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우호적 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2기 임기 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 속에 2026년 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가졌던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재개할 계획인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럴 것이다. 김정은, 북한과 훌륭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만났고, 베트남에서도 만났고 정말 잘 지냈다.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를 맺었고, 지금도 그렇다"라며 2018년과 19년 각각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지만, 분명한 건 (북한은)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며 지난 1월 20일 취임 당일에 밝혔던 북핵에 대한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그는 첫번째 집권 직후인 2017년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매우 거칠게 시작되었다. 말들이 매우 강경했다. 약간 위험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김정은)는 오바마를 만나지 않았고,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에 있어 오바마 대통령보다 본인이 더 잘 지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에 대해 재차 열려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에 이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발간한 신간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에서 "2025년에는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낮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북미 접촉이 일어나고, 2026년에는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높음'으로 예측한다"며 "'김정은-트럼프 시즌 2'의 관건은 북미 접촉과 실무 회담에서 '서로 만족할 수 있고 이행 가능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2026년으로 예측한 이유에 대해 "2025년은 (북한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선포한 경제 건설 및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다. 따라서 2025년에는 5개년 계획의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2026년 초에 열릴 것으로 예측되는 9차 당대회를 계기로 대미 전략의 윤곽을 드러내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이유로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계 개선에 상당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2021년 제프리 펠트먼 전 유엔 사무차장의 발언은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펠트먼 전 차장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백악관을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며 "내가 김정은과 만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트럼프의 조선(북한)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대권의 꿈을 표출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생겨났다"며 "트럼프는 1999년 10월 24일 미국 방송 NBC에 출연해 '그들(북한)은 결코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고', '이유가 있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그 이유를 캐내겠다고 역설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집권 당시 행정부에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하거나 방해한 참모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 부대표를 지낸 알렉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보수석부보좌관으로, 리처드 앨런 그레넬을 대통령 특임 특사로 지명하면서 북한 문제를 언급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트럼프는 임기 첫해부터 북미 회담을 향한 수순을 밟으면서 정상회담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이에 대해 이견을 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트럼프의 계획과 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중 전략 경쟁 등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대외 정책 사이에 엇박자는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사실 이들 사안과 대북 정책은 '연결된 문제'"라며 "트럼프가 러-우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복병으로 떠오른 조선의 대러 무기 지원과 파병 문제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트럼프는 러우 전쟁이 계속될 경우 김정은과 친분을 내세우며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조선의 대러 군사 지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이것이 조선과의 소통 채널이 완전히 막혀 속절없이 우려만 표명하던 바이든 행정부와 확실한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고, 러-우 전쟁 종식 및 북미 관계 개선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 대표는 "2024년 10월 11일 디트로이트 대선 유세에서 (트럼프는) '내가 노벨상을 원한다거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버락 오바마도 2009년에 노벨상을 받았는데 '왜 나는 받지 못했나'라고 말했다"며 "3선에 도전할 수 없는 그로서는 노벨상 수상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업적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인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에 대해 정 대표는 "조선은 미국에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2019년이 지나자 대미 관계 정상화의 미련을 접었다. 그리고 그 후 '가난하고 고립된 핵개발국'에서 '가난과 고립을 탈피한 핵보유국'으로 변모해왔다"며 "조선의 대전환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가시적인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의 재등장은 조선의 전략적 셈법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조선은 트럼프의 당선을 계기로 대외 전략 노선의 재검토에 들어갈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며 "조선은 북미 정상회담 프로세스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과 존 볼턴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X맨들'이 농간이 컸다고 본다. 이에 따라 조선은 북미 정상회담을 서두르기보다는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팀 구성과 입장을 먼저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김정은 정권은 트럼프의 귀환을 계기로 국가 전략에서 또 하나의 선택지를 쥐게 될 공산이 커졌다. 트럼프의 묵인하에 핵보유국 지위를 굳힐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강 정책에 비핵화를 포함시키지 않았고,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내 핵보유국 지도자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한 것도 조선의 기대치를 높이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종식되면 이 전쟁을 계기로 밀착되어온 북러 관계도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며 "조선은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추구하려고 할 것이다. 미중 전략 경쟁은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줄 터이고, 북미 정상회담은 조선의 등거리 외교를 위한 유력한 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아마도 그(김정은)의 머릿속에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도 '북러 동맹 유지-북중 관계 안정화-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략적 지위를 다질 수 있는 구상이 맴돌고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고 접근해온다면, 김정은도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북미 정상이 모두 회담에 동의한다면 이제 남은 것은 어떤 의제를 가지고 서로 주고 받을지의 문제다. 정 대표는 북한이 제시하는 조건은 "트럼프가 과거에 약속했던 한미연합훈련 중단 및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선 후 한층 강해진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중단, 그리고 비핵화 요구 철회" 등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조선의 조치, 즉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비핵화 문제는 장기 과제로 논의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하면서도 한미 양국이 이번처럼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이어갈 경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 대표는 "이런 전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한국의 대처 방향"이라며 "한국은 군비 통제나 핵군축 모델이 '최악'이자 '재앙'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북미 중심으로 전 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