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우리 국민들은 지난 2년 반의 민주당의 국정마비, 국헌문란 행태들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변해온 '계몽령' 주장을 당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권 비대위원장은 13일 오전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탄핵심판으로 나라의 실상이 알려질수록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라갔고 대통령 복귀에 찬성하는 여론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으로 국민들이 '깨어났다'며 이른바 '계몽령' 주장을 강변해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내세우면서도 비상계엄 자체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권성동 원내대표)는 등 거리를 둬 왔는데, 윤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이 최소한의 거리두기마저 무너진 모양새다.
권 위원장은 야당을 겨냥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또 다시 민주노총의 손을 잡고 거리로 뛰쳐 나왔다. 북한 지령을 받아 체제 전복 활동을 폈던 바로 그 민주노총", "탄핵찬성 집회에는 공산주의 깃발이 휘날리고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동맹 반대, 주한미군 철수 등의 선전물이 넘쳐난다"고 맹비난했다. 이 역시 탄핵찬성을 북한 또는 중국의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극우성향 강성지지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이다.
권 위원장은 또 "(국민들은) 민주당의 탄핵공작과 민주당과 공수처, 서부지방법원으로 이어진 거대 사법카르텔을 보면서 이들이야말로 진짜 내란 세력 아닌가 비판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의 스토킹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깨어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은 검찰의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대단히 경솔한 발언", "자꾸 민주당 편을 들어주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천 처장은 전날 국회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이 형사소송법을 위반에 해당한다는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 "법원 결정은 상급심에서 번복될 때까지는 존중되는 것이 법치주의의 근본"이라면서도 "실무와 다소 결을 달리하는 판단", "즉시항고를 통해서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천 처장의 개인의견에 불과하지만 법원의 행정업무를 관장하는 행정처장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사법체계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대단히 경솔한 발언"이라며 "대법관이 중앙지법 합의부의 판결을 부정하고 번복시키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재판의 독립성 원칙을 훼손하고 3심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천 처장을 겨냥 "천 처장이 국회에 나와서 자꾸 민주당 편을 들어주는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다. 대단히 우려스럽고 이에 대해서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해 사법부를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특히 천 처장이 앞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계엄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데 대해선 "위헌·합헌 여부는 헌법재판관들이 판단할 사안인데 대법관이 헌재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간 정치권은 쟁점 사안에 대해 법원행정처장의 법리 해석을 구해왔는데, 이를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고위공직자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 국면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천 처장 발언을 인용해 공수처를 비판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천 처장에 대해 "국회에 나와서 자꾸 이재명 세력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등 '야당결탁설'을 제기하는 한편 "검찰이 법원행정처장의 개인적인 의견과 월권에 흔들려선 안 된다"고 즉시항고를 포기하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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