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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의 폭력, 수정주의, 소외에 맞선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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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의 폭력, 수정주의, 소외에 맞선 투쟁

[기고] 한강 노벨상 수상의 의미, 정의와 진실 향한 헌신

2024년 12월 10일, 한국의 고통스러운 폭력과 저항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는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여성 작가로 최초의 영광이다. 이번 수상은 정치적 혼란 속에 있는 한국 진보세력에게 큰 의미를 지니며, 필요한 정당성을 제공한다. 보수적인 윤석열 정부는 한강의 세계적 성과에 놀라면서도, 자신의 반동적인 정책과의 모순을 드러내지 않으려 고심하며 그녀의 업적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20세기 한국 역사는 외세, 특히 미국과 연계된 정권에 의한 지배와 이를 억압하려는 진보 운동의 저항으로 점철되어 있다. 일본 식민지 시대(1910-1945) 동안, 한국의 자원과 노동력은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해 착취당했다. 독립운동은 사회 각계각층을 아우르며, 좌파 세력—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 포함—이 독립뿐 아니라 토지 개혁과 노동자 권리도 요구했다. 일본이 한국을 아시아 확장의 전략적 기지로 만들면서 항만, 철도, 광산, 일부 공장에서 새로운 노동 계급이 형성되었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한국은 38선을 기준으로 분단되었다. 남한의 미군정은 민주적 가치를 옹호하는 조직과 단체를 무자비하게 억압하며, 1980년대 후반까지 노동운동을 사실상 해체했다. 농촌에서는 민주화 투쟁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인해 대규모 불안이 발생했으며, 이는 폭력적으로 진압되었다. 특히 제주 4.3 사건(1948)에서 수만 명이미군 지원 정부에 저항하다 희생되었다. 이승만 정권을 시작으로 지배계급은 강력한 반공주의를 내세우며 폭력에 의존하여 권력을 유지했다. 지주, 자본가, 군부 주요 인사들이 정치 생활을 장악했으며,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 역할을 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승만은 독립운동가 김구와 여운형의 암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일본 점령에서 민주적이고 통일된 한국으로의 평화로운 전환을 추구한 지도자들이었다. 지하에서의 저항은 계속되었고, 억압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전두환 독재 하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군사 정권에 대한 대중적 반대의 가장 중요한 표현 중 하나였다. 미국의 묵인 아래 자행된 이 운동의 잔혹한 진압은 군사 독재,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 국내 유력 인사들 간의 공모를 부각시켰다. 대규모 시위는 결국 1987년민주 개혁을 이끌었다. 그러나 경제 권력은 여전히 엘리트층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진보 세력은 사회적, 경제적 정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65%가 미국에 우호적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널리 퍼졌던 반미 정서와 대조적이다.

한강의 작품: 억압된 역사와 기억에 대한 저항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2014)와 <작별하지 않는다>(2021)는 한국의 과거 사건, 즉 군사독재에 맞서 일어났다가 폭력적으로 진압된 저항을 다룬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 학살(1980)을 중심으로 하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1948)과 한국 또는 국가와 관련된 다른 학살(베트남전 등)을 탐구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보수 엘리트층이 여전히 역사를 왜곡하고 저항을 북한의 침투 탓으로 돌리며 억압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진보적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을 지지하지 않는 80%의 한국인에게 한강의 수상은 문학적승리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승리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보수 세력은 이번 수상을 폄하하려 시도했으며, 소설가 김규나는 한강이 "역사를 왜곡했다"며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에 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이 중국 작가에게 돌아갔어야 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이는 한국의 친미·반중 입장을 고려할 때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비판은 2000년 평화상을 받은 전 대통령 김대중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대와도 유사하다.

한강은 어떠한 축하 행사에도 참여를 거부했다. 그녀는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이유로 기자회견을 열지 않으며, 정의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헌신을 자국의 경계를 넘어 확장했다.

한강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한 출발점

정치적, 역사적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작품을 접하는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 가슴 아픈 소설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유산을 수십 년에 걸친 여러 서사를 통해 탐구한다. 이야기는 동호라는 소년의 잔혹한 죽음에서 시작된다. 그는 이 운동의 희생자를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된다. 각 장은 동호를 알았던 사람들부터 사건의 신체적·심리적 여파를 겪는 이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이들의 얽히고 설킨삶을 통해 한강은 국가 폭력, 반대 의견 억압, 정치적 탄압의 장기적 상흔이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특히 소설의 두 부분에서 2인칭 화자를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이 희생자와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한강의 서정적이고 애도에 찬 문체는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깊은 공감을 드러내며, 총알 뿐 아니라 기억과 역사를 지우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폭력에도 주목한다. 이 책은 연대, 공동체 저항, 집단 치유를 위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필요성을 탐구한다. 또한 글로벌 반제국주의 및 반식민지 투쟁의 맥락에서 이 투쟁을 기억하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비제이 프라샤드가 "사실상의 NATO+ 회원국"이자 "사실상의 미국 군사화된 식민지"라고 표현한 대로 한국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기득권적 이해관계는 억압과 학살에 대한 개입과 관련하여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미국의 역할과 <희랍어 시간>의 확장

그러나 7년 후 발표된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미국의 역할이 언급된다. 이 소설은 <소년이 온다>가 작가에게 미쳤던 감정적 여파를 다룰 뿐만 아니라, 정부의 폭력, 고문, 대규모 학살이라는 주제를 더욱 깊이 탐구하고 확장한다. 소설의 중심에는 1948년의 제주 4.3 사건이 있다. 소설은 당시 미국 군정이 "섬의 모든 사람들, 약 30만 명을 공산화를 막기 위해 필요하면 전멸시키라"고 명령했던 사실을 다룬다.

소설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연구로 악몽과 편두통에 시달리는 작가 경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친구이자 예술가인 인선과 함께 인선의 집 근처에 기념 설치물을 계획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두 예술가는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가한 학살을 포함해 다른 대량 학살 사건들을 작품에서 다뤘음을 암시한다. 경하는 점점 제주4.3 사건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이 사건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3만여 명이 희생되었으며 이는 인선의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친 비극이다. 이야기는 경하의 의식이 분열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초현실적으로 변하며, 한강은 생존자들의 기록과 경하의 몽유병 에피소드를 교차시킨다.

한강의 상징과 문학적 연결

소설에서 한강은 작품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상징으로 눈(snow)을 사용한다. 눈은 얼어붙음, 덮음, 그리고 드러냄의 함의를 가지고 있다. 겨울과 얼음이라는 비유는 시대와 사회의 엄혹함을 나타내며, 세계 예술에서 널리 쓰이는 주제다. 그러나 흰색은 한국에서 애도와 기억의 색이기도 하다. 이는 한강의 이전 작품 <흰>(2016)과 연결되는데, 이 작품은 개인적 애도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흰>은 혹독한 겨울 동안 바르샤바에서의 작가 체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도시를, 특히 1944년 바르샤바 봉기 이후의 상황을 반추한다. 이 봉기는 나치 점령에 맞선 폴란드의 중요한 저항 운동이었다. 1944년 10월부터 1945년 1월까지, 독일군은 바르샤바를 체계적으로 파괴하며 도시 건물의 85%~90%를 파괴하고, 봉기 중과 이후에 약 20만 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이 역사적 맥락은 <흰>에서 강렬한 배경으로 작용하며, 바르샤바는 폭력과 반란의 상징으로, 한강의 작품 전반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와 연결된다.

<채식주의자>와 현대 사회의 소외

2016년, 한강은<채식주의자>(2007)로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다. 처음에는 이 작품이 앞서 언급된 작품들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한 여성의 심리적 붕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소외 문제를 심도 있게 비판하며, 폭력과 억압으로 가득 찬 제국주의 사회의 억압적 구조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소설은 주인공 영혜의 급진적인 사회적 규범 거부를 다룬다. 이는 여러 방식으로 드러나는데, 그녀가 동물 도살에대한 꿈을 계기로 고기를 거부하고, 사회와 가족 내에서의 역할에서 물러나며, 나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 것이다. 이 같은 행동은 폭력과 억압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이 소외는 영혜뿐만 아니라 그녀 주변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한강은 꿈과 악몽을 자주 활용하며, 이 작품에서도 중심 사건으로 잔혹한 도살의 이미지를 사용해 불안한 세계에 대한 무의식적 인식을 탐구한다. 소설의 실존적 특성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과 비슷한데, 카프카의 작품에서는 개인이 매우 소외된 자본주의 후기 사회의 불합리하고 억압적인 힘에 직면한다. 영혜가 이 사회와의 정신적 단절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가장 극단적인 시도는 자기 소멸로 이어지며, 이는 소외의 궁극적 형태를 상징한다.

<희랍어 시간>의 소외와 재발견

<희랍어 시간>(2011)은 두 명의 이름 없는 주인공이 심각한 상실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 사람은 말을잃고, 다른 한 사람은 시력을 잃는다. 이들은 사회와의 단절 속에서 점점 더 세계와의 감각적 연결이 약화되며 깊은 소외감을 느낀다.

특히 말을 잃은 여성 주인공의 경우, 소설에서는 이렇게 묘사된다.

“그 당시 그녀는 여전히 언어를 가졌기 때문에 감정이 더 분명하고 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 안에 더 이상 단어가 없다. 단어와 문구는 유령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며, 그녀의 몸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귀와 눈으로는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바로 이 거리 덕분에, 강렬하지 않은 감정은 약하게 붙어 있던 테이프 조각처럼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간다.”

그녀가 목소리를 잃은 이유는 젊은 시절, 완전한 진리를 담을 수 있는 언어—마치 우주의 대폭발처럼—를 갈망했던 데 있다. 그녀는 프랑스어 수업에서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배우며 처음으로 이 갈망을 극복했지만, 이제는 고대 그리스어를 배우는 것을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자 한다. 고대 철학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시력을 잃은 남성 교사는 독일에서의 기억—그가 살았던 "전쟁 거리(Kriegsstrasse)"—와 길을 잃는 꿈 등을 통해 문화적 소외감을 경험한다. 그의 가족 내력에서 전해지는 시력 상실은 고립의 전통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그의 소외감과 감각적 세계에 대한 인식의 약화는 여성 주인공의 언어 단절과 평행을 이룬다.

익명성을 띤 이 두 주인공은 일반화된 인간을 상징하며, 그들이 점점 더 감각적 세계와의 연결을 잃는 모습은 현실과 마주하는 거리감을 강조한다. 카프카의 작품처럼 <희랍어 시간>과 <채식주의자>는 개인의 소외를 묘사하지만, 더 큰 사회적 힘에 대한 탐구는 생략된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비슷한 고립을 경험하는 다른 인물이 이를 이해하고 다리를 놓아주는 희미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역사적 맥락 속의 저항과 한강의 노벨 문학상

한강의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에서는 역사적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대중적 저항운동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공통의 대중적 반대가 결여될 경우, 주인공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더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검열과 역사 왜곡을 지속하며, 전두환 같은 독재자를 미화하는 극우 인사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강력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수상은 민주주의, 진실, 그리고 자유를 위해 희생된 삶을 기억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승리의 의미를 부여한다.

한강의 작품은 단순히 과거를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독자들에게 역사의 유산과 소외된 사회가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투쟁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성찰하도록 독려한다. 따라서 그녀의 노벨 문학상은 예술적 업적에 대한 찬사일 뿐만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향한 흔들림 없는 헌신을 기리는 것이기도 하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글의 연구에 귀중한 도움을 주신 홍순형 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필자주)

  • 이글을 쓴 제니 패널(Jenny Ferrell)님은 진보 문학 평론가로 아일랜드에서 현재 활동합니다. 동독 출신으로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친자본적으로 동독의 산업구조가 민영화되면서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미친 악영향에 대한 연구와 기록에 앞장섰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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