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가 KBS 이사회를 통해 선임되기 전 박민 현 사장이 자신의 교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19일 참고인으로 출석한 안양봉 KBS 기자는 박 후보자의 이사회 면접이 있던 지난달 23일 저녁 KBS 근처 한 술집에서 이영일 KBS 노사협력 주간으로부터 '박민 교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안 기자는 '이영일 주간으로부터 용산에서 박민 사장이 교체된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으셨느냐'는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안 기자는 당시 이 주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대해 "'용산에서 전날(10월 22일) 박민 사장한테 교체된다라는 통보를 했다', '퇴근해서 핵심 참모들과 함께 저녁 자리를 박민 사장이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본인이 교체된다는 이야기를 박민 사장이 전달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 주간에게 "술자리에서 그런 말(박민 교체)을 한 적 있느냐?"고 물었으나, 이 주간은 "사실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부인했다.
이 주간이 부인하자, 최 위원장은 이번에는 박상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을 참고인석으로 불렀다. 박 본부장은 "그날(10월 23일) 저녁에 의아했던 것이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표결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 주간은 만약 박민 사장이 (연임)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결과를 기다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래서 의아했다"며 "그 이후에 이 주간이 '그 얘기(박민 교체 통보)를 했다'라는 것을 여러 명으로부터 전해들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불법적 이사회의 면접과 임명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이것은 용산, 특히 '김건희 라인'의 오더(지시)다, 저희가 이런 강력한 의심을 하고 있다"며 "이러지 않고서는 갑자기 한 달 전에 박 후보자가 '내가 KBS 사장 한 번 해야지'(라고 하는 것은) 이게 구조상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영일 증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도 "그 당시 저희가 취재한 데 따르면 이 주간이 그때(10월 23일 술집에서) 막 흥분하고 비분강개해가지고 여러 가지 감정을 표출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갑작스럽게 오늘 입장을 선회한 데는 지금 박민 현 사장이다. 사장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추측도 해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주간이 입장을 선회한 데 대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상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안 기자를 불러 "본인이 여기 와서 이사회 전날 들었던 내용이 사실이라고 분명하게 확신하느냐?"고 물었고, 안 기자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한 의원이 거듭 "그에 대한 입장은 계속 유지할 것이냐?"고 하자, 안 기자는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한 의원은 "그렇다면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박 사장은 특정한 곳에서 이미 내정이 됐다', 이런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고, 안 기자는 이에 대해서도 "그런 추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KBS본부는 성명을 내고 "파우치 박장범 사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낙하산 박민 사장이 최종 면접 전날 이미 본인의 탈락 소식을 알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정황이 확인됐다"며 "KBS 사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불거진 이번 논란은 단순히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KBS본부는 "이영일 노사주간에 입에서 나온 박민 사전 탈락설이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이번 사장 선임 절차 자체가 사실상 파우치 박장범을 사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거대한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KBS의 최고 의결 기구로 사장 임명 절차를 결정하고 최종 후보자를 의결하는 이사회가 권력이 원하는 아첨꾼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거수기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진숙-김태규 불법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 여당 추천 몫으로 7명의 불법 이사 선임을 강행한 게 결국은 이걸 위해서인가"라며 "불법적 이사회가 밀어붙인 이번 파우치 박장범 사장 임명 제청을 이사회의 불법성이 소멸되고, 파우치 박장범 사전 지명에 대한 의도가 소명 될 때까지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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