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고/ 평범한 척도로는 측정할 수 없다./ 러시아는 그 자체로 특별하므로/ 그저 러시아를 믿을 수밖에 없다." (표도르 튜체프 <러시아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다>)
어린 시절 러시아 문학이 러시아를 이해하는 전부였다. 누구나 그러했듯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레프 톨스토이, 미하일 숄로호프... 지금도 가슴이 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다. 책의 문장을 빌어온다.
"가끔 러시아는 어떻게 살면 안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예정된 것처럼 보인다." (표트르 차다예프) 조금 더 매몰차게 이야기하자면, 결국은 제 얼굴에 침 뱉기가 되겠지만 이렇겠다.
"어떤 이상을 위해 악행을 저질러야 한다면 그 이상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스트루가츠키 형제 <세기의 탐욕스러운 물건들>)
독서인을 자처하지만 사실 나는 문장 수집가이기도 하다. 순전히 책 제목 때문에 선택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은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벨랴코프 일리야의 <러시아의 문장들>이다. 러시아 문학에 대한 특별한 문장의 표집과 쉬운 설명, 비교문화적 식견이 놀랍다. 출판계가 좋은 저자를 발굴했다. 미국·중국·일본에 편중되어 가는 문화적 이해를 다양화할 수 있는 매개로 계속 저술에 집중해주기를 기대한다.
우리만 그런줄 알았더니 러시아 사람도 그런 모양이다. "러시아 문학의 기본은 고생이다. 주인공이 고생하거나, 저자가 고생하거나, 독자가 고생한다. 셋 다 고생하는 작품은 명작이다." 그 명작들 중에서 문장들을 추려냈다. 어제와 오늘의 러시아를 표현하는 강렬한 문장들이다.
"나는 떨고 있는 벌레인가, 권리를 가진 인간인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이중문화적 배경이 책의 진가를 드러낸다.
"지금까지 읽어 본 (한국의) 작품 중에서 ‘행복’을 주제로 삼는 작품은 많이 만나지 못했다. 반면 러시아 문학에서는 행복이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지 탐구하는 작가가 많다. 행복이 주요 주제가 아닌 작품에서도 행복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허다하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가 고민하는 것도 행복이고, 막심 고리키의 <밑바닥에서>의 노숙자가 무의식적으로 찾는 것도 결국 행복이다."
추천하고 싶은 고마운 책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