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고기 요리도 좋아하고 곰 발바닥 요리도 좋아한다. 그러나 두 가지를 동시에 먹을 수 없다면 물고기 요리를 포기하고 곰 발바닥 요리를 먹을 것이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대목이다. 맹자가 물고기 대신 곰발바닥 요리를 선택한 것은 물고기를 싫어하고 곰발바닥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둘 다 좋아하지만 반드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는 곰발바닥 요리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맹자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일까. 그 뒤에 이어지는 글을 보면 파악이 가능하다.
“나는 풍요롭고 안락한 삶도 좋아하고 올바르고 의로운 삶도 좋아한다. 그런데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다면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버리고 올바르고 의로운 삶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죽음을 싫어한다. 그러나 구차한 삶도 싫어한다. 두 가지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죽음을 선택할 것이다. 삶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로움을 버리고 삶을 취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은 무엇인가. 물고기 요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곰발바닥 요리를 더 좋아하는 것이며,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의로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생은 이처럼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를 결정한다.
최근 경기도는 GH의 구리시 이전 절차의 중단을 선언했다. 경기도는 “지금 구리시장은 GH 이전과 서울편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구리시가 서울시에 편입되면 경기도 공공기관인 GH가 구리시에 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개인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구리시민을 기만하고 구리 시민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 만약 구리시장이 구리시 서울편입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GH의 구리시 이전은 백지화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경기도의 입장은 ‘구리시는 서울 편입 시도를 중단할 것, 중단하지 않으면 GH의 구리시 이전은 백지화될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매우 간단한 내용이다. 게다가 아직 백지화된 것이 아니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구리시는 지난 25일, 입장을 표명했는데 그 내용이 매우 모호하다. 구리시가 밝힌 내용을 정리하면 ‘GH 유치와 서울 편입은 모두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따른 것일 뿐 시장 개인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추진하는 사항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은 뒤로 빠지고 시민들을 앞세우는 듯한 모습이다.
여론은 늘 울퉁불퉁하다. 하나로 통합되기 어렵다. 이해관계와 개인적 호불호가 갈리는 게 당연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치인이고 리더십이다. 서로 모순되는 의견을 조율하고 정리하는 게 그의 책무다.
유가(儒家)의 선배들은 말한다. 군자(君子)의 행복과 민중(民衆)의 행복은 서로 다르다고. 군자의 행복은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이고 민중의 행복은 궁핍하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 사이에 접점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민중이 궁핍하지 않은 삶을 사는 세상이 바른 세상이다. 그러므로 민중의 행복은 결국 군자의 행복이 된다.
서울 편입과 GH 유치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정리해야 하는 사항이다. 모두 시민들이 선호하는 것이라고 할 때 리더는 이를 정리해야할 의무를 지닌다. 시민들을 설득하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
맹자는 왜 물고기를 버리고 곰발바닥을 취했는가. 모두 가질 수 없다는 전제조건 때문이다. 다 가질 수 있다면 맹자도 그렇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서울 편입은 구리시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결론이 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구리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GH 유치는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구리시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경기도와 구리시 사이의 단순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리시의 힘으로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우선 GH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서울 편입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사이에서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면 그때 고민하면 된다.
‘GH 유치와 서울 편입은 모두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따른 것일 뿐 시장 개인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추진하는 사항이 아니다’라는 구리시의 입장은 명쾌하지도 않고 용감하지도 않으며 합리적이지도 않고 구리시에 이익을 가져오지도 않는다.
시민을 앞세우고 뒤로 물러서지 말고 시민들 앞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내가, 모든 이익은 시민에게’라는 자세를 보여주시기를 소망해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