을 했다"며 "영덕군청의 관계자 영덕군수나 안동시장이 과연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떤 판단과 대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확인을 해야 한다. 시장님이나 군수님에게 책임을 묻고 따지는 측면이 아니라 이 재난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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