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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 내부 분위기 "여전히 확고하다" 최악의 사태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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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 내부 분위기 "여전히 확고하다" 최악의 사태 막으려면…

[정희준의 어퍼컷] 대통령 탄핵 한달, 정치권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나?

"경호처는 확고하다. 충성조직이기 때문이다. 위헌적이지 않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체포영장 집행을 굳이 막지는 않을 텐데 지금 합법성에 이견이 분분한 상황 아니냐. 우리가 그냥 내줄 수는 없다."

"연금? 걱정되는 친구들도 없진 않겠지만 경호처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조직 아니다. 대통령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간 친구들인데...아니, 생명 바칠 각오하고 훈련해왔고 일국의 대통령을 지키는 자존심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연금 가지고 이걸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런 갈등하는 건 바보다."

경호원들이 연금 걱정한다?

경호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의 이야기다. 그는 김성훈 경호차장(현 처장 직무대행)이나 이광우 경호본부장, 김신 가족부장에 대해 '외골수'라 평한다. 또 이들이 대통령 내외와 너무 가까워지다 보니 여사 생일 이벤트 등 업무 외적인 일에까지 나선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심기경호'는 실재한다. 대통령이 마음이 편해야 국정을 순리적으로 다룰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싫어할 일 안 만들고, 보여주지도 않으려 경호계획을 짠다. 그는 예를 들어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미국 순방 때 교민들이 숙소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면 이들의 모습과 현수막을 버스를 활용해 '순간적으로' 가리는 정도는 자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여사님 생일 파티에 풍선 이벤트를 하고 반려견 옷에 경호처 로고를 박아 선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평한다.

그럼에도 그는 경호처 분위기는 아직까지도 '까라면 까'는 분위기라고 한다. 지금 언론은 경호처 내부의 동요와 중간 간부들의 불만을 기사화하고 특히 경찰이 진입하면 "밀리면 밀리겠다" "우리를 밟고 가라"는 내부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그들 말 대로라면 경호처는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대화를 나눈 인물은 반복해서 아니라고 바로 잡는다. 중간 간부의 반발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에 휘둘릴 약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총기와 관련해 그는 "필요하면 쏜다. 차장은"이라고 답한다. 먼저 쏘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자극하냐에 달렸다고 한다.

경호처 직원들도 많이 지쳤다. 동시에 극도로 신경이 곤두서있다. 그런 상황에서 조그만 충격, 잘못된 자극이 불상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계태세로 긴장해 있는데 총소리가 아니어도 타이어 펑크 소리나 밤에 주변에서 깡통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리면 사격 개시 신호가 될 수 있다.

서두르다 그르칠라

그는 어려운 문제라며 난감해 하면서도 "꼭 그렇게 무리해서 끌어낼 필요가 있나"하는 아쉬움을 비친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거부하고 이에 맞서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그는 "그 영장이 중앙지법이 아니고 서부지법에서 발부"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쪽에서(?) 이건 당연하고 맞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해줘야 하는데 논란의 여지, 의심의 여지가 있으니 이쪽에서 할 말이 있는 것"이라며 "절차적 하자 없이 했어야"한다고 짚는다.

그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절차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정공법으로 했어야 했는데 영장 발부, 수사권 관할, 내란죄 적용 등 다툼의 여지가 계속 생긴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호처가 버틸 명분만 쌓아준 것이다. 지켜보는 국민만 더 피곤하게 생겼다.

대통령 탄핵, 한덕수 총리 탄핵 이후 최상목 대통령 대행에 대한 아쉬움이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이에 못지 않다. 지난 한 달 다수당인 민주당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이도 있고 갈짓자 행보로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이도 있다. 이는 경호처 상황을 알려준 그의 결론이기도 하다. 빌미를 제공한 '민주당의 패착'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건 윤석열인데...민주당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나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정의의 투사가 되어 서로 다투듯 연이어 강경한 목소리를 앞세웠다. 결과는? 말실수와 헛발질 시리즈였다. 열손가락으로도 다 꼽기가 어렵다. 한 인사는 심지어 윤석열 체포 때 경찰견을 앞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유혈사태와 국격 추락의 방아쇠가 될 것이다. 이쯤 되면 민주당 의원들의 입을 체포해야 할 지경이다. 강성 당원들과의 소통에 빠져 있던 이들은 중도층과 대화하고 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방법은 아예 까먹은 듯하다.

'이재명 리스크'는 이미 당 지지율에 반영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것과 관련해 '이재명은 안된다'라는 보수의 절박함과 결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최근 보수와 중도에게 새롭게, 다시, 반복해서 각인된 것은 '민주당은 안돼'이다. 사상 초유의 의석을 몰아줬지만 대화는 하지 않고 '의석수대로,' '법대로'만 하자는 이들에게서 무슨 정치를 바라겠나.

민주당의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당원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중원으로 나가 그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여의도 대통령' 소리 듣던 이회창이 왜 두 번이나 통한의 패배를 했는가. 자기 지지세력을 우선 챙기다가 중도를 놓쳤다. 나중에 급하니까 반미집회까지 나갔지만 엎어진 물이었다. 둘째, 제발 서두르지 마라. 서두르면 6년 집권하나? 왜 그렇게 조급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락가락, 넣다 뺐다가 왜 이리 많은지 정신이 다 사납다.

우리는 언제 일을 그르치는가. 때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를 앞당기려 할 때 망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2차 집행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쪽문 앞에서 경호처 관계자 등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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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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