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인생을 함께한 배우자의 존재는 개인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그런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해 본인의 사망 확률이 증가하는 현상을 '사별 효과(Widowhood effect)'라 한다. 기존 연구들은 사별이 상실 증후군과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남겨진 배우자의 건강과 생존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해왔다. 또한, 결혼이 사회제도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배우자들은 유사한 사회적 특성과 경험을 공유하며 결혼 생활을 지속해나간다. 부부는 비슷한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살아가며, 이는 결국 배우자가 사망하면 남겨진 배우자도 비슷한 수준의 사망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소개할 연구는 사별 효과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 확장하여 사회 구조적 요소로서 사회 네트워크에 주목하였다(☞논문 바로가기: 배우자 사별과 사망률: 사회적 네트워크의 영향). 연구진은 배우자 사망 이전에 "각자가 상대방의 사회적 관계망에 얼마나 개입되어 있었는지(Embeddedness in each other's social network)"에 따라 사별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탐구하였다. 이를 위해 미국의 '사회생활, 건강과 고령화 프로젝트(National Social Life, Health, and Aging Project, NSHAP)' 데이터를 사용하여, 배우자의 사회적 네트워크 포함 정도가 사별 후 남겨진 배우자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배우자의 네트워크 포함 수준은 응답자의 사회적 관계망 내에서 배우자가 다른 구성원들과 얼마나 자주 상호작용했는지의 빈도를 기준으로 측정했다. 그렇다면, 배우자가 생전에 상대방의 사회적 네트워크에 깊이 포함되어 있을수록 남겨진 배우자의 생존율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까? 반대로, 배우자가 자신의 사회적 관계망과 덜 연결되어 있을 때 더 큰 악영향을 받을까?
분석 결과, 배우자가 생전에 응답자의 사회적 관계망 내 다른 구성원들과 자주 소통했던 경우(최소 주 1회 이상 대화), 사별 이후에도 남겨진 배우자의 생존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배우자가 네트워크 내 다른 사람들과 거의 소통하지 않았던 경우(주 1회 미만 대화), 사별 이후 남겨진 배우자의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특히, 배우자가 네트워크에 깊이 포함되어 있었던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도 사회적 연결이 활발했던 경우 사망 위험이 24%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배우자의 네트워크 포함 수준이 높을수록, 사별 이후에도 기존의 사회적 지원망이 유지되어 심리적·신체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서로 독립적인 사회적 관계망을 가진 개인이 배우자 사망으로 인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무엇을 시사할까? 연구진은 이 경우 배우자의 사망이 단순한 정서적 상실을 넘어, 배우자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던 사회적 지원의 단절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배우자가 생전에 상대방의 사회적 관계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면, 사별 이후에도 기존 네트워크가 유지되면서 정서적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배우자가 별도의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생활했다면, 배우자의 사망과 함께 이러한 사회적 지원도 단절될 위험이 커지며, 남겨진 배우자는 적절한 감정적 지지를 받기 어려워지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노년층에서 배우자의 사별은 생애주기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배우자가 생전에 얼마나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구 결과는 배우자의 사회적 관계망이 남겨진 배우자의 생존과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며, 사별 후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배우자가 남긴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별 이후 남겨진 배우자의 건강과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노년층에서 사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다각적인 개입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서지 정보
Cornwell, B., & Qu, T. (2024). "I Love You to Death": Social Networks and the Widowhood Effect on Mortality. Journal of Health and Social Behavior, 65(2), 273-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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