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에서 여당을 배제한 채 상설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가 상설특검으로 '김건희 특검'을 추진할 경우 여당은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없게 된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281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다수 의석으로 의결을 밀어붙인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현행법상 특검 수사가 결정된 경우 후보 추천을 위해 국회에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는데 국회의장이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호사협회장·국회에서 추천한 4명을 임명하면 이들이 특검 후보 2명을 선발한다.
이번 규칙 개정안은 여·야가 2명씩 추천해 국회 몫 특별검사후보추천위위원회 4명을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에 단서를 달았다. 특검 수사 대상이 대통령이거나 대통령 가족일 경우 대통령이 소속됐던 정당은 위원회 구성원을 추천할 수 없도록 제외한다는 내용을 규칙으로 신설했다. 대신 기존의 여당 몫 2명은 야당에 분배된다.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많은 2개 정당이 각각 한 명씩 추천하는 구조다.
즉, 특검 수사 대상이 대통령이거나 그 가족일 경우 야당이 국회 몫을 4명 모두 추천하면서 특검 수사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건희 전 대표를 대상으로 상설 특검을 추진할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검 후보 추천위에 참여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반발에 나섰지만 수적 우위에 있는 민주당을 막지 못했다. 주진우 의원은 표결을 앞두고 "상설특검안은 한 마디로 민주당이 자기 입맛대로 상설특검을 골라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상설특검안이 통과되면 여당의 검찰청과 야당의 상설특검이 사사건건 사건을 두고 충돌하고 서로 압수수색을 해대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설특검은 별도 특검법 제정이 필요 없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규칙 개정안도 바로 시행 가능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된 특검을 임명하지 않고 지연시킬 경우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는 점이 한계다. 특검법에 따라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은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안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임명을 미루면 이를 강제할 조항이 없다.
국회는 이날 쌀 생산량이 초과하거나 쌀값이 폭락하면, 정부가 의무로 초과분을 매입하거나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야당 주도로 가결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도 해당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폐기된 바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재석 254명 중 찬성 173명, 반대 80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양곡법과 함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도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해당 개정안은 정부가 쌀 초과 생산량을 의무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준 이상으로 미곡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상승할 경우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 관리 양곡을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양곡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지급하는 양곡 가격 안정 제도의 근거를 포함했다.
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양곡법 찬성 토론에서 "지금 쌀 (매입) 가격은 (80kg) 18만 원 선이다. 10년 전 16만 원이었다. 농민으로서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이어 "여당은 '남는 쌀 강제 매입법'이라고 하는데 왜곡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초과 생산 물량을 매년 매입하고 있다. 이를 법에 담는 것인데 정책은 되고, 법은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토론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농업 관련 4법을 '농망 4법'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적극 건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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