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야당의 2차 내란특검법에서 외환유치죄·내란선전죄 등을 제외한 자체적인 비상계엄 특검법을 오는 17일 발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여당안 발의 직후부터 특검 관련 협상을 시작하되, 당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반나절만에 신속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 발의 당론을 밝히면서도 "(특검은)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고 울먹이는 등 윤 대통령 지지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16일 오전 특검법 논의를 위한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한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비상계엄 특검법안에 대해서 108명 이름 전원으로 당론 발의하기로 의총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초 윤상현·나경원 의원 등 강경파들은 특검의 내용을 떠나 도입 자체에 반대해 왔고, 친한계 등 소장파들은 '자체 특검을 발의하지 않을 시 야당의 법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지만 결국 특검 발의 쪽으로 의견이 모인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경찰·검찰·공수처가 경쟁적으로 (윤 대통령 내란수괴 혐의를)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 도입은 사실상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그렇지만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위헌과 독소조항이 가득 담긴 특검법을 발의했고, 그걸 통과시키려 하기 때문에 그런 최악의 법보다는 차악이 낫다는 생각 하에서 자체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고 의원들께서 공감해줬다"고 지도부 입장을 설명했다.
이날 의총에선 "특검은 법의 영역을 넘어서서 정치특검이다", "야당의 선전·선동 홀이 될 거다"(윤상현 의원), "지금 특검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나경원 의원)는 등 특검 발의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도 여전했지만 결론에 있어선 지도부의 뜻에 따르기로 전원이 동의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등 야6당이 발의한 2차 내란특검법을 두고는 "민주당의 특검법안은 다분히 친북(親北)적이고 우리 헌법 이념이나 가치에 맞지 않는 외환유치죄를 넣었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또한 이날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야당의 특검법안을 겨냥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그야말로 김정은 좋을 일만 골라 하고 있다"는 등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17일 오전 국민의힘이 특검법을 발의하는 즉시 오전 11시께부터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내일 오전 중이라도 (국민의힘이) 법안을 꼭 내서, 서로 최대한 협의해서 특검법 협의를 이끌어내겠다"며 "내일 본회의를 열어서 안건을 처리하고, 양당 간 특검법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국회를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협상 불발로 특검법 처리가 지연될 수 없도록 시한을 17일로 못박은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1시간이면 (발의가) 끝날 내용인데 여전히 국민의힘은 (특검수사) 지연전략을 쓰고 있다", "과연 내일 (여당이) 진정성 있게 테이블에 앉을지는 회의적"이라면서도 "본회의까지 다 열어놓고 협의하기 때문에 내일은 반드시 처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17일 중 협상 불발 시 야당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협상이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 "내란의 잔불을 진압하는 차원에서 얼른 처리해, 헌재는 헌법위반 여부를, 형법(위반)은 특검에서 진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협상 마지노선으로 '17일 자정'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인이 자체 특검안 발의를 결정한 데 대해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어제 체포당한 대통령을 오늘 우리 손으로 특검법을 발의해 수사하겠다는 것이 정치 이전에 한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북받치는 감정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권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은 저의 오랜 친구"라며 "어제 밤에는 너무나 괴롭게 '내가 좀 더 잘할 걸'이라고 자책했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윤 대통령에 대한 충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강한 결집세를 보이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탄핵·특검 등에 모두 반대하는 극렬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강경파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질의응답에서 전날 권 원내대표가 '조기 대선'을 의총에서 언급했다는 보도를 두고 "조기 대선 얘기는 있을 수 없다", "지금은 어떻게든 탄핵 절차에서 대통령의 호소나 이런 게 잘 담겨질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다만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조기 대선을 언급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완전한 와전"이라며 "대선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 이런 대(對)민주당, 대이재명 비판의 강도를 높이자는 취지였다"고 반론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재명 대표를 향해 "부패 범죄의 수괴", "인면수심이고 소름끼치는 뻔뻔한 사람", "이런 정치인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간다면 장차 이 나라가 어떤 나라가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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