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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만 바꾸는 싸움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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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만 바꾸는 싸움은 안 된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 더 많은 권리 투쟁이 '윤석열'을 퇴진시킨다

12월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직무와 권한이 중지되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투쟁은 이제 국회의 '탄핵소추'를 거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라는 윤석열 파면을 향한 '제도적 경로'를 열어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발표한 담화에서 윤석열은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월 12일 담화에서 밝힌 "비상계엄 선포는 합헌적인 통치행위"이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던 바로 그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탄핵으로 윤석열의 권력을 '일시중지'시켰지만, 탄핵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국민의힘과 같은 극우보수세력의 추악한 민낯을 보고 있다. 이는 '윤석열'이라는 문제적 인물을 넘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한국사회의 취약한 민주주의, 권리의 제한과 억압, 이를 유지 강화하려는 지배세력을 직시하고 근본적 변화를 향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파면을 기다릴 게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 세력에 맞서 싸워야

윤석열이 탄핵되고 헌재로 탄핵심판이 넘어가자 언론들은 이후 탄핵심판의 절차, 선고 시기, 조기 대선 등에 관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의 정치적 중립 여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출마와 관련된 상급심 선고 시기 소식들도 이어진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후속 절차'를 보도하는 것일 테지만, 그 효과는 비상계엄이라는 민주주의와 기본권을 유린한 이 엄청난 사태를 '제도적 절차'와 보수양당의 '정쟁'으로 뒤덮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2월 3일 윤석열이 벌인 짓은 본인의 변명처럼, 민주당 주도의 국회에 경고를 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군사령관들의 증언으로 확인되는 바, 계엄사령부 1호 포고령을 실제로 집행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해 정치인 체포, 국회와 선관위 침탈을 비롯한 군사 작전을 윤석열이 직접 지휘했다. 계엄 포고령은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모든 언론 출판의 자유 통제', '파업, 태업 금지' 등을 열거했다. 사실상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적 권리' 일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선량한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 불편 최소화'를 약속하며 끝나는 포고령은 정치적 주체로서 시민들의 권리를 부정하며 총칼을 앞세운 억압과 예속의 정치를 포고한 것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주의를 짓밟는 폭거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에 일관되게 반대했고 탄핵이 가결된 후에는 탄핵 찬성자 색출에 나서며 사실상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를 비롯해 비상계엄 당일 이를 심의한 11인의 국무위원들은 어떠한가. 이들은 당장 사퇴해도 모자랄 판에,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에 한 치의 공백이 없어"야 한다며 여전히 자신들이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탄핵가결을 위해 '광장'의 힘을 동원했던 민주당은 이제 한덕수와 '국정안정협의체' 운영을 상의한다. 10일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과 함께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라는 부자감세안을 통과시켰다. 12월 3일, 우리는 민주주의와 기본권 훼손에 맞서 광장에 모여 윤석열을 탄핵시켰지만, 저들은 이제 정권 획득을 위한 '정쟁'과 함께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한국 사회를 '재가동'하려 한다. 헌재의 '파면 선고'를 기다릴 게 아니다. 비상계엄에 동조한 국민의힘과 정부 내각에 대한 강력한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더 나아가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아닌 비상계엄이라는 파국을 초래한 한국 정치와 체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보편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 온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람들'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 모인 이들은,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이었다. 거리로 나온 이들은 대출을 받아 학업을 이어가고 주거를 마련하며, 이직과 실직, 창업을 반복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한편 광장에 결집한 '청년 여성'들은 온라인 성착취와 일터 성차별에 맞서 '평등한 동료 시민'이라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대중운동을 조직하며 싸워 온 이들이었다.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며 광장으로 모인 이들은 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차별해 온 한국 사회였기에, 모두의 권리를 억압하고 제한하는 비상계엄도 가능했다고 외쳤다. 언제나 보편적 기본권에서 유예되어 온 청소년과 장애인도 광장으로 모여 더 많은 권리와 민주주의를 외치며 투쟁했다. 일터에서 자본의 독재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향한 투쟁을 이어온 노동자들도 광장으로 달려나왔다. 이들은 모두 '평등과 존엄'이라는 보편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온 '비범한 사람들'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가장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이들이 '보편적 권리'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가장 앞장서 왔다. 노동자, 여성, 청소년, 장애인, 성소수자는 바로 한국 사회가 제한하고 억압해온 권리의 이름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들은 특수한 개별 권리들의 목록에 그칠 수 없다.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 권리'라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권이 진정 보편적 권리일 수 있을 때, 여성과 노동자의 권리도 온전히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이 유린한 것은 '최소한'의 민주주의와 기본권이 아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투쟁해 온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 권리'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짓밟은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누구보다 먼저 광장으로 모였고, 이 싸움이 '윤석열'만 바꾸는 싸움이 되지 않도록 함께 광장을 지키고 있다.

정권교체가 아닌 '윤석열 퇴진 투쟁'을 위해

현재 국회와 정부는 윤석열이 파괴한 '선거 민주주의'와 '시장 안정'을 회복하는 게 최우선 목표이다. 이 두 가지 목표를 공유하며 이들은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파면' 여부와 별개로 윤석열을 만들었던 세력들과 정치체제는 건재하게 된다. 민주주의와 보편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회로, 광장으로 결집했던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람들'만이 윤석열 정권을 정확하게 퇴진시킬 수 있다. 그럴 때, 윤석열을 제대로 퇴진시키기 위한 싸움은 '보편적 권리와 민주주의'의 확장 그리고 다중위기 시대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체제전환 투쟁으로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 응원봉을 들고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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