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언해 온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보복이 백악관 입성도 전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 공화당에선 의사당 폭동 의회 조사를 주도하는 등 트럼프 당선자를 비판해 온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고 트럼프 당선자는 불리한 여론조사를 발표한 언론사 등에 대한 고소를 이어갔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미 CNN 방송 등을 보면 하원 공화당은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회의사당 폭동에 대한 하원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 중심 역할을 한 체니 전 의원이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17일 하원 행정위원회 감독소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친트럼프 성향 배리 라우더밀크 공화당 하원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1·6 특위 조사 "정치화"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체니 전 의원이 "형사"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권고안에 구속력은 없다.
보고서는 체니 전 의원이 1·6 조사 특위 청문회의 주요 증인이었던 트럼프 1기 백악관 참모를 지낸 캐시디 허친슨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허친슨의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체니 전 의원과 "비밀리에 접촉"하며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허친슨의 "터무니 없는 주장엔 아무 근거가 없었다"며 FBI가 체니 전 의원에 대해 "다른 사람이 위증을 저지르도록 하는" 혐의 관련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허친슨은 1·6 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트럼프 당선자가 의사당 폭동 당시 시위대가 무기를 소지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오히려 "금속탐지기를 치우라"며 시위대 수색을 막는 등 폭력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스스로 시위대에 합류하려 시도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1·6 조사 특위는 2022년 말 최종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폭동 관련 반란 선동 및 조력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1·6 조사 특위에서 활동한 체니 전 의원은 2022년 공화당 하원의원 당내 경선에서 낙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우더밀크 보고서가 제기한 혐의 관련 허친슨이 2023년 펴낸 회고록(<Enough>)을 참고하면, 허친슨은 1·6 특위 조사 당시 트럼프 쪽이 제공한 변호사가 특위에 적극 협조하지 말 것을 권고하자 체니 전 의원에 직접 연락했고 이에 체니 전 의원이 복수의 다른 변호사 정보를 제공하자 허친슨이 이들과 상담 뒤 변호사를 직접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증인 매수를 금지하는 법 조항은 증언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가 아닌 이를 막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당 보고서의 "리즈 체니가 수많은 연방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FBI에 의해 조사돼야 한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체니 전 의원이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체니 전 의원을 포함해 1·6 조사 특위 위원들이 "감옥에 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자가 "그의 적이 처벌 받는 것을 보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처벌의 원인을 자신이 제공했다는 "책임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보고서가 체니 전 의원에 대한 조사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직접 지시하는 위험할 수 있는 과정에서 벗어나게 해 줬다"고 분석했다.
체니 전 의원은 성명을 통해 해당 보고서가 "실제 증거에 대한 검토를 반영하지 않고 진실에 대한 악의적이고 비겁한 공격"을 담고 있다며 "명망 있는 변호사, 입법자, 판사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FBI 국장으로 지명한 충성파 캐시 파텔 취임 땐 체니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현 FB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는 그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음에도 트럼프 당선자가 차기 국장을 지명하며 압박하자 트럼프 정부 출범 전 사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전 수행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잘못됐다며 해당 여론조사를 발표한 언론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AP> 통신을 보면 16일 아이오와주 지역 신문 디모인레지스터를 고소한 트럼프 당선자는 해당 여론조사가 "뻔뻔스러운 선거 간섭", "선거에 간섭하는 허구"였다고 주장했다. 대선 3일 전 발표된 해당 조사는 공화당 텃밭인 아이오와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47%)이 트럼프 당선자(44%)보다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는 결과를 담아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실제 대선에선 트럼프 당선자가 아이오와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13%포인트 이상 앞선 결과가 나와 해당 조사의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를 수행한 저명한 조사원 J. 앤 셀저는 업계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디모인레지스터 쪽은 해당 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해당 조사 관련 전체 자료와 기술적 설명을 공개했다며 소송을 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작가 E. 진 캐럴이 제기한 성폭력 혐의 민사 소송에서 지난해 패소한 트럼프 당선자는 당시 소송에서 강간이 아닌 성적 학대 혐의만 인정됐다며 지난 3월 ABC 방송에서 강간 혐의가 인정됐다고 말한 진행자 조지 스테퍼노펄러스와 ABC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최근 이들로부터 1500만달러(약 217억원) 합의금 지불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체니 전 의원과 언론사 고소 관련 "자신에게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데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던 트럼프 당선인의 관련 목표가 이제 분명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아이오와대 법학 교수 서맨사 바바스가 "트럼프 당선자가 언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러한 소송은 "이기는 것보다 위협을 위해 설계됐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