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전북의 야권 2당은 지금 '논평 전쟁' 중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각자의 강건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는 야권의 2당은 조기 대선과 이후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논평전(戰)'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 향후 조기 대선의 탄력적 가도를 달리게 된 26일에도 양당은 곧바로 환영 논평을 내고 전북민심의 주를 이루는 헌재의 신속한 탄핵을 촉구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이 이날 오후 5시6분에 입장문을 내자 조국혁신당 도당은 오후 7시55분경에 이 대표 무죄 판결과 산불 관련 2개의 논평을 동시 다발적으로 내놓았다.
민주당 도당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고법의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윤석열 정권이 광적으로 추진한 정적 죽이기가 윤석열 파면과 함께 끝나야 함을 강조한다"고 '尹 파면'을 촉구했다.
거짓으로 얼룩된 이재명 재판을 조속히 정리하고 대한민국을 짓누르는 진짜 '리스크'이자 '사회 암'을 적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소 타이밍이 늦은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망상과 망동에 사로잡혀 내란 극우세력과 하나가 돼 반사이익을 고대했지만 국민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격 강도' 측면에서 한발 더 나갔다.
혁신당 도당은 여기다 "전북 산불 피해 복구와 일상회복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별도의 논평을 내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양당은 탄핵 국면의 고비마다 서로 논평을 내며 같은 방향에서 뉘앙스를 달리하는 어조로 여러 합을 겨루왔다.
헌재의 한덕수 총리 기각 결정과 관련한 논평은 혁신당 전북도당이 빨랐다. 혁신당 도당은 지난 24일 "법복 귀족들의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헌재를 겨냥해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양당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지난 22대 총선부터 본격화했다.
2022년 4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북이 텃밭임에도 정당 지지율 측면에서 37% 수확에 그쳐 45%를 확보한 조국혁신당에 뒤졌다.

전북 10개의 선거구를 완승한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에서 2등 정당으로 미끄러지면서 혁신당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검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이후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공동의 힘을 쏟았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최근에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둔 '몸 풀기'의 논평으로 잽을 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직력이 약한 혁신당 도당의 논평전은 강도와 빈도 측면에서 앞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인적 우위에 있는 민주당 도당은 핵심을 찌르는 질적 승부로 맞대응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민들은 양당의 논평 전쟁이 '공허한 말 싸움'으로 전락해선 안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용은 전혀 없이 화려한 수사만 남발하거나 이행 가능성이 없는 빈 말만 늘어놓는 논평전은 피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텃밭인 전북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조국혁신당이 아무래도 공세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양당의 선의 경쟁은 좋지만 논평이 '말의 성찬(盛饌)'으로 끝나지 않도록 실행력을 담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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