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미국과 영국 등 윤석열 정부가 공들였던 '유사 입장국'의 대사들이 모여 한국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면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 외교 입지가 매우 좁아진 위기 상황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사태 수습은커녕 회의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11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지난 금요일(6일)에 주요 5개국 주한대사들이 만나 만약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2025년 10월 개최 예정인) 경주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포함해 모든 정상회담 개최를 보이콧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믿을 수 없는 지금의 한국 정부와 접촉하지 말라 또는 접촉하더라도 그 말을 믿지 말고 본국에 제대로 보고하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5개국은 서방의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김 의원은 "3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가 퇴임 송별 오찬을 했는데 이후 저녁에 비상계엄이 발생했다"며 "골드버그 대사가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차장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했는데 이들이 전화를 끄고 답을 하지 않아서 (미국에) 윤석열 정부 사람들과 상종 못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완전히 외교 마비 상태다. 여기(한국)에 있는 대사들이 누구를 접촉할 것인가"라며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안일하게도 브리핑에서 지금 정부 외교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의 틀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내란 수괴의 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이 권한이 있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트럼프 정부 때 차관보를 했던 사람이 저에게 직접 (윤석열) 대통령이 그 날짜에 한 게(비상계엄) 주술 때문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대사관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의원들에게 계엄) 상황을 물어본다. 야당이지만 우리나라의 민주회복 탄력성에 대해 역설하느라 고군부투하고 있다"며 "그런데 여당 의원들과 위원장이 이렇게 방치하면 어떡하나. 조태열 장관이 (계엄에) 반대했다고 하는데 그거라도 이 자리에서 들어봐야 한다"라며 외교부‧통일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도 모두 출석해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여야 간 협의가 있어야 정부 당국자를 부르는 위원회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며 여야 대표를 맡은 간사들에게 회의 개최 책임을 떠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위원장이 즉시 여야 간사회의 소집하고 국민의힘 쪽에서 상임위 개최를 거부하면 위원장이 소집하라. 위원장이 못하겠다고 하면 사회권을 (더불어민주당의) 김영배 간사에게 넘겨라"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은 여야 합의가 우선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회의 개최 자체에 동의하냐는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전날인 10일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에게 불리해진 현 상황에서, 외통위에서 현재 한국의 외교 상황을 알린다면 윤 대통령이 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음을 국민의힘 측에서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주한미국대사관은 이날 이와 관련 "외교 대화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지만, 김준형 의원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호주 측은 대사의 일정이나 대화는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APEC 비공식고위관리회의에도 참석했고 앞으로도 한국의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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