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가가치세를 관세로 간주하고, 부가가치세 제도를 시행 중인 나라에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배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17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트럼프의 '부가가치세 이유 상호관세'는 1947년 관세 무역 일반협정(GATT) 이래 78년 간 유지된 최혜국 대우 핵심 원칙을 뒤엎는 것"이라며 "어떤 WTO 규범과도 전혀 양립할 수 없는 이단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가가치세 제도를 핑계로 상대국마다 관세를 달리 매기겠다는 '부가가치세 이유 상호관세'는 78년 역사의 통상법 핵심 원칙을 깨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혜국 대우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통상조약 등을 체결·갱신할 때 다른 나라에 부여했던 대우 중 최고 대우를 부여하도록 한 국제 무역 규범이다. 무역장벽 완화를 위해 설계된 이 규범은 1947년 GATT 출범과 함께 등장했고 1995년 WTO 설립 이후로도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이 해당국에 최혜국 대우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된다.
게다가 부가가치세는 수입품만이 아니라 자국 생산 제품에도 부과되기 때문에 이를 관세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역시 자국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성격의 '판매세'를 각 주 정부별로 매기고 있다.
송 변호사는 또 "WTO가 없었다면 미국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레이아웃 디자인을 지적 재산권으로 보호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WTO가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에 따라 가입국의 지적 재산권을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고, 미국도 이에 따른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미국은 엔비디아, 퀄컴 등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을 보유한 국가다. 시장조사기관 디지타임스 '반도체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이같은 국제 규범에 힘입어 2022년 기준 5559억 달러 규모 세계 반도체 매출의 약 49.3%를 차지했다.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송 변호사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미국의 이익은 WTO 체제로 보호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WTO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울러 "트럼프의 파괴적 통상 정책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미국 시장의 국제 비중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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