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에서 근무하던 초등학교 교사가 같은 학교 학생을 피살한 사건이 발생해 전국민에 충격을 주고 가운데, 범행 동기를 우울증만으로 단정하는 것은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강화하는 위험한 일이라는 범죄 심리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건 용의자인 교사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이번 사건 때문에 혹여나 우울증을 앓고 계신 분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건 정말 잘못된 접근"이라고 했다.
표 소장은 "범죄자들은 다 변명거리를 댄다"며 "정신과에서는 (우울증을) 늘 마음의 감기라고 이야기한다. 수없이 많은 분들이 겪을 수 있는 질환"이라고 했다.
그는 "저변에 깔려 있는 어떤 가정 내 불화라든지 그러한 자기 처지를 비관하고 남을 공격하고 세상을 비관하고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게 만든 어떤 영향 요인들이 또 있을 것"이라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해서 풀어내고 싶어 하는 세상에 대한 복수,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리 복수, 이러한 어떤 분노 감정이 핵심이 있을 것으로 일단은 추정이 된다"고 했다.
이어 "질병 때문이거나 어떤 순간적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서라면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갈 수가 없다. 사전에 이미 범행 도구 흉기를 구입을 했다"며 거듭 범행 원인을 우울증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단순히 이것(이 사건의 원인)을 우울증 하나로 이렇게 우리가 몰고 가기에는 너무나 좀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오 교수는 "(원인에 대해) 이 해당 교사의 여러 가지 처해 있는 상황적인 요인까지도 포함을 해야 될 것 같고, 점점 문제가 심각하게 되어가는 그 원인을 자신에게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변에 의해서 찾기 때문에 그러한 어떤 동인에 의해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이어 "(복직 후) 교감 옆자리에서 근무를 시킨다든가 이런 것들이 아마 본인의 화를 상당히 많이 돋우지 않았을까"라며 "자신을 곤경에 빠뜨렸다고 생각하는 학교 당국이나 교감이나 장학사나 이런 사람들이 전부 다 어떤 분노의 대상인데, 이 아이를 공격한 것은 학교에 대한 분노 표출에 있어서의 상징적 의미로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도 지난 1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대전 초등학생 살인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우울증은 죄가 없습니다"고 했다.
나 교수는 "가해자는 응당한 죄값을 치뤄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나 교수는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며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교사가 이전에도 동료 교사에게 위협적인 행위를 하는 등 범행 이전에 전조가 있었음에도 교육 당국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표 교수는 "이 사건은 분명히 사전에 꼭 이런 형태일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는 없었겠지만 아이들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라는 정도의 인식은 교육 당국자, 전문가라면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는 그런 위험성이 있는 교사를 왜 방치했느냐. 두 번째는 왜 그 어린 피해 어린이를 혼자 방치했느냐다. 하교해서 안전한 곳으로 갈 때까지는 학교가 책임을 져야 되는 부분 아니겠느냐"고 했다.
오 교수도 "교육청에서는 질병휴직심의위원회를 통해 여러 가지 조치를 왜 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그 질문에 자기들은 규정을 잘 지켰다, 한 번에 한해서 휴직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질병휴직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사유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행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핀트를 잘못 맞춘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를 향해서도 "그 이전에 교사에 대해서 공격을 한 그런 사건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장학사가 당일날 와서 교사들하고 분리를 해라 이렇게 얘기를 했다. 교사하고 (학생을) 분리하는 대처가 너무 이렇게 좀 느슨하지 않았었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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