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가 학생들이 온라인에 올린 시국선언문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파악한 서울시교육청은 다른 학교에도 고등학생의 정치 참여를 막는 학교가 있는지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소재 예일여자고등학교 학생 167명은 지난 15일 학생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며 비상계엄 사태를 규탄하고 행동에 나서겠다는 시국선언문을 실명을 담아 게시했다. 이후 학교 측은 정치 관여 행위에 징계를 내릴 수 있는 학칙을 근거로 학생회 측에 시국선언문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학교 측의 시국선언문 삭제 요구는 고등학생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위배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고, 2022년부터는 정치관계법 개정으로 만 16세부터 정당 가입이 가능하다.
관련법 개정을 계기로, 학생들의 정치 참여 행위를 징계하던 학교들은 해당 학칙을 없애기 시작했다.
서울교육청도 2020년 3월과 2022년 4월, 올해 3월과 10월에 규정을 점검해달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이에 다수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공개했으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출신 학교인 충암고와 명일여고 학생들 또한 이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시국선언문과 대자보를 올렸다.
다른 학교들과 달리 학생들의 목소리를 막은 예일여고에 대처는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변,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단체가 모인 '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또한 17일 성명서를 통해 "학교 측은 통제적 관점으로 학생들의 정당한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며, 학생들 역시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특권화하는 구태가 바로 윤석열을 낳았고, 비상계엄을 낳았으며,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현재에도 또 다른 기회를 노리고 있는 극우를 낳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예일여고 사건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사태를 파악한 서울교육청은 예일여고에 대한 장학과 컨설팅을 통한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 시내에 학생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막는 학칙을 둔 고등학교가 있는지 전수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이날 예일여고 측에 이번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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