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24시간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었음이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협상이 필요하다면서, 러시아 측에는 협상을 압박하고 우크라이나 측에는 지원 약속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21일 (이하 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종식 협상을 거부할 경우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며 "트럼프는 추가 제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트럼프는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문제도 살펴보고 있으며,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대화하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과도 곧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에 대한 언급을 했다면서 "그(시진핑)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많은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문제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당신들이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는 21일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화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사안에 대해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되었다고 확인했다"며 "러시아는 트럼프 팀이 호혜적 관심을 보일 경우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관계에 대해 논의"했으며 "시진핑 주석은 푸틴에게 트럼프와 대화 내용을 알렸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취임 후 러-우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나서고는 있지만, 공언했던 '24시간'은 지났다. 그가 취임 후 24시간이 지났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방송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마감일을 놓쳤다"고 평가했다.
방송은 "물론 트럼프가 후보로서 반복적으로 믿을 수 없는 약속을 했듯이, 3년 간의 긴 갈등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심지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의 특사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100일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취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루지 않았는데, 취임식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러시아를 파괴했다. 러시아는 더 크고, 잃을 군인도 더 많지만, 그런 식으로는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고 이례적으로 푸틴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방송은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보좌진에게 푸틴과 곧 전화 통화를 하도록 지시했으며, 대화의 목표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앞으로 몇 달 안에 직접 만남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이는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지 않았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접근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면서 "트럼프의 사고방식을 잘 아는 인사에 따르면 그는 푸틴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전쟁을 끝내는 해결책을 찾는 데 꼭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방송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을 얼마나 계속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반대하는 것 외에 젤렌스키를 만족시킬 만한 어떤 안보 보장에 동의할 의향이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며 협상의 구체적 내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모든 외국 원조를 90일 동안 동결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당장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21일 로크솔라나 피들라사 우크라이나 의회 예산위원회 위원장이 "예산 자금 측면에서는 안전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ERA 이니셔티브에 따른 모든 자금(500억 달러)을 세계은행으로 이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 국가 허위 정보 대응 센터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대통령 자금 인출(PDA),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이니셔티브(USAI), 외국 군사 자금 지원(FMF)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행정 명령은 이러한 프로그램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매체는 "미국 국제 개발처(USAID)의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그램은 난항에 처한 듯하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서명한 행정 명령에는 어떤 종류의 미국 외국 원조 프로그램이 동결될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미국의 외국 원조 산업과 관료 조직은 미국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으며 많은 경우 미국의 가치와 상치된다. 그들은 국가 내부와 국가 간의 조화롭고 안정적인 관계에 직접적으로 반대되는 외국의 아이디어를 장려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라고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국 개발 원조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모든 부서와 기관 책임자는 해당 원조가 "프로그램 효율성과 미국 외교 정책과의 일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검토되는 90일 동안 "새로운 의무와 지출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매체는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은 220억 달러 규모로 민간 및 개발 원조를 제공하는 USAID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경제 전략 센터의 통화 및 재정 정책 전문가 막심 사모일리크는 폭격된 에너지 시설 복구 및 지뢰 제거와 같은 사항이 해당 원조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피해를 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관건은 이 법령이 정확히 어떻게 시행될지, 그리고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그러한 개발을 준비하고 사전에 자금을 이체하지 않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USAID 대변인은 매체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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