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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2의 '딥시크' 나올 수 있는 이유…답은 기초학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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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2의 '딥시크' 나올 수 있는 이유…답은 기초학문에 있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교육부의 기초강화 계획과 인문학 학문후속세대 육성

중국 교육부는 2020년부터 중국의 주요 국립대학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문 인재 양성을 위한 기초강화 계획(强基计划)을 시행하고 있다. 기초강화 계획은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사학, 철학, 고문자학에 재능과 흥미가 있는 학생들을 대학 학부 입시에서부터 기초학문 전공 선택으로 학교와 학과 지원을 유도하고 입시에 합격한 학생들을 기초학문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성과와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미국에서 화제가 된 중국 민영기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인해 중국의 기초과학, 이공계 인재 양성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교육부의 기초강화 계획에서 인문학 인재 육성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의 기초강화 계획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문학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학문후속세대 육성에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학 입학부터 박사 이후까지 체계적 교육 및 생애주기 관리

중국 교육부의 기초강화 계획에서 육성하고자 하는 인문학 전공은 사학, 철학, 고고학, 고문자학이다. 이들 전공은 중국에서도 다수의 대입 수험생들이 이공계와 자연계에 비해 선호하지 않는 비인기 전공으로 분류되고 중국의 국내 대학들 중에는 이들 전공을 포함한 인문학 전공의 학부 정원 모집보다 이공계 전공의 학부 정원 모집을 좀 더 늘리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문학 분야의 기초강화 계획에 참여하는 중국의 주요 대학들은 수학, 화학, 생물학, 물리학 분야에 참여한다고 알려진 39개 대학들보다 적은 20개 대학이다.

베이징대학의 경우 사학, 고고학, 철학, 고문자학 전공, 칭화대학, 중국인민대학, 베이징사범대학, 푸단대학의 경우 고문자학, 사학, 철학 전공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밖에 중앙민족대학, 화동사범대학, 난징대학, 둥난대학, 난카이대학, 저장대학, 샤먼대학, 산둥대학, 우한대학, 화중과기대학, 쓰촨대학, 시안교통대학, 지린대학, 란저우대학 등도 참여 대학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교육부가 사학, 철학, 고고학, 고문자학의 인재를 대학 입시에서부터 발굴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들 기초학문의 실용성과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학부생들이 사학 전공에서 배우게 되는 시대별, 국가별 역사는 다양한 이야기의 원천이 되어 소설, 드라마, 연극, 뮤지컬에 활용됨으로써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문학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철학은 철학의 세부 전공인 논리학을 통해 수학과 연계되며 학생들이 논리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면 법조계, 인공지능(AI) 등의 실용성 있는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수학 전공에서의 논리학은 아시아에서 아직 전문가가 많지 않은 분야여서 중국에서도 전문가 양성이 필요한 분야이며 중국의 유명 IT기업 화웨이의 창업주 런정페이도 상술한 바와 같은 논리학의 장점들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논리학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고고학과 고문자학, 박물관학은 중국의 전통 문화 유적 발굴을 통한 중국 고대 문화와 고대사 연구, 중국의 박물관의 수준 제고와 효율적인 관리에 필수적인 학문이다. 문물학은 중국의 고대, 근대의 유물에 대한 전문적인 감정을 통한 가치 평가,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별되는 유물의 박물관 소장, 전시 및 관리를 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있어서 중요한 학문이다.

이와 같은 기초학문 전공들의 강점과 실용성 때문에 중국 교육부는 20개 주요 국립대학에서 기초강화 계획 전형으로 인문학 기초학문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기초학문 전문가로 활동하고자 하는 대입 수험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이들이 지원한 기초학문 전형 전공에 합격하면 학부 4년 동안 별도의 커리큘럼을 수강하고 소규모 클래스에서 기초부터 심화 학습까지 할 수 있으며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석박사과정 무시험 입학 추천, 해외 유명대학으로의 국비 유학생 선발, 학부 및 대학원 재학 중의 장학금 혜택에서 우선권을 획득할 수 있다.

▲ 생성형 AI프로그램 딥시크. ⓒ딥시크 화면 갈무리.

장점과 문제점, 한국에 제공하는 시사점

인문 분야의 기초학문 인재를 학부 1학년부터 양성하고 확보하고자 하는 중국 교육부의 기초강화 계획은 기초학문 인재의 감소를 완화하고 기초학문에 뜻이 있는 인재들의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체계적인 학습과 연구를 도와주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사학, 철학, 고문자학, 고고학은 학부 때부터 주요 문헌에 대한 강독과 심도 있는 학습이 선행되어야 전문가로 활동하기가 수월해지므로 학부 과정에서부터 지도교수를 만나서 소규모 인원으로 수업을 듣고 문헌의 다독 및 심도 있는 학습을 진행하는 일은 상당히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강화 계획 전형으로 입학한 대학생들은 학부 1학년 때부터 전공을 정해서 진로를 미리 어느 정도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전공 수업들을 다양하게 듣고 경험하면서 좀 더 다양하게 진로를 탐색하고 정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는 문제점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기초강화 계획을 통해 대학에서 기초학문 분야에 정진하고 대학이나 국가,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연구기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전문가로 일하는 것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2025년은 기초강화 계획으로 입학한 중국의 대학생들이 처음으로 졸업하는 해이기 때문에 아직 인문학 분야의 기초강화 계획의 구체적인 성과를 논의하기는 어렵지만, 기초강화 계획은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도 교육부와 대학들이 인문학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일부 민간 재단들은 인문학 분야의 신진 학자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한국에서도 중국의 기초강화 계획에서처럼 인문학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학부생들이 있다면 그들을 위한 소규모 심화수업 운영, 석박사과정 무시험 입학, 국비 해외유학의 우선권 부여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는 방안을 검토해 보고 우리 실정에 맞게 시행해 본다면 인문학 기초전공의 학문후속세대의 보다 효과적인 양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부와 국내 대학의 전문가들과의 협의와 연구를 통해 사학, 철학, 고고학, 박물관학 전공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학부생,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교류 프로그램의 활성화도 추진한다면 한국과 중국 간의 보다 깊이 있는 인문교류를 하고 양국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중 우호협력을 심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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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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