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한 명의 아이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노력 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들의 도움도 필수라는 의미다.
과거에는 마을 어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회규범과 예절을 비롯해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한 구분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학교’가 있었다. 근대화 이전에는 서당과 향교가 학교의 역할을 담당했다. 마을은 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서로를 돕고 발전해 갔다. 그 속에서 어린 아이는 소위 ‘훌륭한’ 성인으로서 살아갈 방법들을 체득했다.
지금도 마을의 중심은 여전히 ‘학교’다. 경기도교육청은 ‘공교육이 교육의 중심’이라는 기조 아래 학교가 사회의 중심추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및 교육현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펼치고 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으로 전망해 본 경기교육의 미래
②조직 변화를 통해 그려가는 미래교육 기반
③현장과 소통하며 발전하는 경기교육 <完>
소통은 교육정책 마련의 첫걸음
경기도교육청의 역할은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것이다.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도교육청이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고민을 통해 발굴·개발한 여러 교육정책들이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얼마만큼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 목표한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교육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들의 생각과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소통을 펼치고 있다.
현장 속으로 향하는 발걸음, 정책 완성도 ↑
가장 눈에 띄는 소통 방식은 임태희 교육감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소통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임의월담(任意越담)’이다.
‘임의월담(任意越담)’은 과거 담을 넘어 민생을 알아보던 것처럼 예고 없이 임의로 현장을 방문해 도움을 드린다는 의미로, 임 교육감은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사전 고지 없이 학교 현장을 방문해 ‘날 것 그대로’의 학교현장을 살피고 있다.
실제 임 교육감은 올 한해 총 4차례에 걸친 ‘임의월담’을 통해 현장의 모습을 확인했다.
지난 6월 14일 가평 청평초등학교를 방문한 임 교육감은 학교 내 설치된 민원면담실을 둘러봤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된 ‘교권침해’ 해결 요구와 관련해 마련한 ‘교권 보호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악성 민원인 및 외부인의 무단침입을 방지하는 동시에 교원의 민원 대응 시 기관과 함께 대응하기 위한 전용 상담공간인 민원면담실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습을 살펴 보완점 등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임 교육감은 당시 청평초의 민원면담실을 확인한 뒤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을 통해 "경기도교육청은 악성민원이 생기면 선생님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의 대응을 위해 학교 민원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교직원 보호를 위해 경기도에 조성된 학교 내 민원면담실은 597개 교로, (이날)민원면담실이 잘 활용되고 있는지, 현실적 어려움은 없는지를 파악하고자 가평 청평초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평초 선생님들은 ‘운이 좋게도 민원면담실이 생기고 아직 이용한 적이 없지만, CCTV와 녹음전화기 및 비상벨·호출장치 등 안전장치가 있어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라며 "현장에서 와닿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경기도교육청은 ‘현장 변화의 체감’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임 교육감의 의지는 즉각 이어졌다.
같은 달 21일 임 교육감은 출근길 도교육청 남부청사 인근에 위치한 수원 신풍초등학교를 기습 방문했다.
코로나19로 떨어진 학생들의 기초체력 증진을 위해 도입한 경기도형 아침운동 ‘오아시스(오늘 아침 시작은 스포츠로)’의 실행 모습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한 행보였다.
오아시스 프로그램은 지난해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진행한 아침운동 효과성 검증 정책연구 결과에서 전체 참여 학생 75%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정책 효과성과 △운동기능 향상과 긍정적 성격 변화 △교우관계 개선 △스트레스 해소 등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경기인성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다.
특히 전국 최초 경기도교육청 인성 모델을 활용한 PAPS(학생건강체력평가·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 자기기술 척도를 개발·적용해 상황 이해·용기·자기관리·끈기·자신감을 키우고, PAPS 결과 출력물을 제공해 학생 맞춤형 피드백을 강화한다.
이날 임의월담을 통해 임 교육감은 "도교육청은 학생들이 체계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현장의 요구과 지역사회 역량을 이은 아침운동 프로그램을 개발, 자율적 참여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안전지도에 나온 선생님과 그동안 반 학생들을 봐줘야하는 동료 선생님의 부담을 줄여드리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의 안전과 미래를 최우선으로
임 교육감의 세 번째 임의월담은 지난 8월 파주 문산동초등학교에서 이뤄졌다.
당시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방침에 따른 공공기관 내 충전소 설치가 추진되는 분위기 속에서 안전성에 대한 논란으로 학교 내 설치 여부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지난 6월 화성시의 한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에서 23명이 목숨을 잃은 화재 참사가 발생한데 이어 8월 1일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전기차가 폭발하면서 주변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고 주민 12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이후 안전성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기존 전기차충전소가 설치된 학교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이다.
정부의 ‘친환경자동차법’은 주차대수가 50대 이상인 학교에서 전기차 충전 전용주차 공간과 충전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안전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인 까닭이다.
문산동초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점검한 임 교육감은 "전기차 충전소가 학생 안전보다 우선일 수 없다"며 "학교 내 충전소 설치의무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로, 무더운 날씨 거미줄 친 야외 충전시설을 보면서 이렇게 규정한 법은 개정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기차와 충전시설에 대한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 안전과 직결된 학교 안까지 의무 설치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한 뒤 "올 상반기 도의회에서 학생 안전을 위해 유치원·학교를 전기차 충전소 설치 의무구역에서 제외하는 조례 개정을 노력했지만 보류된 상황으로, 지자체와 협의해 학교 내 의무설치 유예기간을 늘리고 빠른 조례 개정이 이뤄지도록 도의회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안전에 대한 조금의 우려도 없어질 때까지 학교 내 전기차충전소 설치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현재까지 경기도내 학교 가운데 전기차충전소가 설치된 학교는 나오지 않고 있다.
마지막 임의월담은 지난 9월 의정부 경기북과학고등학교에서 진행됐다.
이공계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추진 중인 경기도내 과학고등학교 신설·확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과학고의 운영 모습 및 재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한 방문이었다.
앞서 임 교육감은 올 6월 경기도교육청 출입기자단과의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현재 경기도내 과학고는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과학고가 유일한 상황으로, 전국 20개 과학고가 운영 중인 가운데 경기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 과학고가 2개씩 운영되고 있다"며 "전국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인구비례 등을 따져볼 때 적어도 동부·서부·남부·북부·중앙 등 적어도 5곳 이상의 과학고가 신설돼야 교육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과학고 확대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임 교육감은 "지난 정부에서도 외고와 자사고에 대해서는 축소를 추진하면서도 과학고에 대해서는 권장까지는 아니지만, 인정은 하는 정책기조를 보였다. 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와 교육 수준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이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며 세계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와 시스템은 과학기술에 대한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으로, △과학교육에 대한 관심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질 △국가의 미래 면에서도 필요한 교육 수요를 감안한 과학고 신설을 위해 교육부와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북과학고에서 실험수업을 참관한 임 교육감은 "수원, 성남, 부천, 용인, 고양 등 경기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을 보며, 권역별로 공평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타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깊이 있는 과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현재 도교육청은 지난 1~8일 진행된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신청을 통해 △고양 △광명 △구리 △김포 △부천 △성남 △시흥 △안산 △용인 △이천 △평택 △화성 등 12개 지자체의 유치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이 가운데 신설을 희망하는 지역은 고양·광명·구리·김포·시흥·용인·이천·평택·화성 등 9개 지역이며, 일반고에서 과학고로 전환하는 방식의 유치를 신청한 지역은 부천(부천고)·성남(분당중앙고)·안산(성포고) 등 3개 지역이다.
도교육청은 ‘과학고 예비지정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빠르면 이달 말 1단계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현장에서 찾은 교육의 방향성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7월 ‘대학입시 개혁 TF’를 발족하고, 사회적 대전환의 시대에 발 맞춘 대한민국 대학 입시제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교육현장은 이미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 해결력’ 및 ‘함께 협력하는 교육’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음에도 변하지 않는 대입제도로 인해 궁극적인 교육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다.
이 같은 공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한 시도 역시 교육현장과의 소통에서 시작됐다.
지난 7월 19∼20일 도교육청이 개최한 ‘2025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참석한 임 교육감은 현장에서 목격된 학생과 학부모들의 모습을 비롯해 박람회 개막 당일 오전 6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재의 대학입시가 달라져야 한국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고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대입제도가 그 이전의 전 교육과정 특히 고등학교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그동안의 교육적 성과와 가치가 사실상 흔들리고 무너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2025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 이후 임 교육감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간절함이 이해되지만, 대학입시에 고등학교 교육이 좌우되는 지금의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 상황인지 예전부터 고민돼 왔다"며 ""교육 본질을 강화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대학선발 제도를 바꾼다면 우리가 고민하는 현장 교육의 혁신이 빠르고 확실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육감은 ‘대학입시 개혁 TF 1차 회의’에서도 "사회 모든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뤄지면서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및 자기주도적인 발상을 중요해진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기존에 한국 발전에 기여했던 교육시스템도 바뀌어야 하며,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을 위해서는 대입제도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학입시 개혁 TF’가 마련한 대입제도의 대안은 마무리 단계다.
궁극적으로는 현행 수능 시스템의 종료가 목표로, 현재의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 체제로 가는 방향의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목별로 세분화 돼 있는 평가를 ‘영역별’로 개선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논술과 서술식 평가 및 면접을 통해 학생 개개인이 어느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어떠한 진로를 통해 향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도와주는 시스템을 제시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다음 달 2∼4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 이후 공식적으로 새로운 대입제도의 방향성을 발표할 계획이다.
<본 기사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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