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윤석열이 합법의 탈을 쓰고 탈옥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헌재는 마지막 변론기일이 22일이 지났건만 여전히 파면 선고를 미루고 있습니다. 내란세력이 계엄을 일으키기 위해 북한과의 충돌까지 유도하며 아파치 부대를 북방한계선을 따라 비행시키는 훈련을 네 차례나 감행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는데 헌재는 왜 좌고우면하고 있습니까."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8일 늦은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열린 긴급집회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미루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규탄했다.
이 이사장이 언급한 내용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이 폭로한 것으로, 군이 지난해 6‧7‧8‧11월 백령도 인근에서 해병대 포사격 후 전투기와 아파치 헬기를 동원해 위협 비행을 실시하는 '통합정보작전'을 실시하며 북한과의 무력충돌을 유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그 사이 민생은 파탄 났고 국민 분열은 심화됐고 국격은 끝 간 데 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윤석열 '브랜드 코리아'를 쓰레기로 내던졌다. 민주주의 훼손, 국가 이미지 실추, 국민 분열, 국익 손실,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그 효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100년 전 오늘 3월 18일은 임시정부 의정원이 대통령 이승만의 탄핵을 결의한 날"이라며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 민주 시민들, 힘차게 외쳐보자. 주권자가 명령한다. 윤석열을 탄핵하자!"고 외쳤다.
고등학생 딸의 아버지로 자신을 소개한 시민 박석진 씨는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저도 집을 나섰는데, 딸아이가 엄마한테 '아빠 혹시 감옥 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면서 "만약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국회에 간 저를 비롯한 여러 시민들이 지금까지 밝혀진 바와 같이 체포당하고 고문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은 그가 비겁해서도 비열해서도, 적대적이어서도, 망상적이어서도 거짓말쟁이어서도 아니다. 그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12.3 같은 밤을 계속해서 반복할 것이고, 우리들의 소중한 삶과 생활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시민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의지를 보여왔다. 이제 헌재가 답을 할 때"라며 "헌재 재판관들에게 이 나라 민주주의의 역사와 이 사회 진전에 대해 고려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로만 판결해 주실 것을 원한다. 그 이후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석방과 함께 절친한 친구를 떠나보냈다는 마음 아픈 고백을 한 시민도 있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성소수자로 자신을 소개한 명이 씨는 "계엄 전 그 친구와 예쁜 카페에 가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는 산책 메이트였다. 그러나 계엄 이후 저와 친구의 일상이 바뀌었다"면서 "그 친구는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윤석열이 구속 취소가 된 날 여느 때와 같이 집회에 왔다가 제 친구는 옆에서 울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 친구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에게 '두렵다'고, 또 '군인들이 우리 동지들에게 총을 겨누면 어쩌냐'며, '날 끌고 가면 어떻게 하냐'고 불안해하길래 내가 지켜주겠다고 같이 울며 안아줬다"면서 "시간이 흘러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친구의 부고 소식이었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이 파면 되면 같이 전처럼 예쁜 카페에서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고 행복하게 지내자고 했는데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고 울었다"며 "여기 계신 동지들에게 부탁 하나 드린다. 우리 노동자·여성·성소수자·장애인들이 더이상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세상이 되도록 함께 만들어 주시고 나아가도록 도와주시라"고 호소했다.
비상행동 공동의장인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비상계엄 이후 극우 선동 속에서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차별과 혐오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또 다른 사명은 한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차별을 부수고 광장이 만들어 낸 평화의 언어, 사랑의 언어, 연대의 언어를 시민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광장의 언어를 우리의 일상으로 가져와 새롭게 꽃 피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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