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복귀를 주장하고 조기 대선에 선을 그으면서도 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등 정치적 주목을 끄는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사실상 대선 몸풀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왔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K-방산수출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김 장관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난 소식을 전하고 이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 내용을 비판하는 등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 장관은 지난 3일 이 전 대통령을 만난 데 대해 "인사차 갔다", "(조기 대선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통령들이 계속 재임 중에나 (임기가) 끝나고 감옥을 가는 그런 불행한 일은 더는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거기에 대해서 공감했다"고 대화내용을 일부 밝혔다.
앞서 김 장관이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시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피력했고, 이후 강성 지지층들의 지지를 중심으로 대권 주자로 떠오른 상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는 여권의 정치 원로들과 추가적으로 회동할 것인가 묻는 질문에도 "원로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자주 만난다"고 했다.
또 그는 언론 접촉에 대해서도 "(기자들을) 잘 안 만나시면 여러가지로 대통령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피해가 많이 있다", "대통령께도 기자 분들을 많이 만나시고 회견하시는 게 좋다고 건의도 드렸다"는 등의 발언을 남겼다.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까지 거론해가며 언론 접촉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김 장관은 이어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성장 중심 정책 비전 등을 강조한 이 대표를 겨냥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그거 안 하고 있잖나",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젊은 청년들이 취업하는 데 있어서 제일 좋은 직장이 삼성 반도체"라며 "(그걸) 못하게 막으면서 무슨 먹사니즘이고 잘사니즘은 뭐가 잘사니즘인가"라고 민주당과 이 대표의 대선 슬로건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또 이 대표가 연설에서 주4일제 도입, 주52시간 근무제 유연화 등을 주장한 데 대해서도 "근로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 아니면 너무 많은 우리 기업이 해외로 탈출하는 게 문제인가"라며 "주4일제를 이렇게 법제화한다면 우리 국민과 경제와 젊은이들의 일자리에 도움 될지 안 될지를 깊이 숙고해달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우클릭'을 통해 대권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현직 장관인 김 장관이 야권 유력 대권 주자의 정책 공약을 정면 비판하는 것은 국무위원 보다는 대권 경쟁자로서의 행보에 가깝다.
김 장관은 최근 여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개헌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그는 "(현행 헌법에) 문제가 없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문제를 고쳐야 하나 헌행 현법의 근본은 한국 역사에서 위대한 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라며 "문제는 차분히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국면을 부정하며 개헌론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데, 여권의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 장관은 이와 다소 상반되게 개헌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 장관은 다만 여론조사 지지율에 대한 질문 등에는 "제일 좋은 건 윤 대통령의 복귀"라고 대통령 직무복귀를 주장하는 등 공식적으론 '조기 대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최근의 국정 상황을 두고도 "총리도 장관도 없고 장관 임명도 못하고 그런 건 얼마나 큰 국가적 손해인가 하는 것을 오늘 (당정협에서) 저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총리라도 빨리 돌아오든지 장관을 임명하든지 그래야 이게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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