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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 전략'은 기후위기 시대 무임승차자 정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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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 전략'은 기후위기 시대 무임승차자 정당화"

"2040년 자산포트폴리오 넷제로 관점에서 입체적 접근 필요 "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가 19일 최종 의결한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안)'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엄중한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연금을 무임승차자(free rider)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19일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제한 전략에 대해 "2021년 5월말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한지 3년 7개월만에 나왔다"며 "기금위,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이 장고 끝에 최악의 수를 선택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도, 좌초자산으로 인한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찾아볼 수 없어 3년 7개월이 무의미하고 낭비된 시간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국제적 흐름에서 이탈한 석탄기업 판별의 정량적 기준 50% 설정, 이에 따른 적은 석탄투자 제한 규모, 너무 긴 국내 석탄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기간, 그린워싱 우려가 내포된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 2030년 이후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 기간 연장 단서 등을 지적했다.

포럼은 "특히 석탄기업 판별의 정량적 기준으로 설정한 3개년 석탄 배출 비중 50% 설정은 가장 게으르고 안일한 수치"라며 "기후위기 심화, 좌초자산 우려 등을 고려하여 향후 언제든지 조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석탄만이 아니라 석유와 가스 등도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 높다고 지적하며 국민연금이2040년 자산포트폴리오 넷제로 관점에서 금융배출량 산정, 감축목표 설정 및 이행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이번에 기금위에서 석탄투자 제한 전략안을 마련하여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역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자 좌초자산 우려가 높은 석유 및 가스가 남는다"며 "국민연금이 자산포트폴리오 넷제로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국민연금 석탄기업 투자제한 관련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성명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가 오늘(19일)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안)'을 최종 의결했다.

석탄기업(발전·채굴) 판별을 위한 정량적 기준을 '최근 3년 평균 석탄 매출 비중 50% 이상'인 기업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석탄 관련 기업 에너지 전환 투자전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해외자산은 2025년부터 즉시 적용해 투자를 제한하고, 국내자산은 2030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석탄기업의 경우,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 및 석탄 매출·설비용량 비중을 50% 이하로 감축하도록 5년간 비공개로 기업과의 대화를 한다는 계획이다. 비공개 대화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계획을 미수립하거나 개선되지 않은 경우 기금위의 의결을 통하여 투자제한을 결정하되, 기업의 에너지 전환 노력 등을 인정하여 의결한 경우 대화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1. 전반적 평가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 전략(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안) 마련은 2021년 5월 말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한지 무려 3년 7개월만이다. 기금위,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은 '장고 끝에 최악의 수'를 선택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석탄투자 제한 전략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도, 좌초자산으로 인한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없다. 3년 7개월은 무의미하고 낭비된 시간이 되어버렸다.

2. 석탄기업 판별 정량기준 50%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먼저 '석탄기업 판별의 정량적 기준 50% 결정'은 엄중한 기후위기 시대에 국제적인 흐름에서 이탈한 '가장 게으르고 안일한 수치'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의 한 축은 온실가스 감축이며, 화석연료 중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인 석탄의 조기 퇴출은 제1순위 과제다.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Global Coal Exit List)'를 매년 제시하는 비영리기관인 우르게발트는 20%를 제시하고 있고, 지난 2022년 4월 기금운용위원회에 올라간 석탄 관련 용역 최종보고서에서는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주요 연기금(ABP, AP, GPFG) 및 글로벌 금융기관(BlackRock, Allianz, UBS)도 20% 혹은 30% 이상을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민사회 등에서는 국민연금에 30%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기금위와 보건복지부는 50%로 결정함으로써, 석탄 매출 혹은 석탄설비 용량 비중 49.999% 기업은 석탄기업이 아니라는 면죄부를 주어 버렸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러한 결정이 오히려 국내 석탄 기업 전반의 에너지 전환을 지체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한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심각성, 좌초자산 우려 등을 고려하여 향후 정량기준 50%는 언제든지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연기금 및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의 정량 기준 20% 혹은 30%는 환경적 이유도 있지만 석탄투자가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나온 수치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3. 석탄기업 판별 정량기준 50%에 따른 투자 제한 규모

국민연금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석탄기업에 총 24.4조원(주식 5.8조원, 재권 18.6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중 석탄 매출 비중 50% 이상은 발전 공기업들로 6개, 약 2.1조원이다. 해외의 경우는 총 9.2조원 중 석탄 매출 50% 이상 기업에 투자한 규모는 0.2조원이다. 결국 현재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제한 규모는 총 2.2조원에 불과하다. 생색내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 지점에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석탄 매출 50% 이하는 좌초자산의 가능성이 없는가. 석탄 기업에 대해 지배력을 보유한 기업까지 고려하여 '기업과의 대화'를 실시한다고 하면서 발전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한국전력은 왜 투자 제한 규모에는 포함시키지 않는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즉각적인 투자배제 혹은 제한보다는 관여활동(engagement)을 통한 전환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투자배제는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그럼에도 '투자배제 혹은 제한'은 관여활동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4. 2030년까지 기업과의 대화 :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

국민연금은 정량기준 50%를 기준으로 관여활동을 위한 국내 석탄기업을 선정한 후 2030년까지 기업과의 대화에 나서게 된다. 이 때의 핵심 안건은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 및 '석탄 매출·설비용량 비중 50% 이하 감축'이다. 문제는 '에너지 전환계획의 수준'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파리기후협약에서 도출된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전환계획이 수립되도록 관여활동을 하고 그 강도 또한 높이기를 요구한다. 평가기준 또한 엄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린워싱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 기업과의 대화 기간 연장 단서

기금위는 2030년까지 기업과의 대화를 실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투자제한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관여활동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단서를 달아놓았다. 즉 기금위에서 석탄기업의 에너지 전환 노력 등을 인정하여 의결한 경우 대화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50% 이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투자제한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 단서가 석탄기업의 에너지 전환에 안이한 신호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충격, 경제상황 등을 핑계로 기금위가 대화기간을 연장해 줄 수 만능 카드로 악용될 소지가 매우 높다는 점을 우려한다. 최후 수단인 투자제한 무기가 무력화된다면 관여활동도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고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7개월 만에 결정된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 전략'은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연금의 무임 승차자(free rider) 정당화'에 가깝다. 이를 그나마 상쇄시킬 수 있는 방안은 '기업과의 대화' 즉 '관여활동'의 강도를 높이는 일이다. 기금위,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은 현재 '석탄'만을 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석탄 이후 석유와 가스 기업 또한 좌초자산화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민연금이 '자산포트폴리오 넷제로' 차원에서 접근하기를 요구한다. 즉 국민연금 자산포트폴리오의 금융배출량을 산정하고 감축목표를 설정한 후 관여활동, 화석연료 투자 제한 및 비중 조정, 재생에너지 기업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배출량을 감축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2040년에는 포트폴리오 넷제로를 달성하기를 촉구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요구

1. 국민연금 석탄기업 판별 정량기준 50%는 향후 30% 수준으로 조정하라

1. 국민연금은 석탄기업의 에너지 전환계획 수립에 대한 평가기준을 1.5도 목표에 부합시켜 그린워싱을 방지하라

1. 기업과의 대화 기간인 5년은 너무 길다. 이를 단축하고 관여활동의 강도를 높여라

1. 국민연금은 2040 자산포트폴리오 넷제로를 선언하고 이를 위한 입체적인 감축 및 이행계획을 수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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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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