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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격노'케 한 박정훈 대령, 항명·상관명예훼손 1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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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격노'케 한 박정훈 대령, 항명·상관명예훼손 1심서 무죄

"억울함 없도록 하겠다는 수근이와의 약속 지키겠다"…군인권센터 "윤석열 직권남용 혐의 추가돼"

군사법원이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르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를 계기로 국방부가 박 대령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있던 만큼 이번 무죄 선고로 윤 대통령이 자기 이익에 따라 군에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군사법원은 "군검사가 진술한 증거만으로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이첩 보류 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명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병대 사령관의 직무관장 및 직무범위는 기록 이첩이 지체되거나 이첩이 중단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 지체 없이 이첩할 수 있도록 지휘·감독할 법령상 권한 및 의무가 있는 것이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 중단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며 "김계환 사령관에게 이 사건 기록의 이첩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권한은 없으며 피고인에게 이첩 중단을 명령한 것은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대령이 방송과 기자회견 등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기재한 바와 같이 피고인의 발언이 거짓임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방부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구체적 사실이나 고의가 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상관명예훼손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박 대령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재판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는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법정 밖에서 재판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도 법정 안에서 함성 소리가 들리자 함께 만세를 외쳤다. 박 대령은 무죄 선고를 축하하는 인파로 20여 분간 법정을 나오지 못하기도 했다.

그동안 박 대령을 지지해 온 해병대 예비역 연대는 한파 속에도 군가를 부르며 법원을 빠져나오는 박 대령을 환영했다. 시민단체와 종교계 야당 정치인들도 축하 인사를 전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심 선고를 앞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 앞에서 열린 군인권센터 주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박 대령은 군사법원 밖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돌이켜보면 1년 반이라는 지난 세월 동안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다. 그걸 버티고 견디며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롯이 이 자리에 계신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네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수근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고 엄하다"면서도 "결코 흔들리거나 좌절하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임성근 사단장을 비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범죄행위가 하나 추가됐다. 바로 직권남용 범죄"라며 "명백한 탄핵 사유, 구속 사유가 하나 늘었다. 이에 대해서도 조속히 특검이 통과돼 수사당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신청하길 요청한다"고 했다.

이번 재판 결과로 12.3 비상계엄 선포 등 자기 이익에 따라 군에 부당한 지시를 내려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를 발단으로 국방부가 박 대령에게 부당한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사망한 채 상병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한 뒤 같은 달 28일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판단 내용을 김계환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유족에게 설명했다.

박 대령은 해당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한 뒤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려 했으나 브리핑 직전 이윤세 국방부 공보정훈실장으로부터 브리핑 취소 지시를 받았다. 박 대령의 군검찰 진술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대통령) 주재 회의 간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며 대통령이 사건에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군검찰은 박 대령이 지난해 7월 발생한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지 말라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으며, 방송 등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국방부로부터 이첩을 보류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한 사실은 있지만, 이첩을 중단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시민들은 부당한 외압에 시달린 박 대령에게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일 시민 10만여 명이 참여한 무죄 탄원서를 군사법원에 제출했다. 해당 탄원서에는 채 상병의 부모도 동참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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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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