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가 시국선언이 국내 대학을 넘어 해외 대학에서도 퍼지고 있다.
5일 국내에서는 건국대학교‧서울여자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인천대학교‧홍익대학교에서, 해외에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미국 하버드 대학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석사학위논문 표절 의혹을 조사 중인 숙명여대의 재학생들은 이날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제2캠퍼스 정문 앞에서 2620명이 연명한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더 이상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헌법을 유린한 내란사범 윤석열을 지금 당장 체포하라"라고 밝혔다.
특히 김 전 대표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우리 대학의 양심과 연구 윤리를 짓밟고 가장 부끄러운 치부가 돼버린 논문 표절 문제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며 "정작 대통령 자신의 가장 가까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개시될 수 없도록 권력으로 비호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여대 학생들도 이날 서울시 노원구 서울여대 학생누리관 앞에서 300여 명이 참여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민에게 총을 겨누고 국회로 진입한 계엄군, 국회 봉쇄 등은 명백한 대통령의 국가 내란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재학생 230여 명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로 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역사를 훼손했다. 윤 대통령 본인이 바로 반국가세력"이라며 "국민들이 준 권력으로 국민이 만들어온 민주주의와 해방의 역사를 지우고자 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심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홍익대 학생 약 20명도 재학생 168명의 연명을 받아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2022년 4월, 20대 지지율 57%로 시작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6%의 지지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다른 입장에는 눈과 귀를 막고 '입틀막'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규탄했다.
건국대학교 학생들도 이날 서울 광진구 서울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여 명의 학생들이 연명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윤석열은 듣기 싫은 국민의 목소리는 틀어막고 사익만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윤석열에게 하루라도 맡길 수 없다. 단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 21개 대학교 재학생은 오는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 대회'를 공동으로 열 계획이다.
해외 유학생들도 윤 대통령 퇴진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한국 학생 및 동문, 연구자 41명은 3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이 모든 상황을 영국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우리는, 한밤중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는 국가가 우리의 조국이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좌절했다"며 "멀리서 국회로 달려가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을 그저 걱정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무력감과 허탈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결정될지도 모를 상황에서, 그 총구가 나를 겨누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며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자행한 세력이 아직 국가 권력의 수뇌부를 차지하고 있는 한, 우리의 일상과 공동체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한국 학생 및 교수진 36명도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괜찮은 것 맞냐. 대체 무슨 일 때문에 비상 계엄이 선포된 거냐. 원래 이렇게 쉽게 선포하느냐'라는 낯선 질문을 수십 번, 수백 번 들어야만 했다"며 "저희는 당신으로 인해 부끄러웠고, 오늘 당신의 결정은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 결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버드 대학교 한국인 학생 및 교수진 36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통해, 아직 대한민국에 당신이 말한 자유민주주의가 존재함을 스스로 증명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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