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가 살아갈 나라를 직접 보러왔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변론일인 25일,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에서 만난 20대 초반 남성 대학생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판결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잘 결정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날 헌재에는 재판정 입장이 가능한 오후 1시경부터 역사적인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을 보려는 시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30대 여성 B씨는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방청객들은 대체로 윤 대통령이 탄핵재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데 대한 분노를 표했다. 40대 남성 C씨는 "탄핵안이 인용될 거라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하는 말을 들으며 계속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30대 여성 D씨는 "재판관들이 잘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한 이야기에 대해 "듣고 나니 윤 대통령에게 더 반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변론이 두 시간 반째 진행 중이던 오후 4시 30분경 헌재에 도착해 증거조사와 양측 종합변론은 보지 않고, 최후변론 직전인 오후 9시경 재판정에 들어섰다.
서울구치소에서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최후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더니 곧바로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고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제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의 증언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며, 12.3 비상계엄은 "긴급 국무회의"를 거친 "합법적 권한행사"였다고 강변했다.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과 정치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말도 꺼냈다.
재판 뒤 만난 방청객들의 윤 대통령 최후변론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다. 20대 여성 E씨는 "처음에는 사과를 했는데 뒤로 가니 이전에 했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딱히 크게 와닿는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F씨도 "사실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끝까지 똑같은 이야기를 하셔서 실망스럽기도 했고, 탄핵이 돼야겠구나 확신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40대 남성 G씨는 "복귀 의사를 계속 밝히는 게 안 좋았다. 복귀를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당연히 탄핵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재판의 방청 신청자는 1868명이었고, 그 중 20명이 선정됐다. 경쟁률로는 93.4 대 1이다. 통상 헌재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라 방청이 가능하며, 방청권은 재판 한 시간 전부터 선착순 배부한다. 하지만 이번 탄핵심판에는 시민의 참석 열기가 강해 온라인 추첨으로 방청석을 배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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