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며 운하 통제권을 가져오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가운데, 미 국무부는 운하를 이용하는 미국 정부 선박의 요금이 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나마 당국은 이를 바로 부인했다.
5일(이하 현지시각) 국무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의 계정에서 "미국 정부 선박은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매년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파나마를 방문해 운하 운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한 지 며칠 후의 일"이라며 "(국무부는 공지 외에)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고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파나마 측은 아직 통행료 면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파나마 운하 당국이 성명을 통해 통행료 및 통과 권리에 대한 어떤 변경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운하 당국은 "해당 국가의 군 선박 운항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파나마가 미국 해군 선박과 다른 국가의 선박을 동일한 체계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건설한 수로를 통과하는 미국 군함에 과도한 요금을 부과한다고 오랫동안 불평해 왔다"며 "이번에 요금을 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중요한 운송 경로에 대해 더 큰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동맹국인 파나마에 대해 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해왔다"며 "이는 해상 운송로에서 '철수'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2일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공식 회의에서 운하에 대한 중국의 "현재 영향력과 통제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했다고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은 홍콩에 본사를 둔 회사가 운하 양쪽 끝에 있는 두 개의 항구를 운영하는 것을 잠재적인 안보 위협이라며, 운하 운영에 중립을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미국과 파나마 간 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문은 이러한 트럼프의 생각에 많은 전문가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비용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였던 2017년 6월 당시 파나마 대통령이었던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와 회동했을 때 미국 해군이 운하를 통과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2018년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존 필리에 따르면 이는 연간 약 100만 달러인데 신문은 "비용이 너무 미미해서 국방부 예산의 반올림 오류와 비슷하다고 말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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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파나마 운하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이 "실체보다 부차적인 사항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경제 계획"에 따라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을 노리는 것이 아닌, "매일 이겨야 하는 끝없는 게임 쇼의 진행자"인 트럼프가 하나의 화제 거리를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트럼프 쇼에서의) 승리는 얼마나 많은 주목을 받을만한 일인지로 판가름 된다. 아이디어가 터무니없고 기이하고 엉뚱할수록 더욱 그렇게 보여질 것"이라며 "그들(파나마)의 운하, 그들의 나라는 우연히 몇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좋은 소재가 되었고, 트럼프의 충격적인 드라마에서 하나의 장면이 됐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거리의 일반인부터 국가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파나마 국민은 트럼프가 그들을 표적으로 삼기로 한 결정에 당혹스러워하는 듯하다"며 "파나마 국민이 이해해야 할 점은 그들의 국가 심장부에 대한 주권을 위협하는 대통령은 그들의 적도 친구도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처럼 파나마의 경제를 장악한 중국인은 아무도 없었다. 수문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파나마인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운하를 통과하는 미국의 화물량은 여전히 중국을 압도한다"며 파나마 운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거대한 쇼를 위해 꾸며진 서사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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