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서부지법 폭동사태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 불복' 행보가 지지자들의 사법부 테러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번엔 헌법재판소를 겨냥해 "국정혼란을 부추긴 책임이 있다", "왜 이렇게 불공정한가", "헌재와 민주당의 짬짜미"라는 등 사실상 '탄핵불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국정 책임을 진 여당이 법원 폭동 사건에도 불구하고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부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거대 야당의 줄탄핵은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거론된 만큼,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에 민주당의 탄핵소추 독재에 대한 판단을 먼저 내려야 대통령 탄핵심판이 완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을 우선하는 것은 '불공정'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의 완결성·공정성이 의심된다는 '흠집내기'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정당한 이유'라고 강변한 민주당의 연쇄 탄핵소추안 발의를 들어 "헌재는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아 국정혼란을 부추긴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안 등에 대한 심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헌재와 민주당의 짬짜미식 고의 지연 전술"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헌재·야당 결탁설'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과거 연수원 시절 동기로서 노동법학회를 함께 하며 호형호제하는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법조계에 파다한 이야기"라며 "이재명 대표의 절친이라면 헌재소장 대행으로서 탄핵심판을 다룰 자격이 과연 있겠나"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문 대행의 편향성 의혹을 제기, 탄핵심판의 권위 자체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문 대행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탄핵심판의 공정성이 확보될 수 없다"며 "오늘 이야기한 문제들에 대해 헌재가 명확히 답변 않고 외면한다면 헌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단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주장했다.
헌재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이 같은 발언들은, 특히 지난 1.19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윤석열 지지자들에 의한 "법치주의 전면 부정"(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이후 탄핵심판 가결 시 헌재를 겨냥한 '2차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여당 지도부가 앞장서 '헌재의 판결도 불공정하다'며 불씨를 던졌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일으킨 1.19 폭동을 두고, 대통령 체포·구속 과정에서 수사·사법기관의 권위를 지속적으로 부정해온 대통령 변호인단 및 여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극우여 봉기해서 나를 지켜라' 그런 선동과 그런 선동을 이용하려는 정치집단들이 겹치면서 사회 갈등이 올라와버린 것"(김상욱 의원, 20일 MBC 라디오 인터뷰), "대통령이 '싸우자'는 표현을 쓰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조경태 의원, 같은날 SBS 라디오 인터뷰)는 등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이어졌지만, 권 원내대표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에만 몰두한 나머지 다른 분들의 탄핵사건을 지연시키는 것은 헌재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엔 헌재가 정치적 편향성 갖고 있다는, 불공정하다는 그런 인식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극우 진영과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당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행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당 지도부 메시지를 두고는 계엄 사태를 옹호하는 극우성향 유튜버들과 발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극우성향 유튜버들에 대한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설 선물 전달 등으로 그 논란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1.19 폭동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극우성향 유튜버들에게 권 비대위원장이 선물을 전달한 데 대해 "유튜버도 대안언론"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대안언론'들에게 명절에 인사차 조그만 선물을 하는 걸 가지고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비난하는 태도가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2.3 계엄사태, 1.19 폭동사태를 옹호한 극우 유튜버들을 "대안 언론"이라고 주장한 권 원내대표는 정작 질의응답 자리에서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등 언론사의 질문에는 선택적으로 답변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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