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구성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전 KBS에 '계엄 방송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민 현 사장과 최재현 통합뉴스룸 국장을 방송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비상계엄이 선포되기도 전 박민과 최재현이 성명불상의 누군가로부터 미리 '방송'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이행하였다는 의혹이 있다"며 "박민과 최재현은 물론, 지시한 성명불상의 인원까지 방송법 제4조 제2항 위반에 대한 공동정범으로서 방송법 제105조 제1호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KBS본부는 "이러한 의혹은 다수의 언론 보도 및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 등을 통해 상당히 높은 신빙성이 인정되는 의혹이라고 판단된다"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방송법이 보호하고 있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위협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해당 피고발인들의 휴대 전화 수사 등 조속한 수사가 요구된다"고도 했다.
방송법에서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누구든지 방송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방송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고(방송법 제4조 제2항),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KBS 본부는 특히 "대통령 윤석열의 계엄선포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위헌·위법한 조치로서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며 "부당한 방송편성 개입을 지시한 이행한 행위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언론의 자유를 망각한 행위이자, KBS를 공영방송이 아닌 계엄방송으로 가치를 휴지통에 처박은 행위로서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할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최재현 국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대통령의 발표 2시간 전에 대통령실 인사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실제 발표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발표 전에 대통령실로부터 계엄과 관련한 언질을 받은 일이 결코 없었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한편, 언론시민단체는 KBS 본부와는 별도로 성명불상의 대통령실 관계자를 KBS 사장 선임에 개입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민중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 90여개 언론시민단체가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박민, 박장범, 김성진 최종 3인의 후보가 면접을 보기 전날인 지난 10월 22일 성명불상의 대통령비서실 소속 고위공무원이 박민 사장에게 '사장 교체'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실 관계자를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면접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대통령실이 '박민 탈락, 박장범 사장 임명 제청'이라는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특정 후보자에게 이를 통보해 이사회의 임명제청에 관한 심의·의결 절차를 형해화한 것"이라며 "고발인들은 이를 두고 대통령비서실 소속 고위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KBS 이사들로 하여금 사장 임명제청에 관해 형식적 거수기로 만들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사들의 사장 임명 제청 심의·의결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송법 제46조 제1항 및 제49조 제1항 제7조에 따라, KBS의 사장 임명제청에 관한 사항은 KBS 경영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안양봉 KBS 기자는 박장범 사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달 19일, 박 후보자의 이사회 면접 당일인 지난 10월 23일 KBS 근처의 한 술집에서 이영일 KBS 노사협력 주간으로부터 '박민 교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박장범 사전 내정'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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