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이하 현지시간)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이르면 4월부터 정책 적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여지를 뒀다는 안도감이 나오는 반면 규제·세금 등 비과세 장벽까지 살피겠다는 예고에 한국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들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서 인도 또한 상호 관세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인도는 미국산 연료를 더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미가(MIGA· 인도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표현을 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사려 애썼다.
13일 백악관 누리집에 공개된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 행정부는 각 외국 무역 파트너에 대해 동등한 상호 관세를 결정함으로써 비상호적 무역 협정에 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며 "포괄적인 범위에서 모든 미국 무역 파트너와의 비상호적 무역 관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국의 관세 뿐 아니라 보조금, 규제, 정책, 관행 등 비관세 장벽,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세금 등까지 살피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별도의 설명 자료를 통해 에탄올에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브라질은 15%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오토바이에 대한 관세가 미국은 2.4%인데 인도는 100%에 달하고, 유럽연합(EU)의 경우 수입차에 관세 10%를 부과하는데 미국은 2.5%를 부과하는 데 그치는 등의 사례가 있다며 이들을 앞으로 들여다볼 사례로 제시했다.
또 캐나다와 프랑스 등이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 기업에 미국에는 없는 디지털서비스세 등을 부과해 미국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간다고 비난하며 이 또한 살필 것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상호 관세에 대해 설명하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부과하는 게 무엇이든, 더 많지도 적지도 않게 우리도 그들에게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이 "사실상 우리가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공정한 숫자를 넣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 비금전적 무역 장벽의 정확한 비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예상 관세 부과 시점까지 한 달 반가량의 시간을 두고 나왔다. 협상 여지를 열어 뒀다는 점에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미 ABC 방송을 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지명자는 "(상호 관세 관련) 조사가 4월1일까지 완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원한다면 4월2일부터 (관세 부과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보면 백악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기존 구조 탓에 무역 환경이 얼마나 불균형한지에 대해 세계 각국과 논의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각국이 관세를 낮추길 원한다면 기꺼이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가능한 상호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 왔던 보편 관세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다른 나라들이 조금이나마 안도할 수 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다만 ABC는 미 당국자들이 "무역 적자와 관련해 우리가 가진 국가적 위기"를 감안할 때 보편 관세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비관세 조치 또한 살피겠다고 한 데 따라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이미 미국 수입품에 거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한국 등 상호 관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국가들의 경우에는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백악관 당국자는 "이 각서에서 주목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모두가 잘 아는 관세이지만 대통령은 비금전적 혹은 비관세 장벽에 대해서도 레이저 광선처럼 집중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일본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를 갖고 있지만 구조적 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미 흑자도 경각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로이터>를 보면 백악관 당국자는 대미 무역 흑자가 크거나 "지독한" 경우 상호 관세의 우선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인구조사국 자료를 보면 2024년 미국이 가장 큰 무역 적자를 기록한 나라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이지만 한국도 8번째로 적자폭이 큰 국가로 집계됐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달 만에 3%대로 상승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관세로 인해 "단기적으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물가 상승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어 "가격은 내려갈 것"이며 "장기적으론 우리나라가 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모디 총리와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모디 총리를 "친구"라고 불렀지만 "인도가 뭘 부과하든 우리도 부과할 것"이라며 인도 또한 상호 관세를 피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관세가 "매우 높다"고 비난하며 지난해 기준 500억 달러(약 72조100억 원) 수준인 대인도 무역 적자 규모를 2배로 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인도가 미국산 석유과 가스를 더 많이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도에 대한 군사 판매를 수십억 달러 늘리고 궁극적으로 F-35 스텔스 전투기를 인도에 공급할 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혹은 마가(MAGA)"를 언급하고 이에 맞춰 "인도를 다시 위대하게(make India great again) 혹은 미가(MIGA)"라는 구호를 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사려 애썼다. 모디 총리가 "마가와 미가가 결합되면 메가(MEGA·거대한)"가 된다며 미국과의 "메가 파트너십"을 추구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모디 총리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최근 인도에선 미국이 인도인 불법 이민자를 항공기에 실어 인도로 추방하는 과정에서 이민자들의 손발을 묶는 학대를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분노가 터져 나왔지만 모디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미국에 불법으로 거주하는 인도인을 인도로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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