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2차 가해한 인물이 발언자로 나서거나 페미니스트·성소수자 발언자에 대한 야유가 쏟아지는 등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일부 차별적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이 모인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광장에 함께 모인 페미니스트 일동'은 국회 앞 광장에 100만 인파가 운집한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발언자로 나선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를 두고 "반성 없는 2차 가해자는 민주주의 광장 무대에서 빠져라"고 규탄했다.
단체들은 "김민웅 상임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 2차 가해를 해 올해 9월 유죄 최종 확정판결을 받았다"며 "김민웅과 같이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부정하고, 이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이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시민의 뜻을 공적 영역에서 대표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처럼, 우리는 지금 발 딛고 선 광장에서도 이를 실현시켜 나갈 힘과 지혜가 있다"며 "여성폭력 없는 평등한 광장에서 만나자"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전 시장 재직 당시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성폭력 피해자 A씨의 실명을 노출한 혐의로 지난 9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과정에서 실명을 공개할 의도가 없었고 A씨를 성폭력 피해자로 볼 수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며, 촛불행동 또한 올해 1월 "재판부의 판결은 촛불행동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일환"이라며 김 대표의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촛불행동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현재로서는 여성단체들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 없으며, 김 대표는 촛불행동이 주최하는 집회에서 계속 발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에서 2차 가해가 인정됐음에도 김 대표는 계속해서 발언대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향후 촛불 광장에서는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시국이 어지러우니까 은근슬쩍 묻어가려고 하나본데 내일 시위 나가서도 만약에 김민웅 발언하러 올라오면 목이 찢어져라 외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령 선포 당일 계엄군의 국회 점거를 막기 위해 여의도로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도 성차별적인 발언이 다수 나왔다.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는 7일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윤석열이 계엄령을 발표한 밤 국회 앞에서 많은 이들이 윤석열보다 김건희를 욕했다. 김건희가 '술집 출신'이라는 소문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혐오가 겹겹이 쌓인 그 외침을 윤석열이나 김건희는 듣지 못했겠지만, 바로 옆에 있던 우리는 불쾌감과 불안감에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여성 혐오적 사회 분위기가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에서도 만연하다며 "(페미니스트들은) 다만 광장에서 안전하게 윤석열 퇴진을 외칠 권리를 요구할 뿐이다. 남성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며 여성혐오를 하지 않을 것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 대다수는 심 활동가의 발언에 박수를 보냈으나, 일부 시민들은 그가 발언하는 동안 "끌어내리라"고 하거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등 수차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6일 국회 앞 집회에서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던 박형대 청년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9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발언 뒤 온라인을 통한 혐오표현은 일부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남성으로 보이는 나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며 "똑같이 페미니즘 및 성소수자와 관련한 발언을 해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공격을 받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집회를 주최하는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문제제기를 인지하고 참여자들이 차별에 노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모인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 촛불대행진'은 모두가 평등한 집회 참여를 위해 여성·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 발언을 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다.
박상미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사무국장도 <프레시안>에 "집회 시작 전 차별을 지양하자는 민주노총 가이드 영상을 틀어놓고 있으며, 발언자들에게는 발언 전 혐오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또한 집회 내부에서 발생하는 혐오발언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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