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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尹 겨냥 "바보같은 사람도 대통령만 되면 5년 잘 지낸다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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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尹 겨냥 "바보같은 사람도 대통령만 되면 5년 잘 지낸다 착각"

"尹, 야당을 '적'으로만 생각…제왕적 대통령제, 개헌 필요하지만 가능하겠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수괴 혐의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중진 중심으로 재편된 국민의힘은 연일 '거대 야당의 폭거가 계엄 사태의 원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치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와 관련 "대통령도 그렇고 여당도 그렇고 야당을 적으로 생각한다"며 "정치적 지도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일침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87년 헌정 체제의 창조적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며 "윤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이미 (21대 총선으로) 여소야대가 이뤄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납득되지만, 그 이후에 그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해 과연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무슨 노력을 했느냐"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아무 노력을 하지 않다보니까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또다시 엄청난 여소야대 상황을 가져오게 됐다"며 "그걸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 비상계엄이란 엉뚱한 짓을 하게된 것"이라고 했다. "여소야대를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정치적으로 다룰까' 생각해야 하는데, 거기 역량이 미치지 못하니까 결국은 오늘 같은 일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거대야당의 폭거가 문제'라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제에서 국회를 야당이 (다수의석으로) 점거했을 적엔 대통령의 자세가 어떻게 돼야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자기 임기 동안에 구상하고 있는 일을 실현하려면 국회를 (대화) 상대로 하지 않을 것 같으면 그게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부·여당을 겨냥 "대통령이 의회를 야당이 (다수로) 지배하는 때에 있어선 '어떻게 하면 야당과 협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야한다"며 "처음부터 우리가 '야당은 적이다'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지고서 대통령이 행동하면 항상 야당과 대통령 사이엔 큰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원래 야당이라고 하면 생리적으로 반대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야당"이라며, 협치와 타협의 1차 주체가 정부·여당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에 우리나라 국회를 보면 대통령도 그렇고 여당도 그렇고 야당을 갖다가 적으로 생각하지, 그 사람을 상대로 어떤 협치를 하려는 노력이 안 보이는 것", "국회는 토론의 장인데 토론 자체를 피하려 하는 게 지금 여당의 자세"라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특히 현행 대통령제 내에선 당선된 대통령이 △총선에서 여소야대 상황을 피하거나 △여소야대를 정치적으로 적절히 다뤄내야만이 '집권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진단이다.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권, 박근혜 정권, 그 다음에 이번에 윤석열 정권, 이 모든 게 집권 중에 실패를 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예로 들면서는 "그땐 다행히 탄핵 직후에 총선을 했는데 노무현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니까 역시 헌재에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그때는 탄핵이 인용 안 되고 각하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현행 대통령제를 두고 한국 권력구조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제왕적 대통령제'라 비판하면서, 이 같은 구조속에서 '대통령을 하려 하는 사람들의 역량이 부족해 이 체제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정치권 전반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우리나라가 지금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현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며 "정치적인 역량이 충분치 못한 분들이 대통령을 추구하다 보니까 (대통령이 돼도) 내각제를 운영한다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능력이 없고 바보 같은 사람도 현행의 대통령이 되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을 가지면 자기 패거리를 끌고가서 5년 동안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면, 자기가 대통령이 한번 되면 그 다음 대통령도 자기가 원하는 사람으로 시킬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계엄 사태 국면에서 드러난 소위 '충암파' 등 대통령 측근 그룹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탄생 당시 이해찬 의원 등 현 야권 인사들이 주창한 '20년 집권론'을 언급하거나, 문재인 정부 당시 대법원장·대법관 인사를 "사법부 장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대해 "소위 민정당(국민의힘 전신), 오늘날 있어서 국민의힘이 보수세력이라 하는 사람들이니까 이 사람들은 보수세력이 영원한 집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이 사람들(정치인들)이 그런 (정권을 유지하는) 측면만을 생각하고 국민의 의식 구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느냐에 대해선 전혀 감각이 없다. 그것이 결국은 오늘날의 비극을 만드는 데 아주 큰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이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을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과연 개헌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라며 "개헌도 의회에 의해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 위해선 개헌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대국민 설득력이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9일 서울 중국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87년 헌정 체제의 창조적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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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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