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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드러내는 시리아 집단 매장지…"밟은 모든 곳 아래 주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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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드러내는 시리아 집단 매장지…"밟은 모든 곳 아래 주검"

'산업적 규모 살해' 주검 널려 아이들도 사람 뼈 모양 알아…"나치 이후 최대 참상·알아사드 '죽음의 시스템' 운영"

반군이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를 몰아낸 뒤 집단 매장지 등을 통해 알아사드 정권이 자행한 대량 살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발굴과 신원 확인에만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를 이어 이어진 54년 독재 정권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많은 노력이 소요될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AP> 통신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알아사드 정권의 집단 매장지 중 하나인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 나즈하 곳곳에서 척추, 대퇴골 조각 등 사람 뼈가 보였다고 보도했다.

전쟁범죄 담당 미국 대사를 지낸 스티븐 랩은 나즈하 및 또 다른 집단 매장지인 다마스쿠스 북쪽 쿠타이파를 방문한 뒤 "나치 이후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며 집단 매장지가 알아사드 정권 아래 "죽음의 시스템"을 폭로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는 "거리와 집에서 사람들을 사라지게 한 비밀 경찰, 굶기고 고문해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간수와 심문관, 주검을 숨긴 트럭 운전사와 불도저 운전사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살인 시스템에서 일하고 있었다"며 이는 "죽음의 시스템이 된 국가 테러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스템 안에서 실종되거나 고문 당해 사망한 사람이 10만 명이 넘는다"며 "이 집단 매장지에서 우리가 목도한 것을 고려할 때 이 수치에 크게 의심이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정부 간 기구 국제실종자위원회(ICMP)는 시리아에 이러한 집단 매장지가 66곳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종자 규모는 15만 명 가량으로 추산 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듬해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집단 매장지 부지에서 대규모 굴착이 시작됐고 2022년까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위성 이미지에선 큰 구덩이들, 대형 트럭 또한 포착됐다. 통신은 쿠타이파와 나즈하 인근 주민들이 불도저로 파 낸 긴 구덩이에 버려진 주검을 운반하는 냉동 트럭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나즈하·쿠타이파 집단 매장지의 참상은 "무덤 파는 사람(Grave Digger)"으로만 알려진 전 시리아 공무원의 2020년 독일에서 열린 시리아 전쟁범죄 재판 증언 및 2022년 미국 의회 증언을 통해 알려졌다. 시청 행정직원이었던 그는 2011년 알아사드 정권 정보부에 의해 나즈하와 쿠타이파 집단 매장지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근무 당시 "매주, 일주일에 두 번씩 3대의 트레일러트럭에 고문, 폭격, 학살로 희생된 300~600구의 주검이 도착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세드나야 교도소에서 처형된 민간인 주검 30~40구를 실은 픽업트럭 3~4대가 가장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이를 처리하기 위해 도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AP> 통신은 16일엔 남부 다라주 이즈라 마을에서 주민들과 의료진이 또 다른 집단 매장지를 발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발굴팀은 30구 이상의 주검을 발견했고 총 매장된 주검 수는 70구에 달할 수 있다고 추측 중이다. 이즈라 보건국장인 무사 알주에비는 통신에 몇몇 주검은 "머리나 눈에 총을 맞거나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교도소에서 실종된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던 실종자 가족들이 이제 유해 발굴 현장에 모여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실종자 가족 중 하나인 모하마드 가잘레는 교도소에서 실종된 가족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며 "그들은 이곳에서 연료가 뿌려진 채 산 채로 불탔다"고 절망했다.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학살 증거 보존을 위해 집단 매장지 발굴 작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권고 중이다. 랩 전 대사는 <AP>에 "절망한 가족들이 가족의 흔적과 정보를 찾기 위해 현장으로 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조사에 해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단 매장지에 묻힌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10살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훼손된 주검 묻는 곳"

2022년 폭로된 영상을 통해 2013년 일어난 대량 학살이 알려진 다마스쿠스 교외 타다몬 지역의 피해 실체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타다몬 지역 잔해 더미에서 며칠 전 주검의 일부인 부패한 손을 발견한 10살 어린이가 친구들과 함께 그 손을 흙으로 덮어 두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어린이는 "우린 서 있는 모든 곳에서 주검을 밟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한때 반군 근거지였던 타다몬이 알아사드 정권 아래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산업적 규모의 살인 공간으로 변해, 주검이 너무 흔한 탓에 아이들조차 사람 턱뼈와 개 턱뼈를 구분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소년들은 아무렇지 않게 두개골이며 대퇴골을 집어 던진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지역 한 지하실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주검 더미를 발견했고 다른 지하실에선 서까래에 걸린 닳은 밧줄 여러 개를 발견했다. 훼손된 건물에선 사람 뼈와 부식된 피 묻은 옷이 발견됐다.

주민들은 폭로된 학살보다 정부군과 친정부 무장 단체(NDF)에 의한 훨씬 더 많은 고문, 살해, 강간이 일어났다고 증언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주민들이 친정부 무장 세력이 정기적으로 눈가리개를 씌운 피투성이의 사람들을 이 지역으로 데려왔고 총소리와 함께 몸이 쿵 떨어지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끌려온 이들이 "어떤 때는 인근 소년들"이었고 "어떤 때는 그저 죽기 위해 이곳으로 끌려 온 모르는 사람들"이었다고 신문에 말했다. 이 주민의 두 아들도 NDF에 의해 이런 식으로 살해 당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NDF에 의한 강간과 살해가 일어났던 한 모스크(이슬람 사원) 지하로 <파이낸셜타임스> 기자를 안내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타다몬의 많은 주민들이 관련해 처벌을 바라고 있고 쫓겨난 주민들이 이 지역으로 돌아온 뒤 이들이 소유했던 집 등 재산 관련 문제도 시작되고 있다며 "이는 다가올 문제를 예고하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한편 17일 <워싱턴포스트>(WP) 등을 보면 알아사드 축출을 주도한 이슬람 수니파 반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반군을 "해산"하고 전투원들을 국방부 산하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알카에다 하부 조직을 전신으로 둔 HTS가 미국 등에서 테러 단체로 지정돼 있는 가운데 알샤라는 서방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며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중이다.

시리아 주변국들은 계속해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고위 당국자들이 튀르키예(터키)와 친튀르키예 무장 세력이 시리아 국경을 따라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 미 당국자는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한 튀르키예의 국경을 넘는 작전이 임박했을 수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북부 접경지대 쿠르드 무장 단체를 자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분리주의 무장 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시리아 쿠르드 무장 단체와 협력해 왔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시리아 북부 상황에 대해 튀르키예와 계속 협의 중"이라며 "시리아 분쟁 격화는 어느 당사자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알아사드 축출과 함께 튀르키예 지원 반군에 쿠르드 반군이 공격 당한 시리아 북부 만비즈에서의 휴전이 이번 주 말까지 연장됐다고 밝혔다.

시리아 권력 공백을 틈타 골란고원 완충지대에 진입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7일 "이스라엘 안보를 보장하는 다른 합의가 있을 때까지" 완충지대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67년 골란고원 대부분을 점령했지만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제사회는 골란고원을 시리아 영토로 본다.

▲17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 나즈하에 위치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희생자들의 집단 매장지를 살피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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