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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상 가까우면 신설될 '제2중경'은 부속기관 인식될 수 있어"

[제2중앙경찰학교 최적지 남원] ㉕ '분산배치'의 또다른 이유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해 6월15일 '경찰공무원 교육훈련 규칙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신임경찰 교육 기간을 해양경찰·소방 등과 동일하게 52주 과정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그 배경은 미래 치안 환경의 예측에 있다.

우선 내다볼 수 있는 미래 치안 환경은 온라인과 사이버 공간 등 새로운 영역에서 범죄가 급증해 이에 대한 예방과 수사·질서 유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충북 충주에 위치한 중앙경찰학교의 '2023년 신임경찰 311기 졸업식'의 한 장면 ⓒ중앙경찰학교 홈페이지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범죄도 점증할 것으로 보이며 경제와 금융·지식·법률 등 속칭 '지능형 범죄'는 벌써 큰 폭의 상승세에 올라타 있다.

경찰청은 '경찰 미래비전 2050'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과학치안과 약자를 보호하는 안전치안을 기치로 내걸고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1.3%인 3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충북 충주시에 1987년에 개교한 '중앙경찰학교'의 문제점이 제기되며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필요성을 자극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충주시에 있는 지금의 중앙경찰학교 문제와 관련해 시설과 교육 내용·기간, 교육생 이동 거리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공통 시각이다. 설립 40년을 바라보는 각종 시설은 노후화가 진전돼 각종 보수비용마저 눈덩이처럼 커가고 있다.

장일식 경찰대학 자치경찰발전연구원 부원장은 "제2중앙경찰학교는 새로운 트랜드와 치안수요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신임경찰교육의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인프라의 획기적인 확충과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 변화 등 경찰전문화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윤 경남대 교수(경찰학과)도 제2중앙경찰학교의 역할과 관련해 △첨단 치안기술 교육의 거점 △신종범죄 대응의 중심지 △21세기 치안산업 발전의 메카를 언급한 바 있다.

김흥주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무엇보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기관의 설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제2중앙경찰학교의 설립을 통해 단순한 인력 배출이 아닌 현대 치안환경에 맞춤 종합적 교육과 전문성 강화에 중점을 둔 거점기관의 설립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전문가 3명이 모두 똑같이 "제2중앙경찰학교는 기존의 충주학교와 다른 역동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송재영 우석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이와 관련한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한다.

만약 제2중앙경찰학교가 지금의 중앙경찰학교(충북 충주) 인근에 유치된다면 거리상 인접하여 제2중앙경찰학교가 마치 중앙경찰학교의 부속기관으로 인식되기 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존 통념의 허를 찌르는 공감이라 할 수 있다.

송 교수의 주장은 '제1중경'과 '제2중경'이 근접거리에 있으면 제1중경의 40년 역사에 짖눌려 뒤늦게 설립될 제2중경이 부속기관으로 치부될 수 있고, 이 경우 미래지향적인 경찰상의 수립을 위한 새로운 트랜드에 맞는 제2종합학교의 설립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있다.

송재영 우석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경찰청에서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제2중앙경찰학교는 기존의 교육방식이나 교육체계 등에서 벗어나 선진경찰상 수립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며 "따라서 중앙경찰학교와 제2중앙경찰학교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최근 경찰관 업무 중 중요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자치경찰의 본격적인 실행과 확대에 대비한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자치경찰 교육프로그램, AI 등을 이용한 사이버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소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완전히 새로운 구상의 제2중앙경찰학교가 요청된다는 송 교수의 견해이다.

송재영 교수는 "이를 위해 일단 중앙경찰학교와의 거리상 분리가 필요하다"며 "경상권과 전라권의 중심에 있는 남원에 설립하여 새로운 경찰의 미래를 준비하는 신(新)개념의 교육기관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제2중앙경찰학교가 단순히 기존 학교의 부설기관으로 치부된다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이고 낭비일 수밖에 없다.

▲충북 충주에 있는 중앙경찰학교 제315기 교통훈련 연습 장면 ⓒ중앙경찰학교 홈페이지

남원시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2개의 기관이 나란히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먼저 설립된 기관을 중심에 놓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미래치안을 담당할 제2중앙경찰학교의 위상과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기존 학교와 거리를 두고 영호남 교육생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과 함께 경찰관들을 위한 휴식과 충전의 장소로 활용해야 할 것이란 주장도 눈길을 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경찰관은 110여명에 육박한다.

제2중앙경찰학교는 갈수록 악화되는 근무환경에 잠시라도 쉼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남원 제2중앙경찰학교 후보지는 자연과 어우러져 있고 가족들도 함께 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지리산 등반이나 인근 지역과 연계한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어 교육을 받는 경찰관들의 휴(休)와 힐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남원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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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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