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하기 전 유효한 방식의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을 정황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국회 증언에서 포착됐다.
박 장관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계엄 국무회의' 당시의 상황을 묻는 질문을 받고 "회의 개회, 안건, 이렇게 상황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고, 사람들이 도착하는 대로 다들 놀라서 우려의 말씀을 하고 '이러면 되느냐', '지금이 그럴 때냐'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한 사람, 한 사람 누가 뭐라고 말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한 사람도 '이걸 해야 된다'고 찬성한 사람 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박 장관은 '국무총리는 명시적 발언으로 비상계엄에 반대했느냐'는 질문에 "총리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계속 말씀을 하고 전하고 하신 것으로 안다"고 명확치 않게 답변했다.
박 장관은 '한 총리나 박 장관 당신이 반대 발언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취지의 확인성 재질문에 "그 당시에 이렇게 회의 형태로, 회의장에 누가 기재를 하거나 그런 사람이 없었다. 보안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들이 앉아 있고, 계속 또 대통령께…(말을 했다)"고 전했다.
'한 군데에서 모여서 회의하는 형태가 아니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또 "(그런 회의가) 한 번씩 있었다"고 했다. '누가 회의를 주재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안건상정도 없었으면 국무회의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는 "그 형식에 대한 판단은 제가 할 수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답벼을 피했다.
'다 모여서 국무회의 형태를 갖춘 정식적이고 정상적인 국무회의는 아니었다는 것 아니냐'고 재삼 확인성 질문이 나오자 박 장관은 "제가 말씀드린 것은, 누가 주재를 해서 '회의를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회의가) 진행된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다.
'서울대·연수원 동기' 이완규 법제처장 "尹 변호 안 맡아"
윤 대통령과 서울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과거 검찰총장 시절 징계 소송 대리인을 맡기도 했던 이완규 법제처장은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이번 내란혐의 사건에 대해 윤 대통령의 법률 변호를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처장과 박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회동한 사실을 시인하며 다만 이는 친목 모임일 뿐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처장은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이날 "대통령이 탄핵되면 법제처장이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하실 것이냐"고 묻자 "제가 현직 법제처장인데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일축하며 "저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자체도 견디기 어렵고 참담하다. 절차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그래도 공직을 지키면서 법제처 직원들과 함께 조용히 하고 있다. 그러면 제가 직을 두고 나가면 되겠나"라고 했다.
이 처장은 "저는 이 사태가 정리되고 정부가 바뀌면, 그때까지 우리 법제처를 잘 지키다가 물러나서 사인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이 처장에게 "12월 4일 밤에 법무부 장관, 행안부 장관 그리고 법제처장 세 사람이 삼청동 안가에 모였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법률 전문가들이고 윤석열과 가까운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당시에 대통령께 계엄에 대한 위헌·위법을 조언하고 사퇴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 위해서 모임을 한 것이냐"고 질의했다. 이 처장은 "그건 아니다"고 했다.
이 처장과 박 장관은 모임 사실은 시인하며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미 알려진 3명 외에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있었다"고 추가로 밝혔다.
이 처장은 모임에서의 대화 내용에 대해 "그냥 만든 자리였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다 그냥 한숨만 쉴 뿐 특별히 다들 언급은 자제하는 형편이고 다들 아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전 의원이 "계엄 다음 날 밤에 대통령 최측근들이 대통령 안가에 모여 한가하게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고 꼬집었지만 이 처장은 "그게 사실인데 어떻게 하겠나"라고만 했다.
공수처장 "상황 되면 尹 체포 시도"…법사위, 내란특검·김건희특검 의결
검찰과 수사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오동운 처장은 이날 여야 의원들로부터 '검찰과 협력하라'는 질책과 '수사 의지를 꺾지 말라'는 격려를 동시에 받았다.
오 처장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겠다"며 '윤 대통령 체포 의지 없느냐'고 묻는 야당 질의에 "상황이 되면 체포,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사위는 현안질의 중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행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즉 내란 일반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즉 김건희 특별법을 상정, 의결했다.
여야, 때아닌 '내란죄' 공방…죄 성립 유무, 탄핵요건과 무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계엄 선포는 잘못이지만 내란죄 성립 여부는 판단해봐야 한다'고 이의제기를 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이에 격렬히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이번 계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을 내란죄로 조사한다고 하는데 내란죄도 죄형법정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내란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영토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 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런 일이 없어야 되겠지만 과연 이것이 내란죄냐, 이 부분은 우리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있어서 위헌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 행사를 곧바로 폭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내란을 옹호하거나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그것 또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고 내란 수괴 윤석열을 특히 비호하는 경우는 윤석열과 함께 엄중한 국민적 심판이 따를 것"(정청래), "현직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서 국회의원들을 잡아들이라고 한 마당에 그 사람을 그렇게 보호하고 싶나. 그게 부끄럽지 않으면 사람이 아닌 것 아닌가. 이 자리에서 지금 고상한 법 지식 들이대면서 옹호하는 게 잘 하는 거냐"(김용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정 의원은 위원장 자격으로 한 발언에서 "내란죄냐 아니냐라는 얘기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위원회 논의 방향을 제한하며 "계엄군이 총을 들고와서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것은 내란죄다. 그 부분을 부정하느냐? 내란죄를 부정하거나 내란수괴 윤석열을 옹호하는 경우는 법사위원장으로서 매우 듣기 거북하다"고 했다. 이같은 의사진행에 여당 일부 의원이 항의하자 "지금 내란수괴 옹호하는 거냐?"고 하기도 했다.
조 의원이나 이날 본회의 대정부질의에 나선 윤상현 의원 등 일부 국민의힘은 내란죄 적용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야당과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를 자극할 뿐 내란죄 성립 유무는 대통령 탄핵요건과 무관하다. 헌법 65조 1항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탄핵소추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헌법·법률 위반 정도가 구체적 형사범죄를 구성하느냐는 이와 별개 문제이다. 헌법 65조 4항은 이에 대해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 그러나 이에 의해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설사 법원에서 내란죄 적용 여부에 대해 다수 유권자의 법감정과 다른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로 인해 탄핵 요건이 불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이날 법사위에서 12.3 사태와는 무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 진행에 대한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게 "법치주의는 정치 상황과 맞물리지 않고 그에 대한 고려 없이 별도로 돌아가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 대표) 2심 재판을 보니 검찰의 소송기록접수통지 수령(기록)이 없다"고 했다.
곽규택 의원도 천 처장에게 "국민들께서 비상계엄이라는 큰 어려움을 겪고 불안에 떠셨지만 민주적 회복력으로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재명 피고인이 이 와중에 재판을 불출석하는 사유로 '국가적인 혼란 상황 때문에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 이렇게 두 번이나 재판에 불출석했다"며 "일방적으로 2회 연속 재판에 불출석한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와 동시에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불참했다. 야당은 오는 20일 다시 현안질의를 실시하기로 하고 유 장관과 용호성 차관 등 정부 측 관계자 19명에 대한 증인출석 요구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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