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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100만 탄핵 광장…"될 때까지 모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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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100만 탄핵 광장…"될 때까지 모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라니까"

[현장] "탄핵안 부결 가능성 높다" 비관적 전망에도 포기하지 않는 시민들

100만 탄핵 광장이 8년 만에 재현됐다.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국회 표결이 이뤄지던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국회대로에 시민 100만 여 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윤 대통령 탄핵과 체포를 외쳤다. 시민들은 설령 이날 탄핵이 가결되지 않더라도 "될 때까지 모이겠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은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국회 앞에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지하철 9호선과 승강장은 평일 출근길처럼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리는 시민들은 집회 구호처럼 "천천히"라고 외치며 질서 있게 빠져나갔다. 국회의사당역으로 향하는 시민들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자, 서울교통공사는 오후 5시께 안전 사고에 대비해 국회의사당역을 무정차 통과 운행하기도 했다.

국회 앞 대로는 양방향 차로가 모두 통제돼 도로에서 광장으로 탈바꿈했다. 국회 앞 정문을 기준으로 영등포구청 방향, 여의도, 여의도공원 방향 모두 시민들로 가득 찼으며, 서강대교까지 인파가 이어졌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따르면, 이날 '내란죄 윤석열 퇴진 범국민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인원은 100만 명을 넘겼다. 이처럼 많은 시민이 집회에 모인 것은 지난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 이후로 8년 만이다.

시민들은 탄핵을 막아서는 여당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며 윤 대통령이 탄핵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87년 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종근(57) 씨는 "계엄 소식을 듣고 민주화가 아주 공고화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를 느꼈다. 다시 민주화를 쟁취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박근혜 대통령 때처럼 탄핵이 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전날도 국회 앞 탄핵 집회에 참석했다는 성윤서(23) 씨도 국민의힘이 탄핵을 반대하는 데 대해 "국민의 대표라는 자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무례하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인지 알아야 한다"며 "(탄핵이) 될 때까지 하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나오겠다"고 밝혔다.

촛불대행진 행사는 오후 3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장면이 집회장소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상영되자 시민들은 야유하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첫 발언자로 연단에 오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다시는 어떤 순간에도 어느 누구도 국민을 넘보지 못하도록 내란세력을 철저히 청산하자"며 "언제나 선봉에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어 진영종 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가 발언자로 나서 "박근혜 탄핵을 가능하게 한 바로 그 자리에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그때와 똑같은 심정으로 다시 모였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해고하고 그 자가 마땅히 가야 할 장소(감옥)로 보내고,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놓자"고 했다.

30여 분 뒤 양 위원장이 다시 무대에 올라 "공간이 비좁아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며 경찰에 도로 공간을 더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잠시 실랑이가 인 뒤 경찰은 도로 공간을 추가로 개방했다.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수많은 시민이 모여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의 발언과 문화예술가들의 공연 등으로 꾸려진 집회가 2시간 여 이어진 뒤 마침내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오후 5시가 되자, 광장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함께 국회 본회의 상황을 지켜봤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 첫 안건인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만 참석한 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불참할 것이라는 뉴스 진행자의 말에 시민들은 "아…"하는 탄식을 흘려보냈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안건 표결이 진행되자, 시민들은 두 손을 모으며 "제발, 제발"이라고 되뇌었다.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안건은 찬성 198명, 반대 102명으로 부결됐고, 시민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곧이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시작과 동시에 안철수·김예지 의원을 뺀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르르 퇴장하는 모습이 보이자, 일부 시민들은 큰 목소리로 "저거 문 잠가", "퇴장한대요. 김건희 특검만 하고 싹 빠지는 거지", "월급 반납해"라고 외쳤다.

집회 사회자는 국민의힘 의원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표결 동참을 호소하자고 제안했다. "강대식 의원 탄핵 표결에 동참하라", "강명구 의원 탄핵 표결에 동참하라" 국회대로를 가득 채운 시민들은 가나다순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이에 호응했다. 이어 "탄핵", "탄핵"을 연호했다. 국회 바로 앞에 모인 시민들은 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담장 너머를 향해 탄핵 촉구 구호를 외쳤다.

탄핵을 회피하는 국민의힘에 대해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이현정(33) 씨는 "너무 착잡하고, 국회의원이라는 분들이 부결 표도 던지지 않고 회의장을 나가는 모습에 참 화가 많이 난다"며 "계속 이렇게 나와서 소리를 내야겠다. 언젠가는 통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라니까"라고 말했다.

이윤정(50) 씨도 "너무 슬프다. 국회의원들이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게 어떻게 이렇게 우리와 다를 수 있나"라며 "비참한 기분이 들지만 또 나오겠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머릿수 하나 보태는 게 할 수 있는 거니까 주위 사람들도 설득해 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는 사이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 대통령 탄핵안 투표 종료 선언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탄핵 표결에 참여했고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후로도 시민들은 국회를 둘러싸고 탄핵 가결을 요청했다. 시민 중 일부는 국민의힘 당사로 몰려가 "국힘 해체"를 외쳤다. 집회 사회자는 "긴 밤이 될 것 같다"며 "안전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오후 9시 20분경 우 의장이 탄핵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 하원오 전국 농민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연단에 올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석열은 더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일부 국회의원의 당리당략을 앞세운 판단에 국민들이 제2, 제3의 계엄과 헌법파괴를 걱정하게 된 것이 참담하고 또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윤석열이 탄핵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우리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끝내 승리하자"고 외쳤다.

공식 행사가 마무리된 뒤에도 분노한 시민들은 귀가하지 않고 한 시간 가까이 국회 정문 앞에서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날 촛불대행진을 주최한 단체들은 오는 9일부터 다시 매일 저녁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열고, 14일 집중집회를 열 계획이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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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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