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농업·경제 등 민생 의제를 강조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 "문제를 지적해도 고칠까 말까인데 (정부에 대한) 문제 지적 자체가 봉쇄되고 있다", "이러다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다"고 공세를 폈다.
이 대표는 27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 경제가 실제로 매우 심각하다.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인들은 대놓고 말은 못하겠고 참으로 걱정된다고 얘기한다. 혹시 공개적으로 말했다가 정부에 보복당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혹시 (불만을) 말하면 압수수색 당하지 않을까, 세무조사 당하지 않을까, 미움받지 않을까, 불이익 당하지 않을까 왜 이런 걱정을 해야 하나"라며 "지금 기업인들이 그러고 있다. '정부 정책은 뭐가 부족합니다'라고 말을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부를 겨냥 "정부가 민생을 챙겨야 되는 제1차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도 민생은커녕 오로지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요즘은 말로만 하는 정권, '말로만 정권'이라는 별칭도 매우 공감이 간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정부가 민주당의 양곡·농안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쌀값 20만 원 지키겠다, 이거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었다"며 "집단 망각증에 걸린 건지 기억상실증에 걸린 건지 모르겠는데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농업은 국제 경쟁에 맡겨도 되는 사양산업이 아니라 이 나라의 식량 주권, 식량 안보가 걸린 안보산업, 전략산업"이라며 "우리나라 농업보조금 수준이 대체적으로 OECD 국가의 몇 분의 일 정도에 불과한데, 다른 나라는 돈이 남고 할 일이 없어서 농업을 지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송미령 농림부장관을 겨냥 "농업 민생3법을 '농망법'이라고 규정을 하면서 거부권을 운운하는 장관이 기가 막힐 일"이라며 "대통령이 시도때도 없이 아무 때나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니까 장관도 이제는 제 마음대로 거부권 운운하는 것 같다. 참 희한한 일"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과 관련해 "상법개정도 역시 마찬가지다. 말로만 한다. 정부·여당 주요인사들이 거의 다 상법개정안 해야 된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왜) 이제와서 반대 입장으로 오히려 방해하고 나서는지 이유라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정부의 경제·산업정책 부재 △주가조작 등 불고정한 시장 △기업의 경영·지배권 남용 △한반도 평화 위기 등 4개 요소를 들어 "주식시장이 망가지는 원인"이라며 "다 정부 탓이 명백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야당 차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상법개정, 또 주주들의 권익 보호하는 각종 입법을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 내에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판결을 받아낸 후 연일 경제·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대선 플랜'이 재가동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당 '미래거버넌스위원회' 출범식을 주관했다. 위원회 출범 취지에 대해 이 대표는 "기후 위기, 팬데믹, 글로벌 통상·안보환경 변화로 인해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초과학 기술의 시대에 신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심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을 촉구하기도 한다"며 "이런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위원회"라고 설명했다.
전날 당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서는 "개별 구체적 사안을 쫓아다니면서 해결하는 일은 당 을지로위원회가 하고, 민생연석회의는 어떻게 하면 구조적으로 체계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민생을 챙길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많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각각 기후·팬데믹·AI 등 미래 의제와 민생 의제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준비하기 위한 당 조직인 셈인데, 대선이 다가오면 이들이 발굴한 정책의제는 곧 대선공약이 될 수 있다.
민생현장 방문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금호고를 찾아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무상교육 예산이) 1조 원도 안 되는 돈인데 그러면서 수십조 원씩 초부자 감세는 왜 해주는 건지 납득이 안 된다"며 "국가 경영이 원칙·정도를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주식시장 활성화 간담회에 이어 오는 28일은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현장 간담회를 연다. 지난 21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함께 수원의 한 전통시장을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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