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재판서 폭탄 발언 "검찰이 증거인멸 교사" 주장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치브로커 명태균(54) 씨가 '검사가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20일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및 지방선거 공천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명 씨는 이번 사건의 중요 단서로 알려진 이른바 '황금폰'과 관련해 "검사가 '(황금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폐기해라. 이거 반납하면 솔직한 얘기로 우리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증거인멸 교사를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지난해 조사 때 명 씨가 '황금폰을 처남에게 버려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사가 왜 본인이 민감한 정보가 있는 휴대전화를 직접 폐기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한 것을 두고 명 씨가 '검사가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주장으로 공론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달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명 씨는 이번 두 번째 재판에서 검찰이 자신을 억지로 범죄자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강혜경 씨는 김건희 여사(전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저와 통화할 때 저한테 '오빠 전화 왔죠?'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제 황금폰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며 "여론조사 조작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중앙여론조사심의위가 81개 여론조사를 분석했으나 조작 없음으로 결론났는데 검찰이 짜깁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명 씨는 오히려 검찰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 또한 공범으로서 수사 중인 만큼, 편파 수사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반면 명 씨 측은 대화 내용은 모두 영상 녹화됐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검찰을 고발하겠다고 주장했다.

명 씨 측은 무릎이 더 안 좋아졌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보석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명 씨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영선 전 의원을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과정에 개입해 강 씨를 통해 8070만 원을 받은 혐의, 2022년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A, B씨로부터 선거 공천에 추천해주겠다는 빌미로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17일 오후 3시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3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명 씨의 구속 기한은 6월 2일까지다.

'황금폰'이라는 단어는 지난 2019년 집단 성폭력과 불법촬영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이 불법촬영물을 저장한 휴대폰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됐다. 2016년 MBC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정준영에게 '황금폰'이 있다"는 발언이 나온 데 기인한다.

즉, 애초 '황금폰'이라는 단어는 불법적인 여성의 성폭력 영상을 즐기는 남성 시각에서 '볼거리가 많은 폰'이라는 의미로 쓰여졌다. 따라서 이런 부적절한 단어가 명태균 씨의 핸드폰에 사용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