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대증요법과 근원요법이 있다. 대증요법은 증상 억제를 목표로 한다. 증상이 급성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응급처치다. 근원요법은 질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 이를 제거함으로써 증상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
작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 헌정질서가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통령 탄핵 소추라는 응급조치를 해서 일단 헌정질서의 파괴는 막았다. 탄핵은 이처럼 헌정질서의 파괴를 막는 대증요법이다. 하지만 탄핵만으로는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근원요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근원요법은 무엇인가?
국민주도 3단계 상생개헌 전략
국민주도상생개헌운동본부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라고 한다)는 근원요법으로 <국민주도 3단계 상생개헌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추진위는 작금의 사태의 구조적 원인으로 우선 현행 헙법의 한계를 꼽는다. 현행 헌법하에서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행정권력을 독식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정부와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싸우게 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대통령과 국회가 극한 충돌을 할 수밖에 없는 정치 구조다. 더 난감한 것은 그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다는 점이다. 탄핵 반대 국민은 입법독주, 탄핵독주하는 민주당 때문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만약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고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면 국민의힘도 입법독주, 탄핵독주할 것이다.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극한 대립의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다음으로 근본적으로는 소위 '87년 체제'라 불리는 우리 헌정체제가 배제민주정의 엘리트 제국이라는 점을 든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 중심제로 다수가 소수를 배제하고, 과도한 중앙집권제로 중앙이 지방을 배제하며, 대의민주제로 대표가 시민을 배제하고 있다. 권력이 엘리트에게 집중되는 엘리트 제국을 철옹성같이 쌓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적대와 대결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추진위는 국민주도 상생개헌을 통해 서로가 상생하는 헌정체제로 바꾸는 것을 제시한다. 즉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파하고 거대 양당중심제를 실질적 다당제로 바꿔 다수와 소수가 상생하고, 과도한 중앙집권제를 연방적 지방분권제로 바꾸고 지역대표형 상원과 주민자치제를 도입해서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며, 대의민주제에 직접민주제와 추첨민주제를 접목해 대표와 시민이 상생하는 상생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주도 상생개헌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3단계 전략을 제시한다.
* 1단계: 원 포인트 개헌
탄핵결정 직후 국민발안 원포인트 개헌을 위한 1천인선언을 한다. 이어지는 대선 과정에서는 주요 정당과 대선 후보에게 대통령 선거일과 동시에 국민발안 원 포인트 개헌 국민투표를 요구한다. 원 포인트 개헌의 내용은 현행 헌법 본문에 "제00조 ①국민은 헌법개정발안권을 가진다. ②헌법개정발안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개헌절차법)로 정한다."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 2단계: 개헌절차법 제정
원 포인트 개헌이 이뤄지면 후속 조치로 헌법개정발안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한 법률인 개헌절차법을 제정한다. 이때 국민 주도를 실질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는 개헌절차법 안에 시민의회(또는 개헌회의) 등을 거쳐 국민이 직접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 3단계: 제7공화국 개헌
개헌절차법이 제정되면 이에 따라 국민이 직접 제7공화국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공포된다.
국민이 직접 헌법을 만드는 방법, 개헌회의
국민은 주권자이자 헌법개정권력자다. 당연히 개헌의 주체는 국민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헌정사를 돌아보면 국민은 개헌 과정에서 언제나 소외되었다. 국민의 희생으로 열린 개헌의 장에서조차 국민은 배제된 채 개헌이 이뤄졌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이 개헌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법적 장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통적인 국민발안제와 개헌회의에 의한 국민발안제를 들 수 있다. 전통적인 국민발안제는 50만 명 혹은 1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특정한 개헌안을 발의하면 이를 국민투표에 붙여서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경우 그 개헌안이 확정되는 제도를 말한다. 전통적인 국민발안제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발안 정족수로 50만 명 혹은 100만 명 이상 국민의 동의를 요구하는데 개인이나 작은 조직은 이를 충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대 조직·세력만이 가능하다. 개인이나 작은 조직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둘째,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즉흥적이고 선동적인 포퓰리즘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대중 동원력이 막강한 특정 거대 집단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되어 국민 분열이 가속될 수 있다.
개헌회의에 의한 국민발안제는 바로 위와 같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개헌회의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헌회의는 비상설기관으로 '대한민국 헌법개정 읍면동 주민회의'(읍면동개헌회의)- '대한민국 헌법개정 기초 주민회의'(기초개헌회의)- '대한민국 헌법개정 광역 주민회의'(광역개헌회의)- '대한민국 헌법개정 국민회의'(전국개헌회의)의 4계층으로 둔다. 둘째, 읍면동개헌회의는 주민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주민총회 방식으로 하고, 기초개헌회의·광역개헌회의·전국개헌회의는 추첨 선발 개헌위원으로 구성한다. 셋째, 국민주도 개헌에 필요한 교육과 자문을 담당하는 개헌교육자문기관을 둔다.
개헌회의에 의한 국민발안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국민은 누구나 개헌교육자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개헌안을 해당 읍면동 주민자치회에 발의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는 3분의 2 이상 결의로 개헌안을 거부하지 않는 한 적절한 기간 내에 읍면동 개헌회의를 소집한다. 읍면동 개헌회의는 발의된 개헌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읍면동 개헌회의가 의결하면 해당 읍면동의 기초 개헌위원은 해당 읍면동을 관할하는 기초 개헌회의에 의결된 개헌안을 발의한다. 기초 개헌회의는 발의된 개헌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기초 개헌회의가 의결한 개헌안은 해당 기초자치단체 소속 읍면동 총수의 과반수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비준을 받게 되면 해당 기초자치단체의 광역 개헌위원은 해당 기초자치단체를 관할하는 광역 개헌회의에 그 개헌안을 발의한다. 광역 개헌회의는 발의된 개헌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광역 개헌회의가 의결한 개헌안은 해당 광역자치단체 소속 기초 개헌회의 총수의 과반수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비준을 받게 되면 해당 광역자치의 전국 개헌위원은 전국 개헌회의에 그 입법안을 발의한다. 전국 개헌회의는 발의된 개헌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전국 개헌회의가 의결한 개헌안은 광역 개헌회의 총수의 과반수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비준을 받게 되면 전국 개헌회의는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한다. 국회에 발의된 개헌안은 국회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로 확정된다.
개헌회의에 의한 국민발안은 이처럼 국민이라면 누구나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국민발안제의 발안 정족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읍면동-기초-광역-전국 4단계에 걸친 심의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포퓰리즘 등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국민이 발의한 각 개헌안마다 국민투표 절차를 거치는 것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문제는 법률로 국민투표를 연 1회 또는 격년 1회 등으로 실시하게 하고 그동안 의결된 개헌안들을 모아 한꺼번에 국민투표에 붙이도록 규정하면 해결된다.
개헌회의 가상사례
이제 가상 사례 하나를 들어 개헌회의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살펴 보자. 영희는 고양시 덕이동에 사는 청년이다. 영희는 거대 양당 중심제를 실질적 다당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당의 의석 수가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하도록 하는 내용을 헌법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개헌교육자문기구의 자문을 얻어 다음과 같은 개헌안을 발의하기로 결심했다.
"제8조 ⑤ 정당의 의석 수는 선거에서 정당의 득표율과 비례해야 한다."
영희는 위와 같은 내용의 개헌안(이하 '영희 개헌안'이라 한다)을 덕이동 주민자치회에 발의했다. 덕이동 주민자치회는 영희 개헌안을 거부하지 않기로 하고 덕이동 개헌회의를 소집했고 덕이동 개헌회의는 ‘영희 개헌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에 덕이동 기초개헌위원은 고양시 개헌회의에 '영희 개헌안'을 발의했다. 고양시 개헌회의 역시 '영희 개헌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고 비준을 위해 고양시 내 44개 동 중 덕이동을 제외한 43개 동에 회부했다. 43개 동에서는 읍면동 개헌회의가 열렸고 그중 30개 동이 비준하여 고양시 개헌회의 의결은 효력이 발생했다.
이에 고양시에 거주하는 경기도 개헌위원은 경기도 개헌회의에 '주민자치 개헌안'을 발의했다. 경기도 개헌회의도 '영희 개헌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고 비준을 위해 경기도 내 31개 시군자치구 중 고양시를 제외한 30개 시군자치구에 회부했다. 30개 시군자치구에서는 기초 개헌회의가 열렸고 그중 21개 시군자치구가 비준하여 고양시 개헌회의 의결은 효력이 발생했다.
이에 경기도에 거주하는 전국 개헌위원은 전국 개헌회의에 '영희 개헌안'을 발의했다. 전국 개헌회의도 '영희 개헌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고 비준을 위해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도를 제외한 16개 시도에 회부했다. 16개 시도에서는 광역 개헌회의가 열렸고 그중 11개 시도가 비준하여 전국 개헌회의 의결은 효력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국 개헌회의는 국회에 '영희 개헌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여야 합의로 '영희 개헌안'을 의결했고, 이어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공포되었다. 그러자 여야 정치권은 어쩔 수 없이 정당의 의석 수가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하도록 선거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현행 선거법은 정당의 의석 수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지 않아 위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헌회의가 제도화되면 국민 누구나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주도 상생개헌을 통해 다시는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올 수 없는 건강한 헌정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 헌정사 최초로 국민의 손으로 헌법을 만드는 역사도 쓰게 된다.
그러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고, 전 세계가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위대한 민주공화국이라고 칭송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국민주도상생개헌을 논의하기 위해 첫번째 전국적인 좌담회가 오는 금요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참여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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