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환 씨가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이 '오죽하면 계엄했겠냐' 그런 시답잖은 말을 하는데 '일본이 오죽하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겠냐'는 사람들이니 어련하겠나"라며 '12.3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하는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씨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촛불행동이 주최한 '탄핵 콘서트'에서 공연 중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음 날 있을 탄핵안 표결과 관련해서도 "내일 국회에서 이 XX들이 탄핵하면 윤석열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매운 맛' 농담을 던졌다. 지난 2022년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동한 이후 "이 XX들", "쪽팔려서"라는 비속어가 섞인 말을 해 논란이 된 '바이든-날리면' 사건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씨는 '비상계엄 선포는 헌정질서와 국헌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 전날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서도 "입벌구(입만 벌리면 거짓말)다. 거짓말을 어떻게 그렇게 잘하나. 어제 들었는데 조사와 부사 빼고 다 거짓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후과에 대해 "우리 이번에는 1년 지나도 안 잊는다. 우리 혹은 우리를 대리하는 사람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을 생방송으로 봤다. 어떻게 잊나"라며 "최순실 때와는 다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데, 국민들이 계엄 트라우마가 생겼다. 잠을 못 잔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거 평생 간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내일 찬성 '가(可)', 무기명 투표니까 살짝 하시고 나와서 우리가 알아차리게 티를 내시라"며 "그러면 국민의힘 그동안 괘씸했지만 그분들은 환영하겠다. 그러나 다 반기기에는 좁다. 선착순 10명만 반기겠다. 빨리 서둘러야 한다. 다음 총선, 지선을 위해서라도"라고 당부했다.
이어 "여러분들 국민보다 자기 자신을 위하시는 분들이지 않나. 그러니 자기 마음의 소리 들으시고 내일 기필코 미래의 의원을 꿈꾸며 (탄핵 찬성에) 기표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이날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사랑하나요>, <덩크슛>, <물어본다>, <돈의 신>, <슈퍼히어로> 등 6곡을 부른 뒤 앙코르곡으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불렀다. 공연 중 그는 <덩크슛>의 가사 일부를 "윤석열 탄핵할 수 있다면", "주문을 외워보자 내려와라 윤석열, 내려와라 윤석열" 등으로 바꿔 부르는가 하면, 간주 중 "탄핵"을 외치고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겨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안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이날 가결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행동에 나선 음악인들이 더 있었다.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이날 팬카페에 "추운 날씨에 '아이크'(아이유 응원봉)를 들고 집회에 참석해 주변을 환히 밝히는 '유애나'(아이유 팬덤)의 언 손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며 먹거리와 핫팩을 준비했다"며 선결제해 둔 국회 인근 상점 지도를 올렸다. 이어 "공식 팬클럽에 가입된 '유애나'가 아니라도 집회에 참여하는 분이라면 선착순으로 음식과 핫팩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신대철, 윤종신, 이은미 등이 참여한 대한민국음악인연대도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우리는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우리의 생존을 위해 우리의 건강한 창작 환경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에 나서는 바"라며 "오늘부터 우리는 현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거나 탄핵 통과,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나라가 정상화될 때까지 시민들 속에서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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