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정책 담당 공무원 사무실에 갔다. 회의 테이블 옆 벽에 이런 문구가 붙어있다.
정책 실행 가부(可否)는 48시간 이내
1주일 동안 판단 서지 않으면 폐기
책임자는 결정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빨리 해줘야 구성원들이 이에 따라 일을 한다. 결정하는 게 리더의 '존재의 이유'다. 공무원뿐이겠는가. 민간 분야는 더하다. 빠른 결정이 조직의 경쟁력이다. 결정이 느린 기업은? 도태된다.
CEO의 가장 큰 책무가 바로 결정하는 것이다. 거기엔 부담은 물론 리스크도 있다. 그렇지만 CEO가 이를 회피하면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다. CEO의 결정을 얻어내기 위해 수많은 임직원들이 결재서류를 들고 방 앞에 줄 서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결정을 미루는 CEO는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다.
결정 '제때' 해야, 한덕수 자격 있는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대행은 내란 특검법, 김건희여사 특검법, 그리고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국회가 협상해서 해법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국회가 이미 의결해서 행정부로 넘긴 사안을, 행정부가 다시 입법부로 보내 타협하라는 것이다. 받아들이든 거부권을 행사하든 하면 될 일인데, 이건 또 무슨 '쑈'인가. 한마디로 책임 떠넘기기인데, 자기가 해야 할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이어 대법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고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할 뿐 아니라 "학계의 이견은 찾지 못했다"고까지 명시했다. 심지어 여당인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포함한 3인의 후보자 모두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한 대행은 버티는 중이다. 5122만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의 경제를 책임져야 할 국정 총책임자가 지금 이 순간 위중한 사안을 두고 결정을 외면하고 있다. 결정은 '제때' 해야 한다. 적시에 결정하지 않는 지도자는 지도자의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속히 그 자리에서 면해야 한다. 틀린 결정 보다 더 나쁜 것이 바로 결정을 안 하는 것이다. 무능에서 더 나아가 무책임이고 또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결정 회피는 국민에 대한 배신
시작부터 무능한 정부였다. 개혁하겠다던 연금·노동·교육은 손도 못 대고 있고 양극화, 기후변화 대응 역시 첫 삽도 못 떴으며 의료 분야는 난장판이 됐다. 많은 이들이 지목하듯 '미치광이 대통령'의 직무를 이 엄동설한에 온 국민이 나서 간신히 정지시켜 놨더니 이번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권한대행이 등장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야 할 책무를 지닌 자가 헌법은 외면한 채 여·야 간 타협과 협상을 전제조건인양 내걸고 있다. 이 시국에 한 대행은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이 비상시국에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고 있다. 헌법에 입각해 당신이 해야 할 일부터 하고 볼 일이다. 아니라면 내란 동조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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