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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가자 낙진 맞은 아사드…'반군 승리' 시리아의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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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가자 낙진 맞은 아사드…'반군 승리' 시리아의 '내일'은?

아사드 정권, 러·헤즈볼라 지원 줄자 순식간에 붕괴…역내 이란·러 세력 축소 불가피

8일(이하 현지시간) 시리아 반군의 수도 다마스쿠스 점령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졌다.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던 러시아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에 빠져든 새 무기력한 정부군이 반군에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튀르키예(터키)가 주요 반군의 공세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며 '승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 등 각기 다른 국가의 지원을 받는 여러 반군과 정부군이 10년 넘게 내전을 벌여 온 시리아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러 국영 <타스> 통신은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의 망명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고 인도적 고려에 따라 망명이 허용됐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러시아 당국자들이 시리아 무장 반군 대표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반군 지도자들이 시리아 영토 내 러시아 군사 기지와 외교 공관의 안전을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앞서 2011년 중동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이후 13년간 내전을 벌여 온 시리아 반군은 다마스쿠스 점령을 알리며 승리를 선언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아사드 정권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선 반군은 3일 만에 알레포, 지난 7일 홈스를 점령한 데 이어 8일 수도 점령에 성공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다마스쿠스 함락 전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수도 점령 뒤 반군은 종파주의 척결과 이란 간섭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냈다. 미 CNN 방송, <AP> 통신을 보면 다마스쿠스 점령을 주도한 수니파 반군 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시리아 해방기구)'의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42)는 8일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 모스크에서 "이 새로운 승리는, 시리아를 이란 야망의 놀이터로 만들고 종파주의를 퍼뜨리고 부패를 조장한 위험으로 가득 찬 이 지역 역사의 새 장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반군 사령관인 아나스 살크하디도 국영 방송에서 "시리아의 모든 종파에게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는, 시리아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아사드 가문의 50년 넘는 독재가 무너진 것은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낙진이라는 분석이다.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를 기반으로 시리아에서 정권을 잡고 있던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그리고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시리아 지원 여력을 잃었고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 전투를 벌이며 시리아에 대한 집중력을 잃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패, 저임금 의무 복무로 이미 의욕을 잃은 정부군이 거의 저항 없이 수도를 내준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9일 <로이터> 통신은 헤즈볼라 배치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지난해부터 이스라엘과의 전투를 위해 많은 정예 전투원들을 시리아에서 철수시켰다고 보도했다. 반군 공세는 지난달 27일 레바논 휴전 발효와 함께 시작됐는데 헤즈볼라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입은 큰 타격을 회복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시리아의 큰 전투에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통신에 설명했다. 통신은 "헤즈볼라의 철수가 반군 연합에 귀중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알아사드 정권 몰락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되고 헤즈볼라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직후 일어나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대가로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 상실이라는 지정학적 좌절을 겪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군이 다시 고개를 들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반군 공세에서 그러한 공격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번 반군 대공세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 강도가 약했던 이유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작전을 위해 시리아에서 많은 항공기를 철수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분석가들도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봤다. <뉴욕타임스>는 모스크바에 기반을 둔 중동 분석가 안톤 마르다소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엔 "대가가 따랐다"며 "그 대가는 시리아"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마르다소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뒤 시리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실적이 저조한 장성들의 "유배지"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초점이 이미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리아 내 군사 기지 유지로 옮겨 갔다고 짚었다. 신문은 마르다소프가 러시아가 반군 공습에 이들 기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반군과 이러한 협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또 미국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책임자 유진 루머가 러시아가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의뢰인을 오합지졸에 불과한 민병대 무리로부터 구하지 못했다면 파트너로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러시아가 실질적 타격 외에도 "외교적, 평판적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알아사드 정부가 붕괴됐지만 안정까진 갈 길이 멀다. <뉴욕타임스>는 분석가들이 반군 연합이 권력 공백으로 인한 혼돈을 막을 수 있는지, 시리아 전역에 대한 통제권을 얼마나 빨리 획득할지, 반군 연합 자체가 유지될지가 모두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서부에 기반을 둔 HTS와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민병대 시리아국가군(SNA)이 이번 공세를 주도했지만 남부에서도 다마스쿠스를 향해 별도의 지역 반군 세력이 진격했고 북동부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반군이 있다.

러시아와 이란이 알아사드 정부를, 튀르키예와 미국이 각기 다른 반군을 지원한 상황에서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 정립 또한 복잡한 과제다. 알카에다 연계 조직 '알누스라 전선'을 전신으로 둔 HTS의 경우 미국에선 테러 집단으로 지정돼 있다.

<AP>에 따르면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알아사드 정권 몰락은 "근본적 정의의 행위"라면서도 "알아사드를 무너뜨린 반군 집단 중 일부는 테러와 인권 침해에 대한 암울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군 지도자들이 "지금은 올바른 말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더 큰 책임을 맡게 됨에 따라 그들의 말 뿐만 아니라 행동도 평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혼란을 틈탄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IS)의 재건도 경계했다.

다만 HTS를 이끄는 알줄라니는 2016년 조직이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밝혔으며 최근 몇 년간 서방에 온건한 인상을 주는 데 주력해 왔다. <AP>는 알줄라니가 군복 대신 셔츠를 입고 알누스라 전선의 표적이었던 드루즈족, 튀르키예 지원 민병대에 의해 살해된 쿠르드족 가족 등을 방문하며 종교적 관용과 다원주의를 표방해 왔다고 전했다. 알줄라니는 2021년 미 P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시리아 혁명"을 추구할 뿐 "시리아에서 미국과 유럽인들을 향해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알줄라니는 지난주 CNN 인터뷰에서는 "시리아는 한 명의 통치자가 자의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 제도적 통치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알아사드 축출 뒤 HTS의 해산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튀르키예의 경우 이번 반군 공세의 '승인자'로 알려지며 이후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지 주목 받고 있다. 9일 <로이터>는 해당 계획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리아 반군이 약 6달 전 튀르키예에 대공세 계획을 전달하고 암묵적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다만 튀르키예 외무부와 국방부가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으며 튀르키예 당국자가 HTS가 "우리로부터 명령이나 지시를 받지 않으며 작전을 조율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 또한 HTS를 테러 집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로이터>는 튀르키예가 현재 시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외부 세력으로 부상했으며 이들의 목표는 시리아 난민 귀환 뿐 아니라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쿠르드족 세력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은 튀르키예에 기반을 둔 정치학자 비롤 바스칸이 "외부 세력 중 튀르키예가 가장 큰 승자"라며 "에르도안(튀르키예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그의 대리 세력이 승리했기 때문에 역사의 올바른 쪽, 적어도 승리한 쪽에 선 것으로 판명됐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9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우마이야드 광장에서 소녀들이 시리아 반군 깃발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 전날 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해 내전 승리를 선언함에 따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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